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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5년] 재협상? 수입규제 강화?...실익극대화 시나리오별 대응전략 짜는 韓美

<3> 한미 당국의 복잡한 셈법

'성과' 필요한 트럼프정부 언제든 재협상 카드

의료·법률·회계 등 조기개방 요구 가능성도 커

윈윈협상 홍보·무역흑자 축소 등 '美달래기' 노력

"우리 정부 시나리오별 통상전략 마련 서둘러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5주년을 맞아 양국은 새로운 무역환경에 직면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FTA를 ‘미국 일자리를 죽이는 재앙’이라 공격하며 재협상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러면서 통상규제의 칼날도 뺐다. 지난 1월과 2월 한국산 화학제품인 가소제(DOTP)와 합성고무(ESBR)에 대해 잇달아 예비관세 부과를 결정하고 3월에도 현대중공업 변압기에 대해 6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압박의 차원이다.

그렇다고 미국 통상 당국의 속내가 일방통행은 아니다. 미국 내부에서 흘러가는 모습이 다소 복잡하다.

당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눈에 띄는 성과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한미 FTA 재협상’이라는 큰 수술이든 ‘수입규제 문턱 상향’이라는 작은 수술이든 새로운 통상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하지만 미국이 무작정 재협상 카드를 꺼내는 게 쉽지는 않다. 한미 FTA가 두 국가 모두에 이익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 더욱이 전면적 재협상 카드가 미국에 꼭 유리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손을 댈 분야도 많지 않고 한국 역시 공격할 부분도 있다. 하태형 율촌 고문(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한미 FTA는 대폭적인 개정보다는 소폭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는 한미 FTA에 없었던 에너지 교역 부문을 새로운 장(new chapter)으로 추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한미 FTA 협정은 미국 역시 건드리면 골치 아플 수 있다”면서 “협정문도 바꿔야 하고 관세율을 높이는 건 미국에도 이로운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미FTA는 순위도 밀린다.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부터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한 까닭이다. 실제 한미 FTA는 트럼프 정부의 ‘100일 과제’나 ‘200일 과제’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최근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과 만나 “23세 된 나프타와 5세인 한미 FTA를 같은 잣대로 다루면 맞지 않는다고 설득했다”면서 “나프타 재협상이 현재 미국의 1차적 관심사”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물론 재협상 가능성을 염두 한 준비도 필요하다. 미국 내 일부는 한미 FTA의 완전한 이행을 위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법률 시장 개방이다. 한미 FTA에 따라 이번 달부터 법률 시장이 완전 개방되지만 외국법자문사법에 따라 합작 법인에 참여하는 외국 로펌의 지분율과 의결권은 49%로 제한돼 한국 시장을 개척하는 데 한계가 있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대한 요구가 높기 때문에 재협상 방식으로 압박하면서 전략적으로 서비스 업종 가운데 의료나 법률·회계 쪽에 조기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재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반덤핑 관세 부과처럼 수입규제를 강하게 압박할 여지가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는 2월 말 기준 181건인데 인도(22건) 다음으로 미국(23건)이 많다. 품목별로는 철강·금속이 88건(48.6%)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전면 재협상은 아니지만 통상 압력이 악화될 것을 고려해 대비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화당과의 논의 과정에서 통상 정책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면서 사전 대비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며 “비즈니스맨인 트럼프가 한미 FTA에 대한 전면전인 재협상보다는 철강 등 수입규제부터 높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평가했다.

정부도 긴장한 내색은 없다. 흐름에 따라 대응하면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재협상에 대비 우리 역시 충분히 준비 해 뒀다”고까지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미 FTA는 양국 모두 실익을 더 챙기려 할 수밖에 없으며 미국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 압박이 강해지겠지만 우리도 손익계산서를 따져 철저하게 대응할 것”이라면서 “분석해 본 결과 절대 일방적으로 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물론 트럼프 달래기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고 경제 사절단을 파견하며 상호 이익을 알리는 식이다. 미국산 셰일가스 추진을 비롯해 대미 경상수지 흑자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2013년 수립한 신통상 로드맵을 보완해 미국의 보호무역에 대비한 ‘신통상 정책’을 확정할 계획이다./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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