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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간 합의한 사드배치 철회하면 한미동맹 파탄날 것"

■특별인터뷰 <5·끝>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대담=맹준호 차장 next@sedaily.com

차기정권, 사드는 이전 정부 결정이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 보여야

사드논쟁, 차기정부에도 부담…보이스다운 필요

중국, 한국압박할 게 아니라 G2간 협상으로 풀어야

북한문제는 대화보단 압박으로…선택 여지 없다

독자 핵개발은 해서도 안되고 불가능한 일

“차기 정권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에 대해 이전 정권이 결정한 것이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야 합니다. 현재 벌어지는 찬반 논쟁은 차기 정부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보이스 다운(voice down)이 필요합니다.”

유명환(71)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특별 인터뷰에서 “사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한미동맹을 유지하느냐 마느냐가 걸린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차기 정부는 사드에 대해 “전 정권에서 결정된 일이라 돌이킬 수 없다”는 논리로 한 발을 빼면서 양국 군사 당국이 사드 배치 후속조치를 진행하게끔 해야 한다고 유 전 장관은 조언했다. 대선을 앞두고 사드 찬반 논쟁이 과열되고 있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첫머리에서 유 전 장관은 현재 시국을 ‘안보·외교위기’로 진단했다. 지난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는 대통령 시해 사건과 광주민주화운동 등 유혈 사태가 벌어진 ‘정치적인 위기’였고 약 20년 후에는 IMF 외환위기라는 ‘경제위기’가 찾아왔다. 다시 20년이 흐른 지금은 안보와 외교위기가 닥쳤다는 게 유 전 장관이 역사적 관점에서 본 현재의 한국이다.

이런 맥락에서 유 전 장관은 “대통령 파면 등 최근의 정치적 급변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거를 해서 새 리더십을 선출하면 끝나는 문제이고 진짜 걱정은 외교·안보위기”라는 것이다. 유 전 장관은 “미중관계와 북한 문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도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정치적 공백 상태에서 즉각적인 외교·안보위기가 닥쳤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일치된 상황인식 공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시급한 인식 공유가 필요한 외교·안보 현안은 무엇보다도 사드. 유 전 장관은 사드는 곧 한미동맹 유지냐 단절이냐의 문제라고 본다. 사드 배치를 거부해도 한미동맹이 변함없이 유지된다는 전망은 틀렸다고 강조한다.

유 전 장관은 “사드는 주한미군을 방어하고 유사시 (미국의) 증원군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한국의 주요 시설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무기체계”라고 규정했다. “미국이 돈 주고 사라는 게 아니고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자신들의 비용으로 자신들의 무기를 자신들의 기지에 가져다 놓겠다는 것이며 이에 대한 한국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 전 장관은 “한국이 여기에 반대할 경우 한미동맹은 파탄이 나고 주한미군 철수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 전 장관은 사드 배치로 동북아시아의 전략적 균형이 붕괴된다는 중국의 주장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성주 사드 포대에 배치될 엑스밴드 레이더보다 더 강한 레이더가 일본에 배치돼 있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인공위성이 이미 24시간 중국을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 전 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적극적으로 대화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에 압력을 가할 게 아니라 주요2개국(G2)이라는 강대국 간 타협에 집중해야 한다”며 “한국에 한미동맹을 걷어치우고 중국 편에 서라고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안 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유 전 장관은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서 한국은 한미동맹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전 장관은 “국민의 과반이 한미동맹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미국은 안보뿐 아니라 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의 지배, 인권 등 가치관을 공유한 우방”이라며 “경제 면에서도 한국이 서구와 반세기 통상하면서 무역 대국이 된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중국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노골화하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이에 대해 “한중 경제는 일방이 상대방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닌 호혜 관계”라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대중국 수출의 60%가 중간재이고 30%가 원료, 10%만 소비재인 만큼 이는 호혜 관계”라며 “중국이 자존심 때문에 무자비한 보복을 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한국의 친근감을 훼손시키는 것이고 (이 상황이 계속되면) 중국과 친구가 돼 더 가까워지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전 장관은 “한국·미국·중국·일본 4국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유 전 장관은 “역사적으로 과거 미일 중심의 동북아 세력균형이 서서히 중국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는 과정인데 그래도 군사적으로는 중국이 미일의 힘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한국은 당분간 한미동맹을 생존과 번영의 기본으로 삼되 중국과 적대 관계로 지내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벌어진 중국의 경제보복은 어느 정도는 감내해야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유 전 장관은 내다봤다.



이처럼 중국이 사드 배치에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한미는 ‘북한을 제어하기 위해 중국의 역할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일종의 딜레마이고 모순이기도 하다. 유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중국은 미중 전략구도에서 북한을 일종의 전략적 자산으로 본다”면서 “중국은 북한이 망할 때까지 제재하지도 않겠지만 아주 방임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목할 것은 유 전 장관이 “중국도 북한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다. 유 전 장관은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해 배치한다면 중국도 전략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라며 “코앞에 붙은 약소국이 핵무장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유 전 장관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협상보다는 압박이 효율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유 전 장관은 “같은 민족으로서 식량과 의약품 원조는 어느 경우에도 해야 하는데 북한이 저렇게 나오니까 마음이 생기지 않는 단계”라면서 “저도 평생을 북한을 지켜봤지만 좌절감 같은 것을 느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미국도 협상보다는 압력을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유 전 장관은 북핵에 맞대응해 한국도 독자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해서도 안 되고 될 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대외 의존도가 높고 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의 지배, 인권 등 (서구와) 가치관을 공유하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을 갖는 것은 말이 안 되고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신중론을 폈다. 유 전 장관은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은 미국이 핵전략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해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될 것”이라며 “중국 또한 사드의 10배 이상 민감하게 나올 것”이라고 말해 쉽게 현실화시킬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는 뜻을 내비쳤다.

끝으로 유 전 장관은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되지만 역사에 묶여 아무것도 못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도덕적인 우위에 서서 일본을 향해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얘기하면서 안보 등 협의해서 해나가야 할 일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도덕적 우위에 서려면 주한 일본대사관과 총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세워서는 안 된다고 유 전 장관은 주장했다. 이는 비엔나협약상의 ‘공관 안전을 위한 특별의무’ 위반이므로 국제사회로부터 존경받기 어렵다는 게 유 전 장관의 견해다.

아울러 한일 군사정보호호협정(GSOMIA)에 대해서는 “양국이 교환된 정보에 대해 어떻게 보안을 지킬 것이냐의 절차를 규정한 것이라 오히려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유 전 장관은 밝혔다. 특히 일본이 앞선 잠수함 추적 기술을 보유해 한국은 일본의 정보가 필요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 전 장관은 인터뷰가 끝난 뒤 할 얘기가 더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든 연평도 포격을 하든 한국에 들어온 서구 기업이 흔들리지 않는 것은 주한미군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그러나 차기 정부에서 한미관계가 파탄 나거나 미군이 철수하면 서구 기업이 한국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 전 장관은 “사드를 거부하고 나서 만약 미국이 주한미군을 빼겠다고 하면 무슨 명분으로 반대할 거냐”며 “사드는 이념적으로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리=류호·김지영기자 next@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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