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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하려면 학원부터 다녀라?

월 40만원 작가학원 성업

당선에 필요한 전략 지도

"작가증 없이는 원고청탁 없어

사교육 등 제도 부작용" 지적

“나이는 그만하면 됐고 좋아하는 작가 있어요?”

지난 15일 서울의 한 등단학원 상담실. 등단을 준비하는 작가지망생이라고 소개한 기자에게 학원장은 나이와 학과, 선호하는 작가, 입상 경력, 예심에 오른 문예지 등을 자세히 물었다. 15분에 걸친 질문과 답변 끝에 월 4회 40만원가량의 ‘등단반’ 수업을 소개했다.

학원가에 따르면 성인 작가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등단학원은 서울시에만 20여곳에 이른다. 이들 학원은 주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문예창작과 입시학원이지만 ‘등단 준비반’이나 ‘성인반’을 함께 운영한다. 수업은 문예지에 등단한 기성작가가 학생들 성향에 맞는 문예지를 선별하고 당선에 필요한 전략들을 함께 짜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종 문예지들이 공모전을 여는 시기에는 수강생이 거의 두배가량 늘어난다는 게 학원가 설명이다.

A학원 원장은 “등단을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마음이 편치는 않다”고 털어놓았다. 강사 조모(40)씨는 “실력을 키워준다 생각하면 뿌듯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맞는 것일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B학원 원장도 “작가가 되는 데 학원을 다닌다는 게 난센스지만 현실적으로 ‘작가증’ 없이는 원고청탁의 기회가 거의 없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3대 출판사 중 하나인 문학동네에서 최근 3년간 등단하지 않은 시민작가 출판은 전무했다.



등단제도가 사교육 등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문학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저명한 문예지 ‘21세기문학’은 신인상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해 문학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21세기문학은 “그동안 심심찮게 제기됐던 등단 제도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반성한다”며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좋은 작품을 쓰는 작가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문예계간지 ‘미네르바’도 등단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문효치 미네르바 편집장은 “과거에는 출판사마다 전문 문학위원을 둘 형편이 안 돼 등단제도를 활용했다지만 이제 폐지할 때가 됐다”며 “1명의 수상자 대신 다수의 가능성 있는 작가들을 추천하는 작가 추천제로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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