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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쓰리고]살짝 부족한 포근함, 일본 가정식집 하나노오오카미





날씨는 참 변덕스럽다. 한 주 전만 해도 바람이 세차게 불어 옷깃을 여며야만 했는데, 어느새 햇볕이 쨍하니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졌다. 봄이 왔다.

사람의 마음은 날씨보다 더 변덕스러운 것 같다. 옷이 가벼워지듯 마음도 그런 걸까. 주변이 따뜻하니 겨우내 얼어붙었던 가슴에 봄바람이 부니 외로움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엄마...... 외로워요......


혼자로 타지에서 사는 사람은 외로움을 특히 더 잘 느끼는듯하다. 삼월, 대학 신입생도 사회 초년생도 정신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다 주변이 고요해지면 집과 가족 생각이 문득 날 테다.

가정식 전문 식당이 대학·직장 주변에 최근 많이 늘어난 것도 음식으로나마 외로움을 달래려 하는 사람들의 마음 때문은 아닐까. 비록 어머니의 한 상에는 미치지 못해도 먹고 나면 마음 따뜻한 일본 가정식 집이 있다. 홍대 하나노오오카미다.

One go! 일단 씹고!

왜 대학 주변의 음식점에는 퉁명스러운 사람들이 많은 걸까? 음식은 무릇 좋은 사람과 포근한 분위기와 함께 해야 제맛이 난다고 했다. 기자가 대학에서 온갖 퉁명스러움과 짜증으로 대하는 점원을 볼 때면 일단 ‘돈 내고 먹는데 기분이 나빠야 하나’는 생각에 짜증이 나고, 다음에는 그 이유를 캐고는 했다. ‘나이가 어려서인 것일까, 돈이 없어 보여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대학 주변이라 사람이 많아서?’

“여기 반찬 좀 더주세요”하면 대답을 안 한다거나, 반찬 그릇을 툭툭 내던지고 간다거나.


이 가게의 가장 큰 아쉬움은 대학가 식당 특유의 퉁명스러움에 있다.

“점원이 꽤 피곤한가 봐”

같이 간 기자와 주문을 하고 나서 이구동성으로 같이 한 말이다. “네, 네”하고 툭툭 내던지는 말에 약간 빈정상하기도 했다. 먹기 전부터 껄끄러운 기분은 대학 4학년, 취업 스트레스에 치여 예민해졌을 때 대학 근처의 불친절하기로 유명한 식당에 방문했던 기억을 상기시켜 묘한 데자뷔가 되기도 했다.

점원의 불친절은 스트레스에 지친 사람들에게 묘한 짜증을 선사하고......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듭니다.


더구나 가정식 전문점이라면 어머니를 모셔오지는 못해도 점원이 친절함으로 사람을 포근하게 만들어줘야 할 필요는 있을 듯 싶다. 집처럼 오래 있고 싶은 분위기를 연출한다면 좋지 않을까. 사실 친절하게 사람을 대하는 것은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일은 아닌데.

분위기만 본다면 일본식으로 단장해 놓은 여느 술집과 별반 다르지 않아 가정식 전문점으로서의 차별성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다. 점원의 친절함도 그냥 ‘대학가의 여느 식당’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Two go! 화끈하게 빨고!

하지만 음식만 이야기를 하자면 하나노오오카미는 일식의 정갈함과 가정식의 따뜻함이 함께 묻어 있는 집이다. 이 집에서는 어떤 메뉴를 시키든 기본 밥과 반찬이 딸려 나온다. 기본 음식은 일본식 식기에 정갈하게 담겨 나오고, 밥과 반찬은 부족할 경우 더 먹을 수 있다. 소박한 밥과 반찬에도 정성이 담겨 있다.

기본 밥과 반찬. 위쪽 왼쪽부터 해초무침, 초생강절임, 무말랭이, 명란마요네즈다.


특히 명란 마요네즈를 다양한 방법으로 먹기를 추천한다. 명란 마요네즈는 말 그대로 명란젓에 마요네즈를 섞은 ‘소스’ 내지 ‘반찬’ 정도의 음식인데, 일본에서는 명란 마요네즈를 튜브에 넣어서 팔 정도로 가정에서 자주 먹는다.

이게 명란 마요네즈다.


일본에서는 심지어 바게트 빵에도 발라 먹는다! /구글


밥에 슥슥 비벼서 한 술 뜨면 짭조름한 명란과 마요네즈의 고소함, 밥의 쫄깃함이 입안에 가득하다.


맞다. 살찌는 맛이다, 주의하자.


이 집의 추천 메뉴로는 화산석 구이를 꼽을 수 있다. 화산석 구이는 제주 화산석으로 만든 불판에 양념한 소고기를 구워 먹는 요리다. 일식의 야끼니꾸라고 하면 되겠다. 양념은 간장을 베이스로 해 설탕으로 단맛을 냈다.

마블링이 적당히 돼 있는 꽤 좋은 고기다. 양념에 오래 재운 듯하다.




버터를 두른 화산석 돌판에 고기를 한 점씩 얹는다.


양념이 타지 않게 불을 조절해가며 익히자.


은혜롭다.


소고기는 오래 열을 가하면 육즙이 빠져 퍽퍽해지고 간과 같이 쓴맛이 나기 때문에 굽기가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 돌판에 소고기를 구우면 이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 강한 불로 육즙을 가두고 불을 내려도 돌이 천천히 식어 오랫동안 식지 않고 소고기의 풍부한 맛을 유지해준다.

연어도 굉장히 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좋은 연어일수록 지방의 농후한 맛이 연어 특유의 상쾌한 향과 적당히 섞여 고급진 맛을 낸다. 이 집은 연어를 차갑게 보존해 내 회 맛이 산다는 평을 받는다.

기름진 연어. 윤기가 자르르 돈다.


간장에 콕 찍어서 먹자. 연어는 뭐니뭐니해도 간장!




Three go! ‘성장을’ 맛보고

가정식 집이 길거리에 참 많이 늘었다. 일본식, 중국식, 심지어 인도식까지. 집밥 찾는 사람이 많다는 뜻일 테다. 가정식 전문점은 자취생들이 많은 대학가에 특히 몰려있다. ‘혼자 사는 외로움에 음식으로나마 포근함을 찾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결론을 내기에는 하나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면 왜 한국 가정식 전문점은 없나? 백반집은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나?’

독립을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어머니의 집밥을 먹으니 ‘살짝 부족한 포근함’을 찾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으로는 어머니께서 지으신 밥을 먹는데 머릿속으로는 어디에 집을 구할지를 생각하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독립을 하게 되면 이 포근함도 옛 추억이 되진 않을까. 그 포근함을 포기하고 독립을 위해 나가는 나를 부모님은 어떻게 보실까하는 생각에 불편하기도 했다.

독립 절차는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신용도가 4등급이시네요.” “연봉의 80% 정도 대출 가능합니다.” “고객님께 대출 가능한 금액은 이 정도예요.” 입사하면 독립부터 하리라, 꿈이 깨질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용 등급과 대출 금액, 이율을 보고 나니 가슴이 쓰렸다. 모은 돈과 합쳐도 원하는 집에 살 수는 없겠다는 현실적인 생각은 나중이었다. 폐부를 찌른 것은 ‘나의 가치를 숫자로 환산하면 이 정도구나’라는 다소 철학적인 답이었다. 오히려 이 답은 나의 가치를 정확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 현실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테다. ‘세상은 냉정하다’라는 단순한 사실은 꽤 차갑게 다가왔다.

독립은 성장했다는 가장 중요한 증명 같다. 부모의 울타리를 벗어나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울타리 안이 포근하다는 것은 이미 느껴봤기에, 성장을 증명한 후에도 지칠 적마다 그 포근함을 그리워하는 것 같다. 집밥을 찾는 이유는 음식으로나마 그 감정을 돌이키는 과정은 아닐까.

하지만 그 포근함은 유년기에 느꼈던 진짜와는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 진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가짜는 진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왜 구태여 ‘해외 가정식’을 찾는지 비로소 이해가 됐다. 사람들은 ‘가짜 포근함’을 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살짝 부족한 포근함을 맛보며 세상에 치인 스스로를 달래고, 또 돌아갈 본가가 있다는 사실을 되뇌기 위해서.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위치: 상수역과 합정역 사이. 6호선 상수역 1번출구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가격: 화산석구이 가정식 1만4,000원. 연어사시미 가정식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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