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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트럼프 그리고 거짓말

김희원 국제부 차장





취임 두 달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다. 정상적인 국정수행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수위다.

글로벌 무역 질서에 반기를 들고 돌출 행동을 일삼는 그의 행보는 충분히 비판받을 만해 보인다. 하지만 신생 행정부에 쏟아지는 비난 일변도를 보노라면 때로는 수위와 정도가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취임 초반 비판적 보도를 삼가는 일명 ‘허니문’을 생략한 것은 물론 정책과 행동, 발언이 나올 때마다 파장의 정도를 확인하기 전부터 잘못한다, 나쁘다, 안 된다 등 세 마디로 요약되는 추측성 기사들이 난무했다. ‘공정성의 대명사’로 불려온 뉴욕타임스(NYT) 역시 다르지 않아 고개를 갸웃하게 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금융위기를 거치며 NYT의 대주주가 멕시코의 최대 부호인 카를로스 슬림으로 바뀐 점을 고려한다면 이런 의문은 보다 쉽게 베일을 벗는다. 미 주요 방송사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시종일관 비판해온 ‘거대 자본’의 일부인 통신그룹으로 대부분 대주주가 바뀌어 ‘행간의 의미’를 읽어야 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인간 트럼프를 미 주류사회의 철저한 ‘아웃사이더’로 간주할 때 현 미국에 대한 이해는 한결 쉽게 다가온다.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미국에서 정무직 2,000여석이 공석인 점은 그의 인격적 결함만으로는 풀기 힘든 함수다. 금융규제 완화와 국방비 증액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월가와 군수업체들은 힐러리 클린턴의 편에 섰다. 미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이지만 공화당 대통령의 정책들은 별다른 내부 숙고 없이 의회에서 철퇴를 맞고 있다.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힘은 경제위기 속에 흑인 대통령 시대를 열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기존의 지배질서에 대한 혐오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지배질서란 도덕적 해이로 금융위기를 부른 금융자본주의에 기초한 것이기에 그간 세계를 제패해온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도전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원유 생산을 삼가고 상품 선물거래로 부를 축적해온 미 금융자본 앞에서 일자리를 만든다며 미국 내 오일 생산을 본격화하고 북미 3국의 연합으로 이익 기반을 다져온 거대 자본을 겨냥해 국경 장벽을 건설하는 등 기존 질서를 허물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위대한 미국의 부흥’이란 평범한 백인들이 다시 세계를 제패한다는 실현 불가능한 스토리에 기인한다. 그들이 만든 질서를 흔드는 내부 움직임은 스스로 수명이 다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방증이기도 하다.

최근 변방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는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는 민주주의의 진보가 있었다. 각자 잘 살겠다 나서는 주요국들의 행보에 비해 올해 등장한 가장 큰 인류사의 진보라 할 만하다. 우리는 어쩌면 국제사회의 일원을 넘어 주도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한고비를 넘은 것인지도 모른다. 피 뿌림으로 세워진 민주주의의 탄력성이 고맙다면 더 성숙한 행보로 나라의 기틀을 다져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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