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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접질려 도수치료 108회 받고 1,190만원 실손의료보험으로 처리

'비급여 의료비 남용 주범' 도수치료 실태 들여다보니

일부 의료기관 치료 권해

수익 올리는 통로로 활용

보험업계 "의학적 타당성

확인못해 속수무책" 호소

미용업종에 종사하는 30대 여성 김모씨는 하이힐을 신고 걸어가다 다리를 삐끗해 병원에서 근육파열과 염좌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이후 열흘간 병원에 다니며 10회의 도수치료를 받고 뒤이어 36일 추가로 입원해 도수치료를 받았다. 총 치료기간에 김씨가 받은 도수치료는 모두 108회에 이른다. 가격은 1,260만원. 이 가운데 1,190만원을 실손의료보험으로 처리했다.

김씨의 병원은 도수치료를 시행하면서 이를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분류 지정한 네 가지 종류의 치료를 한 것으로 기록했다. 보험사는 과다시술 의혹이 들어 문제 제기를 했지만 도수치료는 법정 비급여 항목인 만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근거가 없었다.

보험업계에 실손의료보험 지출이 증가하는 핵심 항목을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바로 도수치료다. 도수치료는 손으로 근육이나 관절을 자극해 통증을 줄이는 일종의 물리치료다. 지금까지 실손보험에 가입했다면 비급여 의료비로 의료기관에서 받은 도수치료비를 모두 보험 처리할 수 있었다. 일부 의료기관은 이를 악용해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도수치료를 권하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통로로 활용해온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한 20대 대학생은 허리 통증으로 30일간 입원하면서 69회의 도수치료를 받기도 했으며 태변 흡입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신생아에게도 총 6회의 도수치료가 행해진 사례가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근골격계 질환이 있지도 않은 신생아에게 도수치료를 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심사 기준이 없으니 의학적 타당성을 확인할 수 없어 속수무책”이라고 호소했다.

실제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이 가장 많이 지급되는 질병이 근골격계통 질환으로 전체 지급 보험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10년 13%에서 2014년에는 26.2%로 늘었다.

정부도 이에 주목해 지난해 12월 대책을 내놓았다. 실손보험상품을 기본형과 특약형으로 구분해 도수치료 같은 남용 우려가 높은 상품은 해당 가입자가 돈을 내고 이용하도록 개편한 것이 핵심이다. 자기부담금도 20%에서 30%로 늘렸다. 이에 오는 4월부터는 도수치료를 받으려는 가입자는 도수치료비가 지원되는 특약을 추가로 가입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남용의 길로 가는 입구를 차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실효성에 대한 우려는 있다. 바로 의료기관의 코드 사용이 의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수치료의 진료행위 코드는 ‘MX122’이지만 세밀한 증상의 차이나 진료방법의 변형 등으로 의사에 따라 이를 얼마든지 다른 진료 코드로 기록할 수 있다. 실제 이뤄진 진료는 도수치료이지만 실제 얼마에, 얼마나 많이 이뤄졌는지 의료기관이 마음먹기에 따라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보장한도가 350만원으로 정해져 있어 일부 병원이 먼저 한도만큼 모두 진료해버리면 정작 다음에 가입자가 치료를 필요로 할 때는 보험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가능성도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질은 도수치료라 하더라도 의료기관이 세부적인 치료상의 차이로 다른 진료행위로 판단할 경우 기본형 상품으로 비급여 치료를 받는 것도 이론상 가능하다”며 “결국 투명한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이번 대책을 완성시키는 지름길”이라고 당부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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