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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로 돌아온 안무가 안은미] "할머니들이 곧 역사...그 몸짓을 기록하죠"

선착순으로 모은 할머니 36명

평상복 입고 춤추는 모습 선봬

몸짓에 담긴 노고·외로움 표현

시각장애인들과 함께한 작품 등

2018년까지 공연 일정 다 잡혀





대본도 의상도 없다. 댄서는 선착순으로 모은 할머니 36명. 리허설은 단 하루. 준비물은 마음에 쏙 드는 평상복과 춤을 추고 싶은 마음뿐이다. 막춤을 추려는 것인지, 할머니들을 모아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그 의도가 불분명하다. 하지만 막이 오르면 모든 게 명확해진다. ‘할머니의 몸이 역사’라는 메시지다.

2014년 유럽을 강타했던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가 돌아왔다. 프랑스 르몽드가 2015년 “무용수가 아닌 할머니들의 몸이 어느 옛날이야기보다 더 실질적인 역사책 그 자체”라고 평했던 이 공연은 두산아트센터와 안은미컴퍼니가 ‘한국인의 몸과 춤’에 대한 리서치를 통해 2011년 탄생시킨 작품이다. 지난 25~26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펼쳐진 무대는 열기가 대단했다. 이틀치 표가 모두 동날 정도로 관심이 높았던 공연다웠다.

이번 무대는 ‘갈등’을 주제로 한 두산아트센터 인문극장을 여는 첫 순서로도 주목을 받았다.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안무가 안은미는 “어머니들의 인류학적 몸짓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안은미가 정의하는 할머니 댄서들의 몸은 ‘보디 뮤지엄(Body Museum)’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그 세대가 사라지면 다시는 볼 수 없는 몸의 수집활동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할머니들의 몸에 관심을 가졌나.

“우리나라에서 남자와 여자 중 누가 더 힘들게 살았느냐 묻는다면 여자다.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서글픔은 남성이라는 생물학적 계급이 가진 것과 달랐다. 나 역시 여자고. 여자 안무자의 시각으로 여성의 삶을 위안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나 역시 관심이 없을 때는 할머니들의 춤이 특별하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리서치를 통해 지방을 돌면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게 됐고 그들의 몸이 정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에 서글픔과 노고, 외로움이 있었다. 여기에 죽음을 앞두거나 경험해본 이들이 가진 거리낄 것 없는 신명이 DNA로 남아있더라. 그래서 생각했다. 백자, 청자 이런 것만 보존해야 하는 게 아니라 몸이 쓴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고.”

△안은미만의 장르가 뭐라고 생각하나.



“‘현대무용의 혁명가’라고 불리는 피나 바우슈는 ‘탄츠테아터(춤연극)’라는 그녀만의 장르를 개발했다. 내가 22년 늦게 태어났더니 피나가 다 해서 할 게 없더라.(웃음) 예술이라는 건 이미 한 걸 똑같이 하면 안 된다. 그래서 나의 언어를 찾았다. 피나가 서양의 변증법, 기승전결이 있다면 나는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이야기, 논리적인 사고보다는 축적된 가치를 응축해서 뽑아내는 작업을 할 수 있다. 내 작품은 드라마가 없지만 단순한 언어로 강렬하게 소통할 수 있다.”



△새로 준비하는 작품은.

“2018년까지 공연 일정이 다 잡혔다. 무용수들과 함께하는 작품도 해외 페스티벌에 다수 초대됐고 9월에는 시각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안심댄스를 해외 무대에 선보인다. 5월에는 예술의전당에서 저신장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신작 공연도 있다.”

△안은미처럼 자유롭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주에서 잠깐 놀러 온 듯, 이 별은 내 별이 아니고 잠깐 놀러 온 마음으로 살면 된다. 요즘 혼밥, 혼술이 유행이라고 하는데 나는 30년도 전에 이미 혼밥했다. 스물두 살 때 처음으로 빨간 재킷을 사서 입어봤다. 기분이 좋아지더라. 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 사회가 강요하는 색 속에서 집단화돼서 살아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부턴 야광 티셔츠, 레이스 치마, 핫핑크 재킷 이런 것들만 입는다. 이 의상이 나의 정서를 표현하니까.”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사진제공=안은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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