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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진단·예방적 수술...췌장암 극복 길 열렸다

장진영 서울대병원 교수팀 진단법 개발

혈액검사로 췌장선암 90% 검출

1~2년후 상용화 제품 출시 예상

췌장암 환자 데이터베이스 활용

물혹 악성 종양화 예측법도 개발

췌장암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이 10%를 밑돌고 75% 이상의 환자가 수술이 불가능한 3~4기에 진단되는 ‘공포의 암’이다. 연간 5,000여명이 췌장암 진단을 받아 암 발생 순위는 9위지만 5년 생존율은 꼴찌다. 발견 후 평균 생존기간도 14개월에 불과하다. 지난 2011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가 8년간 투병한 질환도 췌장암이었다.

하지만 췌장암의 조기진단과 수술 성공률을 높여줄 희소식이 있다. 장진영(사진)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팀이 혈액검사로 췌장암을 조기진단할 수 있는 방법과 물혹이 악성 종양으로 바뀔 위험도 계산법을 개발해서다.

장진영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췌장은 길쭉한 잎사귀(12~20㎝) 모양으로 각종 소화 효소와 혈당조절 호르몬(인슐린·글루카곤)을 만든다. 수술이 가능한 초기 췌장암은 치료만 잘하면 20% 정도의 환자에게서는 완치까지도 바라볼 수 있고 1기에 수술을 받으면 완치율은 2배 이상 된다.

◇피검사로 췌장선암 90% 이상 검출

문제는 높은 신뢰도를 가진 췌장암 조기진단법이 없다는 데 있다. 췌장암은 종양의 위치와 크기, 전이 정도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환자의 대부분에게서 복통과 체중 감소가, 췌장과 십이지장이 만나는 부위에 암이 생기면 황달이 나타난다. 하지만 췌장의 왼쪽·가운데 부분에 암이 발생하면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 복통·식욕부진·체중감소·황달은 만성 췌장 질환 등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에 특이성이 떨어진다.

췌장암 의심 환자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그러다 보니 꽤 진행된 후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 10명 중 8명은 수술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다. 수술을 하더라도 육안으로는 완전히 절제된 것처럼 보여도 미세 전이까지는 잡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췌장암은 항암제·방사선 치료에 대한 반응도 낮은 편이다.

따라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조기에 발견해 수술하는 것이다.

장 교수팀은 피검사로 췌장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들을 발굴하고 이들을 조합해 췌장선암은 90% 이상, 기존 진단법으로는 불가능했던 다른 암종에 대해서는 70%가량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장 교수는 “사용 편의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작업이 마무리 단계고 올해 임상시험에 들어간다”며 “1~2년 뒤쯤 상용화 제품이 나와 1차 선별검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진단이 가능해지면 5㎜ 크기의 종양도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수술이 가능해진다.







◇제거 대상 물혹 선별도 가능해져

장 교수팀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췌장암 환자 2,500여명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췌장에 생긴 물혹(낭종)의 악성 종양화 예측기법(nomogram)도 개발했다. 성별, 나이, 종양의 크기, 격벽의 두께, 피검사(CA19-9 및 CEA) 수치 등을 입력하면 점수로 계산돼 암으로 바뀔 위험이 몇 %인지 계산할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존스홉킨스대 병원, 유럽 췌장암센터 등과 공동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도 만들고 있다.

췌장 물혹은 다른 장기에 생긴 것과 달리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해도 워낙 깊숙한 부위에 있다 보니 대장 용종처럼 손쉽게 제거할 수도 없다. 사람에 따라 2~3년 만에 암으로 바뀌는 사람도 있고 20년이 지나도 안 바뀌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천차만별인 것도 문제다. 최근에는 건강검진 때 복부 CT를 찍었다가 물혹이 발견돼 외래진료를 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

앞서 장 교수팀은 물혹 중 소화액이 흘러가는 췌관 안에 생긴 젖꼭지 모양의 종양(췌관 내 유두상점액종양)이 매년 2~3%씩 췌장암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장 교수는 “물혹이 크거나 자라는 속도가 빨라지거나 격벽이 두꺼워지거나 피검사에서 수치가 올라가는 사람은 악성 종양으로 바뀔 위험이 높다”며 “이 경우 수술로 제거하는 적극적인 암 예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악성화 가능성이 낮거나 없으면 수술을 안 하고 주기적으로 검사를 하면서 경과 관찰을 하면 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외과 영역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Annals of Surgery)에 게재됐다. 장 교수는 췌장암·담도암 분야에서 왕성한 연구를 해왔으며 2010년부터 세계췌장학회가 주관하는 췌장암 전단계 병변 등에 대한 국제 가이드라인 제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초기 췌장암은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로 종양 등을 제거하면 복부 절개를 줄이고 통증·회복기간을 줄일 수 있다. 사진은 서울대병원 로봇수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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