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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혼잡 나몰라라 '기재부의 원칙론'

"정체 개선비는 지자체 몫" 예비타당성 요청 거부

도심 교통투자, 지역간 도로의 1/25...시민불편 외면

지자체 사업의지 비례해 국고 보조금 지원 늘려야







부산의 엄궁동과 북항을 잇는 엄궁대교.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상습정체지역인 이 인근의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도심 내 교통 투자는 지방자치단체의 몫이고 중앙 정부는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에 투자해야 한다는 기재부의 원칙론에 가로막힌 것이다. 재정부담 확대를 걱정하는 것인데 정작 시민들의 불편은 안중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토부가 도심 안에서 발생하는 교통 혼잡을 개선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하면 기재부가 번번이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는 예타 착수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의 도로 사업 과정은 ‘사업 발표→기재부에 예타 요청→예타 수행→기본계획 수립→설계→공사 착수’의 순서로 진행된다. 부산뿐 아니라 김포의 상습정체구간인 한강시네폴리스 진입도로도 시네폴리스 사업계획 승인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타 승인이 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도심 내 도로 투자는 체계상 지자체가 하는 게 맞다”며 “그 원칙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와 곤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자체는 도로 부문 예산 배정에 인색하다. 지난 2015년 지자체의 도로 부문 예산은 전체 예산의 3%에 불과하다. 2009년 이후로 복지예산은 81.2%나 증가한 반면 도로예산은 35.6%나 감소했다.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안 나서는 상황에서 중앙 정부가 앞장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칙을 따지기에는 시민들의 불편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7대 도시의 교통혼잡비용은 총 21조2,929억원으로 지역 간 도로 혼잡비용(12조567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도심 내 도로건설 지원 예산은 매년 1,60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지역 간 지원 예산은 4조236억원에 달한다. 지역 간 도로는 중앙 정부가 건설비를 지원하기 때문이지만 혼잡비용을 감안하면 도심 내 도로건설 지원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토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역 간 교통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과투자 문제까지 나오지만 정작 심각해지는 도심 내 교통 투자는 번번이 막히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 투자도 마찬가지다. 도심 내 혼잡을 줄여줄 철도투자도 제대로 된 국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인천 송도와 서울 청량리를 잇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도 국토부가 기재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최근 다시 요청했지만 기재부는 “천천히 살펴보자”며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4조6,038억원 규모의 사업비가 책정돼 있는 이 구간은 정부 재정과 민간자본을 5대5 정도로 투입하는데 정부 부담이 많아 기재부가 고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교통 불편이 커지고 있는 만큼 지자체의 사업 의지에 비례해 국고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지형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교통 민원은 해결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국가와 지자체 중 누가 투자할 건지 미루기만 하면 불편은 시민들의 몫”이라며 “스스로 나서는 지자체에 국고보조금을 더 지원해주는 등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강광우·서민준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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