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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 앓는 빅2 구조조정-금호타이어] ① 컨소시엄 불가 확약서, 논의없이 단독결정 '産銀의 자충수'

오늘 주주협의회...꼬이는 금호타이어 매각 4가지 논란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싼 파열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제안한 컨소시엄 허용 여부가 27일 주주협의회에서 결정 나지만 사실상 재논의하자는 쪽으로 방향이 모아질 것으로 보이면서 논란은 지속 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지난 24일 ‘박 회장의 계획을 본 다음에 허용 여부를 재논의해보자’는 모호한 안건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이 지난 1월 중국 더블스타 등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확약서를 둘러싼 논란도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박 회장이 제 3자와 공동으로 행사할 수 없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주주협의회와의 공식 논의 없이 단독으로 결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일각에서는 “이대로라면 논란과 소송을 피할 수 없다”며 “재입찰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오늘 주주협의회...꼬이는 금호타이어 매각 4가지 논란

무엇보다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데 산은이 작성한, 결이 다른 두 개의 문서가 존재하면서다. 하나는 산은이 예비입찰 이후 더블스타에 전달했다는 확약서. 다른 하나는 2010년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박 회장이 주고받은 우선매수권 약정서다.

확약서는 우선매수권자인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3자에게 넘기거나 3자와 함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1월 6일 더블스타를 비롯해 예비입찰 심사에 참여한 5개 업체에 확약서를 전송했다. 그 이후부터 ‘컨소시엄 불허’는 지금까지 산은이 고수하고 있는 기본 방침이다.

문제는 이 같은 확약서 내용이 우선매수권 약정서와 충돌한다는 사실이다. 주주협의회와 박 회장 측은 2010년 약정을 교환했다.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은 주주협의회와의 사전 서면 승인이 없는 한 제 3자에 양도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박 회장 측은 “주주협의 서면승인이 있으면 컨소시엄 구성이 된다는 것”이라며 “주문이 단서 조항의 형태로 이뤄진 만큼 일방적으로 허용이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산은이 확약서를 보내기 전 주주협의회 차원의 공식 안건 부의를 거치치 않았다는 나머지 주주협의회의 설명도 있다. 산은이 24일 ‘박 회장이 자금 조달 방안을 가져오면 재논의하겠다’는 안건을 추가한 이유도 사실상 그동안 단독으로 입장을 결정했던 만큼 이제 와 형식적 논의만으로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고민의 결과로 관측된다. 산은은 현재 확약서와 관련해서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② 컨소시엄 허용 땐 더블스타와 충돌…예고된 소송전

이번 금호타이어 매각은 어떤 결론이 나오든 산은이 소송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와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산은이 컨소시엄 허용으로 입장을 바꾸면 더블스타 측의 문제 제기에 당면한다. 급기야 산은을 대상으로 한 국제소송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허용 불허 입장을 밀어붙일 경우 ‘절차상 하자’를 주장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내는 소송에 휘말린다. 산은은 이 둘을 피하고 싶은 상황이지만 지금은 이도 저도 결정하기 쉽지 않게 됐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은은 어떤 결론을 내던 법적 다툼을 벌여야 하는, 좀처럼 보기 힘든 상황에 처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 행사 시기를 둘러싼 분쟁 가능성도 불거지고 있다. 당초 일정은 주주협의회가 더블스타와 SPA 계약을 체결한 지 3일 내 박 회장 측에 계약 제반 사항을 알려주면 그로부터 30일 내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밝혀야 한다. 이에 산은의 계획대로라면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 사용 여부가 결정되는 시기는 4월14일 전후다. 반면 박 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산은이 더블스타에 제공한 확약서를 아직 받지 못했다”며 “이게 없으면 정확한 매각 조건을 알 수 없는 만큼 확약서를 받는 순간부터 시한 산정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산은 측이 당초 계획대로 오는 14일 우선매수권 기한 내 종료를 고집한다면 또 다른 법적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③ 중국자본 공세에 높아진 매각가격…추가투자 여력 약해져

일각에서는 산은 측의 더블스타 측에 확약서를 제공하면서 인수 가격이 올라갔다는 얘기도 있다. 금호타이어 주가는 지난 1월 본입찰을 앞두고 9,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각공고가 나왔던 지난해 9월20일 종가(1만1,200원)와 비교해 20%가량 하락한 가격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당시 매각 적정가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8,000억원 이하라는 분석을 해 왔다. 하지만 더블스타가 제시한 가격은 9,550억원. 금호타이어 주가가 1만원을 넘길 때의 예상가 수준이었다. 프리미엄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수준으로 과도하게 책정된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 후보자들이 산은으로부터 ‘박 회장이 제 3자와 함께 공동으로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확답을 들음으로써 막판 인수 무산 리스크를 덜어 그만큼 베팅을 더한 것 아니겠냐”며 “업체들이 그 금액만큼 써낼 수 있었던 데는 컨소시엄 불허 방침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비싸게 팔면 채권단에게는 좋다. 문제는 가격이 높아지면 인수회사에 대한 투자 여력도 그만큼 준다는 사실. 유동성 위기를 걷어내고 인수기업으로 하여금 투자를 늘려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당초 매각의 취지에서 어긋난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도 “시장의 예측치와 2,000억원의 격차는 비교적 큰 수치”라면서 “차입을 통한 자금조달일 경우 투자 여력 역시 줄지 않겠냐”고 말했다.

④ 워크아웃 취지 사라져...잡음 없애는 재입찰론 힘 실려

상황이 복잡해지자 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 매각 재입찰을 하자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재입찰론은 주주협의회 간사인 산은이 자초한 면이 있다. 국내 산업 생태계 보호 논리와 함께 법적 분쟁 가능성, 금호타이어 상표권 문제 등 산은의 불명확한 업무처리가 원인이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 과정의 부침은 금호타이어를 정상화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워크아웃의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며 “산은이 보다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쳐 잡음 없이 마무리될 수 있는 재입찰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재입찰 목소리가 나온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의 박수현 대변인은 지난 19일 △절차상 문제 △더블스타의 기업 규모·기술 수준이 금호타이어보다 떨어진다는 점 △현재 노동자의 고용보장이 2년에 그친 점 등을 들며 “재입찰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매각 기준에 정성적 평가도 고려했어야 한다”며 “장기고용보장, 연구 및 설비투자, 지역경제에 대한 영향 등을 고려하면 현재 우선매수협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가 적정하다고 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김흥록·강도원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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