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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프라이드’, 동성애로 대변한 시대의 변화(종합)

여기, 시류에 몸을 던진 사랑이 있다. 사랑은 곧 자아로, 정체성으로, 인간의 존엄으로도 해석된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개인의 성취와 사랑을 어떻게 이끄는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개인은 어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가.

연극 ‘프라이드(The Pride)’(작 알렉시 캠벨, 연출 김동연, 각색 지이선)는 1958년 과거와 2017년 현재를 사는 인물들의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다. 영국 런던이라는 공간에서 두 시대를 살아가는 필립과 올리버, 실비아를 통해 성(性)소수자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진=연극열전




‘프라이드’의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가 29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김동연 연출, 지이선 작가를 비롯해 필립 역을 맡은 이명행·배수빈·정상윤·성두섭과 올리버 역을 맡은 오종혁·정동화·박성훈·장율, 실비아 역의 임강희·김지현·이진희, 남자 역의 이원·양승리가 참석했다.

먼저 김동연 연출은 “1958년의 이야기는 마음 아프고 슬프다. 필립과 올리버는 서로를 보면서 자신에 대한 깨달음을 얻지만 그것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 한다”며 “2017년의 런던은 성소수자들이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공간이다. 1958년과 비교할 때 같은 이름을 필립과 올리버가 다른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교차적으로 보여준다”고 서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연극의 제목 ‘프라이드’는 성소수자들의 행진 ‘프라이드 퍼레이드’와 통한다. 1970년 미국에서 스톤월 항쟁 1주년을 기념하던 것이 퍼레이드의 시초다.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움직임은 곧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연극의 마지막에서도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김동연 연출은 “이 작품은 단순히 성소수자들의 투쟁만을 다룬 것이 아니다. 말미에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그 과정을 보는 관객들에게도 가슴 깊이 다가간다”며 작품의 의의를 밝혔다.

‘프라이드’는 앞서 2014년 초연에서 다소 무거운 주제와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했다. 당시 주역이었던 이명행, 정상윤, 오종혁, 김지현이 이번 공연에 다시 참여했다. 열기를 이어받아 2015년 재연에서 열연을 펼친 배수빈, 정동화, 박성훈, 임강희, 이진희, 이원, 양승리 역시 재출연을 결정했다. 그리고 2017년, 2년 만에 돌아온 세 번째 공연에서는 성두섭과 장율 등 새로운 배우를 기용해 신선함을 더했다.

김동연 연출은 초연과 달라진 점에 대해 “초연에 만들었던 것을 유지하고 그 가치를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쉽지는 않다. 실제로 거의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대신 3년 전 초연을 올리면서는 이 이야기로 관객들 앞에 내보일 때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로 들릴까하는 기대 반 우려 반 감정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연출은 이어 “초연, 재연을 이어오며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관객들이 외로움과 아픔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각 인물이 갖고 있는 고민들과 우리가 맞닿아있는 부분을 좀 더 심도 있게 다루고 싶었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렇다면 2014년 이후 작품을 받아들이는 관객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에 대해서는 지이선 작가가 명쾌한 답을 내놨다. 그는 우선 “차별과 혐오는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이제 그런 것들을 꺼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 이야기에 자신을 대입해서 공감할 수 있고 경청할 수 있는 대중들이 늘어났다고 생각한다. 3시간 동안 끝까지 공연을 보는 것이 힘든 일인데 끝까지 보고 같이 공감하기도 한다. 한국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희망적으로 전망했다.

김 연출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가 성소수자에게 가지는 인식도 달라짐에 따라 좀 더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메시지를 소중하게 전달하고 싶다. 내 개인적인 감정이 역사와 끊어질 수 없구나 하는 것을 관객들이 느꼈으면 좋겠다”며 ‘프라이드’의 의미를 다시 강조했다.

‘프라이드’는 1958년과 2017년, 약 60여 년의 간극 속 인물의 변화와 성장이 곧 역사임을 보여준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모두가 좀 더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진실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다고 응원한다. 실제로 그 변화는 공연이 펼쳐지는 3년 동안 관객들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한편 ‘프라이드’는 배우이자 극작가 알렉시 캠벨의 작가 데뷔작이다. 2008년 영국 극장에서 초연한 후 전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다. 국내에서 3번째로 펼쳐지는 ‘프라이드’는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3월 21일부터 7월 2일까지 공연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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