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차세대 성장엔진 위한 소프트인프라]R&D 투자비중 세계 1위라는데...노벨상 배출 못하는 한국

1부. 디지털 혁명 골든타임을 사수하라

<5·끝> R&D,연구자 중심 '홀데인 원칙'으로

정권 바뀔때마다 정책 오락가락...큰그림 못그려

GDP 4.2% 투자불구 선진국과 기술격차 3~4년

R&D관련 결정은 정치가 아닌 연구기관 맡기고

과학기술 정책 총괄 기구로 예산 효율성 높여야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세계 1위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한 명도 없습니다. 발표 논문 수도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1.22%에 불과한 스페인과 비슷합니다.”

세계적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지난해 6월 한국의 R&D 분야가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고 꼬집었다. R&D의 뒷받침이 없으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흐름에서 장기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뼈아픈 지적이다.

실제 관련 지표를 보면 네이처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지난 2015년 GDP에서 R&D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23%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연구개발비 재원 중 정부·공공 부문은 16조2,935억원으로 24.7%, 민간은 49조1,700억원(74.5%)일 정도로 정부와 민간을 가리지 않고 투자가 활발하다.

그러나 효과는 의문시된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은 한국의 기술력이 미국과 비교하면 지능형 로봇은 4.2년, 빅데이터는 3.7년, 지능형 사물인터넷은 4.2년씩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과 전체 기술 격차는 4.4년, EU와 일본은 각각 3.3년, 2.8년이나 된다. 중국보다 1.4년 앞섰지만 2012년보다 0.5년 격차가 줄었다.

‘고비용 저효율 R&D’라는 한국의 고질병은 큰 그림 없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 정부 조직과 정책 탓이 크다.

R&D는 수십년을 내다보는 기초과학과 수년 뒤를 내다보는 응용과학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20년의 정책을 되돌아보면 그렇지 못했다.

1998년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과학기술처를 과학기술부로 승격시키며 세계 10위권의 과학기술 경쟁력 확보를 기치로 내걸었다. 이 기조는 참여정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10년을 못 갔다. 작은 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과학기술부를 해체하고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시키면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했다. 박근혜 정부는 교육과학기술부를 쪼개 미래창조과학부에 과학을 넘기고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신설하며 과학 담당 부처를 더부살이시켰다. 옛 과기부 출신 관계자는 “정부 R&D는 정권 차원의 국정 어젠다 실행과 소관부처 예산 확보라는 미시적 관점에서 움직였고 거시적 관점의 전략은 찾아보기 힘든 구조”라며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담당하며 ICT와 과학진흥책을 담당했던 미래부가 과학담당 1차관을 기재부 출신에게 맡기는 등 기초과학을 사실상 홀대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내놓는 해법은 단순하다. R&D 결정은 정치인이 아닌 연구기관이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홀데인 원칙(Haldane principle)’이다. 실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대학과 기업 및 연구기관 종사자 1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가 R&D 산업 생산성 저해 요인으로 △정부 R&D 관련 중장기 전략 부재 △R&D 특성을 무시한 키워드 중심의 중복심사 △성과중심의 평가제도 등이 1·2·3위에 꼽혔다.

차기 정부는 △사업기획 과정에서 전문가 참여 확대 △양적 성과 중심의 평가제도 개선 △국가 차원의 중장기 R&D 전략 수립 및 연구자들의 자율성 보장 등을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 결국 ‘연구자 담당 분야는 연구자에게’라는 원칙을 일관되게 요구한 셈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홀데인 원칙을 바탕으로 R&D 전략의 새 틀을 짰다. 독일은 연구자금과 인력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2012년 ‘학술연구자유법’을 제정했다. 예산·인력·연구협력시설 연구소의 자율 운영과 예산 이월, 용도 변경에 대한 투명하고 자율적 결정 허용 등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일본도 과학기술 기본계획을 국가연구개발의 전략적 방향으로 설정하고 기초과학 진흥과 국가 중점추진과제 지원이라는 큰 틀에서 과학정책을 운용한다.

우리나라도 홀데인 원칙에 따라 과학기술전략본부·국가과학기술심의회·과학기술전략회의·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등을 하나로 묶는 총괄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과학기술정책 총괄기구를 재편하고 지원하는 조직으로 전담부처를 신설하되 예산과 평가기능은 다른 부처로 이전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과학기술총괄기구는 신설하되 이를 지원하는 전담부처 대신 미래부 1차관이 담당하던 일을 교육부나 산업부로 넘기는 안이다.

양승우 과학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두 방안 모두 현재의 분권형 정부 연구개발 시스템을 기반으로 국가과학기술정책 총괄기구를 신설하는 안”이라며 “1안은 기구 간 연계성 강화가 숙제고 2안은 장기적 관점의 연구가 소외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