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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만난사람]김도진 기업은행장 "중기대출 1조5,000억 늘려...비 올 때 우산 뺏지는 않을 것"

한계中企·영세기업 여신 상황 일일이 현장 점검

사전 건전성관리 강화하되 긴급 유동성지원 늘려

해외 20%·비은행 20%로 수익구조도 적극 개선

김도진 기업은행장 인터뷰/권욱기자




김도진(58·사진) IBK기업은행장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기업은행은 거래기업 130만개 중 92%가 종업원 20인 이하의 영세기업이다 보니 금리 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김 행장은 장거리에 강한 카니발을 새로 구입해 전국 지점을 돌며 여신 리스크를 일일이 점검하고 있고 급할 때는 이동 중인 카니발 내부에서 실무자회의를 열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제신문은 오는 6일 취임 100일을 맞는 김 행장을 2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김 행장은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를 발표하긴 했지만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며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와의 차이가 좁혀지면 국내에서도 금리 인상 압박의 목소리가 커지고 실제 인상으로 이어지면 가뜩이나 장사가 잘 안 되는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한번에 0.5%포인트 이상만 인상돼도 거래기업들 중에는 원리금을 제때 못 갚는 기업이 있을 수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고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기업은행이 금리 인상에 예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또 있다. 거래기업 대부분이 20인 이하의 영세기업이어서다. 김 행장은 최근까지도 현장을 돌아다니며 한계 중소기업들의 상황을 체감하고 있다. 그는 “중소기업 간 빈부격차도 크다”며 “1차 벤더들은 상황이 그나마 괜찮지만 나머지 2·3차 벤더들은 전부 영세기업들”이라며 “지역 공업단지를 가보면 (경영)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체들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김 행장은 ‘비(경기 부진) 올 때 우산(여신)’을 바로 빼앗지는 않을 생각이다. 그는 “기업은행이 거래하는 대부분의 고객이 시중은행은 거래를 꺼리는 영세기업들”이라며 “기업은행마저 기업 상황이 어렵다고 여신을 무작위로 회수하면 전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은행이 갖고 있는) 정책금융 지원의 역할은 오히려 더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 행장은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경제상황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기업은행은 위기 극복을 위해 자금공급계획을 지난해보다 1조5,000억원 늘린 43조5,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은행의 여신 건전성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경기가 어려우면 기업들의 도산이 우려되고 은행 역시 건전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김 행장은 “(기업은행의) 건전성이 약화되면 성장이 유망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여력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오랜 중소기업금융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전 건전성 관리는 강화하되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기업에는 긴급 유동성을 지원해 어려운 시기를 탈출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또 “부실징후가 있는 기업은 적극적인 구조조정 추진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지원, 여신자산의 부실화를 방지하겠다”며 적절한 여신 리스크 관리 방법을 찾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기업은행의 수익구조 개선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취임 후 ‘해외 부문 이익 20%, 비은행 이익 2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과 예대마진이 아닌 비은행 이익으로 간주되는 각종 수수료 수익이나 컨설팅 수수료 등이 전체 은행 이익의 40%를 차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경기변동에도 은행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게 김 행장의 생각이다. 해외영업 강화를 위해 김 행장은 지난달 4박5일 일정으로 베트남의 호찌민과 하노이지점을 방문해 현장을 직접 챙겼다.



김 행장은 “1990년 초 한중 수교 이후 국내 은행들이 중국에 진출해 나름 성과를 거뒀다”며 “그러나 이제는 중국 시장에서도 수익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제2의 중국을 찾아 나서야 한다”며 베트남 등 동남아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동남아의 경우 은행 순이자마진(NIM)이 한국보다 높고 앞으로 10~15년 정도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김 행장의 판단이다. 김 행장은 베트남 이외에 인도네시아·캄보디아도 함께 공략할 예정이다. 현재 27개 해외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행의 해외사업 이익 비중은 은행 전체 대비 7.0% 수준이다. 현재 베트남 영업점의 법인 전환을 검토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 은행을 인수할 예정이다. 또 캄보디아의 프놈펜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해 ‘동남아시아 벨트’를 구축할 예정이다. 김 행장은 “인도네시아의 경우 아직 구체적으로 보고 있는 인수 대상자는 없다”면서 “중소기업 특화 은행인 만큼 현지에서도 정체성이 비슷한 은행을 찾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비이자 부문 수익 강화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이에 앞서 은행 수수료에 관한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이 수반돼야 한다는 소신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행장은 “수수료 도입이나 인상에 대한 담론은 많은데 방울을 달 사람은 없다”면서 “씨티은행에서 계좌 유지 수수료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이와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당위성을 많이 설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T&G 등 보유지분 매각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기업은행은 7,700억원의 이익이 기대되는 KT&G 지분(6.93%)을 연내에 매각할 예정이다.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내년에 매각하면 이익으로 잡히지 않기 때문에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김 행장은 “정부가 소화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때 곧바로 매각에 나설 것”이라며 “전략기획 부장 시절부터 해서 매각을 위한 준비는 끝내놓았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마지막으로 “공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수익까지 내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라며 “‘비 올 때 우산을 빼앗지 않는다’는 기본 철학을 지키면서 금리 인상, 구조조정 본격화, 중소기업 부실 증가 등의 파고에 맞서기 위해 수익성을 보강해 기업은행을 ‘강하고 탄탄한 은행’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담=김홍길 금융부장 what@sedaily.com

/정리=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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