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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탈출! 힐링 아지트]지친 직장인 달래주는 '수면카페' 가보니

우리나라 직장인 하루 수면시간 6시간6분

OECD 회원국 중 꼴찌

점심시간 이용해 수면카페 찾는 직장인 수요 많아

짧은 시간에 숙면 취할 수 있어 인기





주=‘월화수목금금금’.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데 왜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하는 걸까. 기업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은 쌓여가는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 시간도 없이 일에 치이고 있다. 가끔 지인들과 갖는 술자리가 그들의 유일한 해소 방법이라는 현실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직장인들에게도 ‘아지트’가 필요하다. 휴식을 취하며 피로를 풀 곳이 절실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서울경제신문 기자들이 각종 아지트를 직접 찾아가봤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힐링’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 보험사를 다니는 2년차 직장인 남 씨(30)는 늘 잠이 부족했다. 연일 이어지는 야근과 쉬지 않고 찾아오는 회식자리 탓이었다. 출근 시간은 오전 9시였지만 사실상 무의미했다. 8시가 되기 전에 칼같이 자리에 앉아 있는 부장님보다 늦을 순 없었다. 평일 ‘꿀잠’은 희망 사항일 뿐이었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 늘 커피를 달고 살았다.

그런 그가 수면카페에 처음 찾은 건 지난해 9월. 전날 먹은 술이 도저히 깨질 않아 절박한 심정으로 점심시간에 잘 수 있는 공간을 찾던 때였다. 남 씨는 “알람을 맞춰놓고 눕자마자 잠이 들었는데 1시간 후에 깨고 보니 몸이 한결 가벼웠어요”라며 “그 때부터 잠이 부족하거나 피곤할 때면 점심을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히 때우고 수면 카페를 찾습니다”라고 말했다.

‘저녁이 있는 삶’이 중요하다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이 늦은 퇴근으로 수면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 우리나라 직장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6분. 회원국 중 꼴찌였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컨디션까지 회복할 수 있는 수면카페의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궁금증은 남는다. ‘짧은 시간에 잠이 들 수 있나? 불편하지는 않을까?’ 당장 떠오르는 질문을 포함해 수면 카페의 ‘A부터 Z’까지 그 모든 것을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체험해봤다.

◆ 자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야

수면카페는 잠을 위한 공간인만큼 내부가 어둡다. 밝은 조명이 비추는 곳은 안내데스크가 유일하다./정가람기자.


지난달 31일 찾은 강남역의 한 수면카페. 점심시간에 맞춘 오전 11시30분께 이곳을 방문했다. 구두를 실내화로 바꿔 신고 들어간 카페 내부는 생각보다 더 어두웠다. 유일하게 밝은 곳은 카페 주인이 서 있던 창구뿐이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는 손님이 있던 탓에 주인은 속삭이는 목소리로 기자를 맞았다.

검은 커튼들 사이를 지나 안내받은 자리에는 황갈색 인조 가죽의 넓은 소파가 있었다. 180cm 중반대의 키에 몸무게가 90kg 가까운 기자가 누워도 여유 공간이 충분할 정도의 크기였다. 소파에 앉아 앞에 놓인 리모컨을 조작하면 등과 다리의 각도 조절이 가능해 본인이 가장 편한 자세로 누울 수 있다. 옆 좌석과의 거리가 조금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커튼을 치면 나만의 수면 공간이 완벽하게 확보돼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수면카페에 마련된 소파. 좌석마다 검은 커튼을 칠 수 있어 사생활이 보장된다./사진제공=꿀잠.


제공되는 담요를 덥고 소파에 누웠다. 전날 잠을 푹 자고 온 터라 쉽게 잠이 들 수 있을 지 걱정한 것도 잠시. 수면 안대를 쓰고 잠을 청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금세 깊은 잠에 빠졌다.

분위기의 역할이 컸다. 어두운 조명에 조용한 실내 공간. 곳곳에서 작동하는 공기청정기와 은은한 아로마 향도 숙면을 위한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어줬다. 천장 배수로를 흐르는 물소리가 ‘백색소음’이 돼 준 점도 한몫 했다. 혹여나 물소리나 주변의 작은 소음들이 거슬리는 고객들을 위한 귀마개도 제공한다. 한마디로 ‘잠이 들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 주는 곳이었다.



30분 넘게 잠에서 깨지 않자 함께 갔던 동료 기자가 몸을 흔들었다. 한 번에 깨지 못했을 정도로 잠에 깊이 빠진 상태였다. 오랜만의 단잠을 자서 더 누워있고 싶었지만 카페 내 다른 부가 서비스도 체험해 봐야 했기 때문에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짧은 낮잠에도 확실히 몸이 한 결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다.

◆ 부가 서비스는 ‘덤’

기본적으로 수면카페는 잠을 위한 공간이지만 다른 부가 서비스도 즐길 수 있다.

소파마다 설치돼 있는 TV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일반 데스크 탑 컴퓨터의 모니터만한 크기였다. 개별 각도 조절이 가능한데다 소파마다 따로 리모콘이 마련돼 있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소리를 듣는 방식이다.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파 등받이 부근에 있는 스피커를 통해 소리를 듣는다. 사용자에게만 전달되게끔 스피커 설계가 돼 있는 덕분에 소파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주변 손님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일 뿐이다.

수면카페 내부에 설치된 안마의자에서 피로를 풀 수 있다./정가람기자.


만족도를 높이는 서비스는 이 뿐만이 아니다. 안마의자는 이 곳의 인기 품목이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잠을 자기 전이나 잠깐이라도 안마의자를 찾는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덕분에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기자는 운 좋게 대기 시간 없이 안마 의자를 이용할 수 있었다. 따로 마련된 방에 들어가 안마의자에 앉았다. 낮잠에 안마까지. ‘수면카페를 이래서 오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즐기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일까. 가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 곳의 가격은 1시간에 5,500원. 일반 카페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보다 조금 비싼 수준에 불과하다.

24시간 운영되는 이곳의 야간 정액(오후 9시~다음날 오전 8시)은 1만5,000원. 대중교통이 끊긴 늦은 시간에 어쩔 수 없이 타는 택시 요금 수준이다. 귀가를 포기한 채 회사 근처 수면카페에서 푹 자고 출근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수면카페 관계자는 “개인의 사생활이 보호되는 공간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피로를 풀 수 있다는 장점으로 직장인들의 수요가 꾸준하다”며 “남자와 여자 손님들의 비율이 거의 비슷할 정도로 성별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추세”라고 말했다./정순구·정가람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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