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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씨의 #오늘도_출근] '머리가 지끈지끈', 사내정치는 필연적?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심판 끝에 청와대 주인 자리에서 물러나고 결국 구속이 되는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고, 전 주인이 비워놓은 자리는 5월 9일 19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바로 다음날부터 채워지게 됩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저와 같이 정치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너도나도 정치에 관해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00가 깨끗해 보이니깐 대통령 잘할 거야’, ‘저 사람은 왜 이렇게 상대방 비난만 하는 거지? 자기 정치를 해야지’와 같은 ‘난상토론’도 술자리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죠. 정말 제3자의 입장에서 정치판을 보고 있노라면 신기할 정도입니다.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글’과도 같은 모습이라 ‘왜 내가 다시 이런 곳에 관심을 두게 됐지’하는 후회마저 드네요.

요즘 들어 느끼는 것은 국회의원분들이 계시는 국회나 회사나 똑같은 정치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라인 하나로 자신의 승진과 온갖 영욕이 결정되는 세상사 이치는 그곳이나 제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나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우리 회사 영업 1부와 2부는 항상 경쟁 관계에 있습니다. 서로 맡은 분야는 다르지만 성과를 내야 하는 영업직인 탓에 주로 비교 대상이 되곤 하죠. 이렇다 보니 수장인 부장들끼리의 관계도 뻔합니다. ‘견원지간’이 따로 없을 정도죠. 가끔 점심을 먹기 위해 회사 밖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될 경우에는 합석한다든지 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마치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반응을 보이며 서둘러 그 자리를 떠 버리고야 맙니다.

부장들이 이렇다 보니 아래에서 근무하는 직급들도 서로 헐뜯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처럼 보입니다. 혹여 한 팀이 실적이 좋지 않아 대표에게 혼이라도 나면 상대 부서는 그날 회식을 할 정도니까요.



회사에 들어와 일한 지도 벌써 5년째. 처음에는 알지 못했던 라인을 이제야 발견했습니다. (둔감하기도 해라) 1부장은 김 재무이사라인, 2부장은 조 상무 라인으로 단순히 성과 경쟁이 아니었더라도 서로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이었던 것입니다. 서로 말도 안 할뿐더러 이들이 서로를 향해 쏟아내는 비난과 뒷담화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이런 관계 때문에 두 부장에게 있어 내부에서 어떠한 목소리가 새어나가는지에 대한 여부는 업무보다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부하직원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 소문을 퍼뜨린 진원지가 어딘지, 자신에게 얼마나 충성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니까요.



(입사 후 6개월쯤 지난 어느 여름날, 점심시간이 지나고 씩씩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1부장. 왜 기분이 나빠 저러는 것인지, 영문을 모르고 있을 때쯤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라는 ‘명령 카톡’이 날아온다.)

1부장 : 서경씨, 솔직히 말해. 솔직히 말하면 내가 다 용서해줄게.

이서경 : 네?(당황) 어떤 것을 솔직히 말해야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1부장 : 다 알아보고 나서 이렇게 물어보는 거 아냐. 왜 이렇게 솔직하지 못해? 서경씨가 내 험담하고 다닌다는 거 모를 줄 알았어?



이서경 : 부장님. 저 절대 그런 적 없어요. 왜 제가 부장님 욕을 왜 하고 다녀요. 저 진짜 억울해요.

1부장 : 진짜야? 그거 맹세할 수 있어?

이서경 : 그럼요. 진짜 맹세할 수 있어요. 제가 왜 부장님을 욕해요. 그럴 만한 이유도 없고, 그런 행동도 하지 않았어요.

1부장 : 그래? 그럼 이번만 믿어줄게. 다음에 만약 오늘처럼 이상한 소리 나오면 진짜 그때는 서경씨 큰일 날 줄 알아. 나가 봐!



정말 진절머리가 납니다. 자신이 누군가의 욕을 ‘시원시원’하게 하고 다녀서인가. 자신이 욕을 먹을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1부장은 그 후에도 수시로 부하직원들을 불러 자신에 대한 충성심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영업 1부와 2부 부장도 한 마음으로 같은 목소리를 낼 때가 있습니다. 딱 두 가지 경우인데요. 한 가지는 회사에 경력 사원이 들어오면 앞다퉈 뒤에서 험담하거나 단점을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됩니다. 혹여 그 경력 사원이 ‘낙하산’이라는 소문이라도 돌면 기필코 그 직원을 쫓아내고야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여기저기서 ‘씹어’대기 일쑤죠.

이 두 부장이 한 목소리를 내는 다른 하나는 회사 위계질서는 반드시 지켜져야만 하는 철칙이라는 것입니다. 자기 비위를 맞추지 않는 부하 직원에게는 “똥, 오줌을 못 가리는 친구”라며 쯧쯧거리지를 않나, 줄타기를 강요하다 맘대로 되지 않으면 ‘잘라버리겠다’며 술에 취해 협박까지 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휴…. 저 이 회사 계속 다녀야 하는 건가요?

누가 해결책이 있다면 좀 알려주세요. 제발!!!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

‘#오늘도_출근’은 가상인물인 32살 싱글녀 이서경 대리의 관점으로 재구성한 우리 모두의 직장 생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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