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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각사 이끈 '성북동 거장들' 한자리에

김종영·권진규·송영수·최만린

조형세계 대표하는 54점 전시

6월18일까지 성북구립미술관

권진규의 1970년대 작품 ‘가사를 걸친 자소상’ /사진제공=성북구립미술관




김종영의 1968년작 브론즈 ‘작품 68-1’ /사진제공=성북구립미술관


북한산 품에 안긴 서울 성북동은 오래 전부터 예술가들이 사랑한 곳이었다. 진경산수화를 개척한 겸재 정선은 성북동의 자연경관을 즐겨 그렸고 오원 장승업은 성북동에 살며 대담하고 호방한 작품세계를 펼쳤으며 소정 변관식·수화 김환기 등 걸출한 화가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예술의 지평을 열었다. 화가 뿐 아니다. 한국의 1세대 조각가 김종영(1915~1982)은 경남 창원의 양반 가문 태생이지만 서울로 와 1948년부터 인근에 둥지를 틀었고 숱한 작품을 낳았다. 한국적 리얼리즘 을 선도한 권진규(1922~1973)는 함흥에서 태어나 일본서 유학한 후 1959년 귀국해 후 성북구 동선동 언덕에 직접 지은 집과 아틀리에에서 작품에 몰두했고 그 작은 공간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조각가다. 김종영의 서울대 제자이자 한국 철조(용접)조각의 선구자인 송영수(1930~1970)는 1965년 직접 지은 성북동 집과 마당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작품을 제작했다. 생명의 근원을 주제로 한 추상조각의 대가이며 국립현대미술관 관장까지 지낸 최만린 작가(82)는 삼선교 전셋집 시절을 거쳐 1965년 정릉동에 집을 짓고 이후 근처에 지은 두 번째 집으로 이사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한국 근현대 조각사를 이끌어온 거장들이자 성북지역에서 인연을 가진 김종영·권진규·송영수·최만린의 작품세계를 다시 들여다본 기획전 ‘성북의 조각가들’이 성북구립미술관에서 6월 18일까지 열린다. 각각의 조형세계를 대표하는 54점이 전시됐다. 하나같이 중요한 작가들이라 한 자리에서 모두 만난다는 사실 만으로도 의미있는 전시다.

제1전시실에서 만나는 권진규의 자소상이 강한 울림을 전한다. 제 얼굴을 빚고 뜨거운 불가마에서 구워내 색을 칠하는 과정을 거치며 작가의 손길은 스스로를 어루만졌고 인간의 유한함을 탄식하며 초월적 세계를 갈구했을 것이다. 자신을 가사 걸친 스님처럼 표현했고 깊은 눈은 먼 하늘을 향하고 있다. 나란히 놓인 두상은 이번에 최초로 공개된 유작으로, 1960년 무렵 최만린이 권진규의 아틀리에를 방문했을 때 권진규가 직접 선물한 테라코타 작품이다.

조각가인 최만린이 자신의 얼굴을 콩테로 그린 자화상도 인상적이다. 작가의 고뇌와 고집이 짙다. 한국전쟁을 겪은 최만린은 생명의 의미를 응축한 ‘이브’ ‘태’ 등의 작품으로 상흔을 치유했고 이후 서예의 필법과 동양철학이 모티브가 된 작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가정신을 표출했다.

최만린의 1964년작 ‘이브 64-6’ /사진제공=성북구립미술관




송영수의 1967년작 ‘순교자’. 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 /사진제공=성북구립미술관


마흔에 세상을 등진 조각가 송영수는 주로 인체형상을 주제로 추상성을 연구했다.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1967년 상파울로비엔날레에 ‘순교자’를 출품했고 지난 2010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도 열렸다.

1953년 런던 국제공모전에서 입상해 국내 조각가 최초로 국제전 수상기록을 세운 김종영의 대표작들도 두루 볼 수 있다. 그의 굳건한 조각이 진미지만 김종영이 직접 그린 성북동 ‘동네 풍경’의 수채화 또한 별미다. 산기슭에 올망졸망 붙은 작은 집들을 그렸는데 맑은 하늘빛을 담은 푸른 지붕색이 희망을 속삭인다. 빠듯한 삶 속에서 푸르른 내일을 꿈꾸던 예술가의 젊은 한 때가 보인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김종영의 1973년작 ‘동네 풍경’. 김종영미술관 소장


예술가들의 집과 작업실을 중심으로 (재)내셔널트러스트문화유산기금이 제작한 서울 성북동 인근 지도 /사진제공=성북구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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