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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 自是者不彰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자시자불창·자신만이 옳다고 하는 사람은 드러나기 어렵다>

급작스런 장미대선 판세 혼전에

'나만 옳다'며 경쟁자 헐뜯기 골몰

지나친 자신감이 약점 만들 수 있어

'틀릴 수 있다' 가능성 인정할 때

공감·참여 민주주의 활성화 될 것





5개의 정당이 대통령 선거에 나갈 후보를 다 결정했다. 무소속 출마자까지 포함하면 후보자는 모두 다섯 손가락을 훌쩍 넘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선거 자금과 당선 가능성 등 현실적 이유나 후보 단일화의 명분을 들며 도중에 사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체 후보자는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윤곽이 드러날 듯하다. 지금까지 선거판의 상황은 유력 후보자가 도중에 출마를 포기하고 개별 정당의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탈락자가 생기자 지지율이 자주 변하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선거란 원래 예측하기가 쉽지 않지만 이번 대선은 예측 불가능성이 유달리 높은 편이다. 갑작스러운 탄핵정국이 발생하고 선거 기간이 짧은 탓에 예측 불가능성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선거 판세가 혼전을 보이며 예측이 어려워지자 후보자들은 경쟁자의 허점을 크게 부각시키며 자신이 우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대선 후보자들은 자신의 단점을 감추고 장점을 드러내려고 한다. 설혹 선거 과정에 자신의 단점이 부각되더라도 끝까지 감추며 정면 대응을 피하려고 한다. 요즘 이러한 방법을 사용해 자신이 뛰어나다는 점을 홍보한다고 하더라도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노자의 말처럼 “자신만이 옳다고 하는 사람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자시자불창·自是者不彰).” 노자의 말은 ‘여씨춘추’를 보면 보다 자세하게 풀이되고 있다. 경쟁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이 옳다고 말하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며 헐뜯기 쉽다. 특히 경쟁자들은 언변과 말솜씨가 뛰어난 전문가를 끌어들여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설정해 좋은 이미지로 포장하려고 한다. 아울러 서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온갖 네거티브 전략을 동원해 상대를 치열하게 비방한다. 이렇게 프레임과 이미지로 신경을 쓰면 쓸수록 실상에서 멀어지게 되고 승리만을 최고의 목표로 삼게 된다.

권위주의 정부가 득세하던 시절에는 반대자를 억압하고 진실을 엄폐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만이 옳다”는 자시(自是) 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다. 지금은 소수만이 공유한 정보도 널리 알려져서 진실을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으며 시민의 민주주의 의식이 높은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나만이 옳다”는 전략을 내세우면 오히려 장점이 철저하게 해부돼 단점으로 바뀌고 단점이 환히 드러나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자시 전략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장점을 상세하게 해명하면서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나아가 자신이 잘못하는 단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도움을 구할 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다. “나만이 옳다”는 자시 전략에만 매달리지 않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자비(自非)의 가능성을 인정할 때 더 많은 사람들이 눈앞에 닥친 현안만이 아니라 우선적인 국정 과제에 참여하는 민주주의가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는 자시 전략으로 성공한 정권의 폐해를 직접 경험했다. 당선자가 장점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단점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선거가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선거 과정은 후보자들이 자신을 더 많이 알리고자 하는 특성을 갖지만 선거 결과는 당선자의 면면이 속속들이 밝혀지지 않고 끝나버린 역설을 낳게 된다. 당선자의 입장에서 영광이었겠지만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불행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당선자와 국민 모두에게 좋은 결과로 끝나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우리는 “나만이 옳다”며 경쟁자를 배제하고 공격하는 후보보다 “내가 틀릴 수 있다”며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슬기롭게 길을 찾으며 경쟁자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후보에게 관심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 후보를 더 많이 더 정확하게 알아 당선자와 국민이 불행해지는 결과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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