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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금융인의 수오지심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사장





지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정보를 구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에서 발로 뛰어야 했다.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아 도움을 받아야 했고, 통계자료나 연구자료를 어렵게 찾은 후에도 방대한 자료를 일일이 읽어가면서 필요한 정보를 추출해 옮겨 적거나 복사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검색만으로도 손쉽게 정보를 구할 수 있게 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간편하게 소통도 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과 SNS는 이제 한 단계 더 발전해 1인 미디어로서 언론의 역할까지 하게 됐으며, 그동안 소외됐던 소수의 생각과 의견에서부터 특수한 그룹만이 보유한 고급정보까지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다.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은 사회 구성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근거와 합리성이 부족한 불완전정보나 심지어 가짜정보·가짜뉴스를 양산하기도 한다.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 자신이 바라는 정보만을 받아들이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왜곡된 정보에 계속해서 노출되면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돼 왜곡된 기억이 생성되기 마련이다.

가짜정보나 가짜뉴스는 일단 퍼지고 나면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으며, 왜곡된 기억은 신뢰할 만한 정보에 자주 노출되는 것 말고는 달리 치유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이나 SNS 이용자들은 수오지심(羞惡之心)을 가지고 진짜 정보만을 전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5월의 대통령선거가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더욱 간절해지는 덕목이다.



주식시장에서의 대표적인 가짜뉴스는 작전세력들이 유포하는 정보들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허위사실이나 과장된 정보를 퍼뜨려 자신의 이익을 챙긴다. 위험요인은 축소하고 기회요인은 부각시켜 투자를 유인하거나, 자기 돈이라면 투자를 주저할 금융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해 수수료를 챙기는 것도 고객에게 가짜정보를 파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자문서비스를 제공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고객이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자문해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지 거래를 성사시켜 자문수수료를 취하는 데 집중한다면 이 또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가짜정보를 파는 것이다.

2000년대 초중반에 미국에서는 엔론(Enron) 등 대기업들의 분식회계 및 내부거래 사건이 발생했고, 골드만삭스와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으로 인해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가짜정보를 팔아 고객을 속이고 희생시킨 대형투자은행들의 민낯이 드러나게 됐다. 그 이후에 미국 기업들은 주요 의사결정과정에서 진정한 자문을 독립적으로 제공하는 부티크IB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부티크IB는 인수합병(M&A)자문과 같은 전통적인 IB업무를 중심으로 지역별·자산가별·업종별로 전문화된 중소형 IB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제프리스·에버코어 같은 부티크IB들이 급격하게 성장하게 됐다.

진정한 자문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온전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을 가져야 하고, 모르거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는 척하면서 가짜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이를 인정하고 고객에게 다른 해결책을 준비해주는 진솔함이 있어야 한다. 금융인에게도 수오지심은 꼭 필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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