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백상논단] 우리 사회를 치유할 조선 향약 정신

김진수 선비리더십 아카데미 회장·전 현대차 부사장

'배려·나눔 등 4가지 덕목' 향약과

'신분 상승 사다리' 역할 과거제도

조선왕조 오백년 지속 비결 꼽혀

도덕성 높여 공동체 정신 함양

자발적 상부상조 가능하게 해야





조선은 중세에 세계 최초로 지식 기반의 문화 사회를 구축한 나라다. 세계의 모든 나라가 계급사회였던 당시 조선도 양반과 상민(평민)의 계급 구분이 분명했다. 하지만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귀족계급만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던 시절 조선은 양반 외에도 상민의 신분 상승 제도와 정치 참여 제도가 실시된 유일한 사회였다. 정치의 공익성이 담보되려면 인사제도의 공정성이 수반돼야 한다. 관료의 등용이 혈연·지연·학연 등에 좌우된다면 정치의 공익성은 무너지고 말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인사제도의 원칙은 ‘입현무방 유재시용(立賢無方 惟才是用)’이었다. ‘현자를 등용하는 데는 모가 나지 않게 오직 능력 있는 사람만 등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과거제도는 입현무방 유재시용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과거제도에서는 생원과 진사 시험이든 문과와 무과 시험이든 초시(初試)에서는 7배수를 뽑고 8도의 인구 비례로 정원을 강제 배분했다. 2차 시험인 복시(覆試)에서는 성적순으로 7분의1을 뽑고 3차 시험인 전시(殿試)에서는 성적순으로 보직 임명에 차등을 뒀다.

상민 출신이라도 과거제도로 관직에 진출할 수 있었기에 조선 사회의 역동성과 개방성이 유지될 수 있었고 세계 최초로 지식 기반 사회의 형성·발전이 가능했다. 조선 시대의 전체 문과 급제자 수는 1만4,615명이다. 그중에서 35.7%에 이르는 5,221명은 상민 출신이다. 과거제도는 상민이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는 사다리 역할을 해준 것이다. 이렇게 양반뿐 아니라 상민도 지식 기반 사회 구축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동됐기에 중세 세계사에 유례없는 오백 년이 넘는 장기적 왕조가 지속할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조선 시대에는 정부가 주도하는 유학적 공동체가 형성됐는데 이를 향약(鄕約)이라고 부른다. 향약은 오늘날 자방자치단체의 조례와 같은 규정이다. 향약의 주된 내용은 덕업상권(덕 쌓는 일은 서로 권하자), 과실상규(잘못하는 일은 서로 말리자), 예속상교(사귈 때는 서로 예의를 지키자), 환난상휼(병들고 어려울 때는 서로 돕자) 등 네 가지 실행 목표를 실천하는 것이다.



향약은 관료 사대부층의 도덕규범을 높이고 도덕성의 제고로 상호 협력하는 사회를 건설하려는 것이었는데 당시 향촌 백성들의 현실적 관심에서는 덕업상권·과실상규·예속상교 등의 도덕성 제고보다 환난상휼 같은 경제적 상부상조가 급선무였다. 이에 따라 민간이 주도하는 향도와 두레 같은 공동체가 향촌 단위로 발전했다. 향약은 중종 때 정암 조광조의 강력한 건의로 실시됐는데 별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다가 퇴계 이황, 율곡 이이 등의 실천적 활동으로 조선 후기에 비로소 전국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공동체 정신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도덕성 제고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배려와 나눔, 협동과 협업 등은 도덕이 전제돼야 생성되는 미덕이다. 우리 선조들이 조선 사회에서 고취한 향약 정신은 시대를 넘어 인간이 사회를 만들어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는 한 반드시 필요한 생활 덕목이다.

특히 ‘좋은 일은 서로 권하자’ ‘나쁜 일은 서로 말리자’ ‘사귈 때는 서로 예의를 지키자’ 등 세 가지 덕목은 오늘날 우리 사회 공동체를 사람다운 사람이 사는 아름다운 공동체로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덕목이다. 그리고 ‘병들거나 어려울 때 서로 돕자’는 정신은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 경제적 상부상조를 자발적으로 실천하게 한 미풍양속의 원천이었다. 조선 시대의 향약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온 국민의 실천 덕목이라 생각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