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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진위논란과 진심공방

27년째 진위 공방을 벌이며 고(故) 천경자(1924~2015) 화백의 그림인지 논란이 돼온 일명 ‘미인도’가 마침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오는 19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막하는 소장품 특별전 ‘균열’에서다. 작가 자신이 부인한 그림에 대해 소장처인 국립현대미술관과 미술계 일각은 진품이라는 입장을 지켜왔고 천 화백 유족의 소송으로 급기야 작품은 수장고를 나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말 검찰의 ‘진품’ 결론에도 ‘미인도’는 작가명 없이 마치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처럼 강화유리로 둘러싸인 채 전시된다. ‘위작’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작가 유족 측의 저작권 침해 주장을 고려해 ‘천경자’라는 이름을 뺐고 보안에도 더욱 신경을 쓴다는 것이 미술관 측의 입장이다.

진위 공방은 미술계뿐 아니라 문화재계에서도 뜨겁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직지심체요절’보다 138년 더 이른 시기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인쇄한 것으로 주장된 일명 ‘증도가자’ 때문에 7년째 시끄럽다. 연구자의 주장대로라면 증도가자는 세계사를 다시 쓰게 할 유물이지만 진위 논란이 불붙었고 문화재청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할 가치는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에 소장자와 연구자 쪽은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길어질 조짐이다.

‘장미대선’을 앞둔 때 진위 공방 못지않게 ‘진심 공방’이 온 나라를 달구고 있다. 진품과 가품이 감동을 저울질하듯 진심과 가식은 국민적 공감을 편 가른다. 진위 논란이 일면 어김없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동원되고 각종 과학적 검증이 줄을 잇는다. 사람의 감정을 믿지 못한 탓인데 권위 있는 국가기관이 제시하는 결론도 늘 2% 부족하게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이는 검증기관의 문제라기보다 사안 자체의 한계다. 화가가 그림 그리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서야, 유물이 만들어지고 사용된 시기를 살아보지 않고서야 누구도 100% 장담은 못 하는 근본적 한계 때문이다. 과거로 돌아갈 타임머신이 있지 않고서야 말이다.

가짜 뉴스와의 전쟁 선포, 팩트 체크가 주요 화두가 될 정도로 대선후보들의 진심과 진정성을 확인하는 데 국민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사실과 검증, 부인과 사과, 입장 표명 등이 오갈수록 명쾌한 감정(鑑定) 결과에서는 멀어지고 감정(感情)만 상하기 일쑤다. 위작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지만 동시에 자로 그린 듯 반듯하고 새것처럼 매끈한 면이 있다. 궁색한 변명과 유려한 말에 속지 말자. 미술품이나 문화재의 경우 진위 감정에 출처와 소장 내력이 중요하다. 정책을 꼼꼼히 살피고 과거 그의 행적을 잘 살펴야 한다. 후보자의 지난 삶은 그가 내거는 공약의 진정성을 뒷받침한다. 미술계와 문화재계는 공개 전시, 공개 검증을 진위 판별의 돌파구로 택했다. 대선판에서는 한 달이 안되는 선거운동 기간이 검증의 기회다. 잘 들여다보자. 타임머신이라도 있어 새 대통령이 만들어갈 대한민국의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여의치 않으니 현재의 검증 기회를 잘 이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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