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 4월 위기설, 낭설로 치부하면 문제 해소될까

김태우 건양대 교수·전 통일연구원장

칼빈슨호 재배치·시리아 응징 등

美, 北에 핵·미사일 문제 경고 불구

中 이중행동 하는한 굴복 가능성↓

韓 핵대피소·유사시 매뉴얼도 없어

시나리오별 대비책 마련 시급한 때





칼빈슨 항모전단이 방향을 틀어 다시 한반도 해역으로 향하고 있던 지난 4월15일 평양에서는 105번째 태양절을 기념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칼빈슨호가 다시 한반도로 향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제6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징후들이 탐지됐고, 태양절이나 4월25일 인민군 창건기념일에 즈음해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 ‘4월 위기설’이 확산됐지만 정부는 ‘근거 없는 낭설’이라며 국민을 안심시켰다. 위기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대륙간탄도탄(ICBM)을 쏘면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상태에서 칼빈슨호의 움직임이 보도되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면 위기설을 근거 없는 낭설로 치부하고 국민이 안심하면 문제가 해소되는 것인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국은 4월6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찬을 하던 시점에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부군을 응징하기 위해 시리아 공군기지에 수십 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퍼부었고, 13일에는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내 근거지에 GBU-43 MOAB이라는 초대형 재래폭탄을 투하했으며, 괌에 배치된 글로벌호크 장거리 고고도 무인정찰기도 일본의 요코다 기지로 이동 배치한 상태다. MOAB탄의 개량형인 MOP탄은 지하 60m를 관통할 수 있어 북한의 지하벙커나 핵실험장을 파괴하는 데 적격이다. 칼빈슨호가 3함대 소속이라는 점도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동태평양을 관할하는 3함대에 속한 항모를 한반도에 보냄으로써 여차하면 7함대에 더해 3함대까지 동아시아 사태에 투입할 채비를 갖추고 있는 듯하다. 미국은 이런 조치들을 통해 북한에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를 발하고 있다.

북한이 아직은 ‘ICBM 발사 또는 추가 핵실험’이라는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고 열병식을 통해 새로운 ICBM급 미사일들을 공개하는 선에서 그친 것은 소낙비는 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위기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북한이 핵 포기를 결심하지 않는 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해야 하는 ‘기술적 수요’가 남아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그리고 북핵을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을 견제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보는 시각을 청산하지 않고 이중 플레이를 계속하는 한, 북한이 굴복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즉 5월이든 6월이든 언제든 위기는 올 수 있다.



물론, 미국이 군사행동 가능성을 흘리는 것과 실제로 군사행동에 들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가능성을 흘리는 것은 중국과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외교적 행동이기 때문에 군사행동 언급을 두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미국이 군사행동을 결심하는 경우 한국은 일단 만류해야 하겠지만, 만류가 불가능하다면 한미 간 전략대화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면서도 확전을 유발하지 않을 시나리오를 협의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군사행동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니다. 규모·강도·목표 등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수십 가지의 시나리오가 존재할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이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해 제대로 대비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에는 핵대피소도 없고 유사시 행동요령을 가르쳐주는 매뉴얼도 없으며 그런 비상훈련이 실시된 적도 없다. 상황이 발생하면 대혼란이 불 보듯 뻔한 상태에서 정부가 “낭설이므로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만 내보내는 것이 책임 있는 행동일까. 유사상태의 발생 자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군이 확고한 억제태세를 견지해야 하지만, 대통령이 없는 상태에서 황교안 권한대행이 확고하게 군통수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에 한미 간 전략대화를 위한 채널이 있기나 한 것일까. 국민은 이런 궁금증들에 대해 대답을 제시할 지도자를 찾고 있지만, 지금 뛰고 있는 대선주자들이 안보위기설을 안중에나 두고 있을까. 참으로 답답하고 잔인한 4월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