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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톡] ‘불후’ 300회, 개운치 않은 이유…KBS의 연이은 ‘유사성 논란’

KBS2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이 300회를 맞았다. 지난 2011년 6월 출범 이후 어느덧 6년째다. 그럼에도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미처 떼어내지 못한 꼬리표가 있다. MBC ‘나는 가수다’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불후의 명곡’이 ‘나는 가수다’와 꾸준히 비교되는 것은 그간 KBS의 행보 때문이다. KBS는 ‘불후의 명곡’ 외에도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타 방송사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포맷만 쏙 빼와서 비슷하게 내놓는다는 좋지 못한 인식을 쌓았다.

/사진=KBS2 ‘불후의 명곡’, MBC ‘나는 가수다’




실제로 ‘불후의 명곡’은 ‘나는 가수다’와 여러 부분에서 닮았다. ‘나는 가수다’는 일요일 예능 ‘일밤’의 한 코너로, 지난 2011년 3월 처음 방송됐다. 매회 7명의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면 500명의 청중평가단이 심사를 받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그간 일반인 출연자들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은 있어왔지만, 실제 가수들을 경연에 내세운다는 ‘나는 가수다’의 기획은 참신하고 대범했다. 전문 판정단이나 심사위원이 아닌 대중들의 반응으로 승패가 결정된다는 것도 ‘나는 가수다’의 특징이었다. 오로지 음악을 직접 소비하는 대중들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의미였다.

‘나는 가수다’는 큰 반향을 일으켰고, 한창 하락세를 타던 ‘일밤’을 살리는 일등 공신이 됐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KBS2 ‘자유선언 토요일’에 ‘불후의 명곡’이라는 코너가 등장했다. ‘나는 가수다’와 여러 면에서 비슷했다. 기성 가수들이 기존 곡을 부르며 청중평가단의 심사를 받는다는 것. ‘불후의 명곡’은 실력파 가수들을 세운 ‘나는 가수다’와 달리 본인들은 아이돌의 편견을 깨부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후의 명곡’은 독립 프로그램으로 바뀌면서 출연진을 아이돌에서 실력파 보컬리스트로 확장했다. ‘나는 가수다’와의 차별점이 점차 흐려진 것. 게다가 ‘나는 가수다’가 지난 2015년 시즌3를 종료한 후 방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제는 ‘불후의 명곡’이 더 높은 연차를 쌓고 있다.

MBC는 여러 번 KBS의 타겟이 됐다. 지난 2013년 1월, 아빠와 자녀의 여행을 통해 훈훈한 성장기를 보여준 ‘아빠! 어디가?’는 그해 연예대상을 거머쥐며 폭발적인 인기를 증명했다. 같은 해 11월 KBS2는 ‘해피선데이’에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신설했다. ‘아빠! 어디가?’와 아빠가 자녀를 돌본다는 형식이 비슷했으며, 여기에 방송시간이 겹친다는 점까지 더해져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연예인부터 전문가들까지 각자의 콘텐츠를 선보이는 MBC ‘마이리틀 텔레비전’의 포맷은 KBS가 ‘예띠TV’와 ‘어 스타일 포유’로 가져왔다. 개인의 취향과 전문성을 존중하고 공유하자는 MBC ‘능력자들’은 KBS조이 ‘최강男女’와 꼭 닮았다. 지상파 3사 중 가장 젊은 감각을 내세우던 MBC는 당시 ‘1인 방송’과 ‘덕후’라는 핫한 키워드를 읽고 이를 프로그램에 반영했다. 후발주자 KBS는 MBC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내놓기에 바빴다.



KBS도 트렌드를 읽기는 했다. 케이블 방송이 지상파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자 이번에는 tvN과 JTBC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먼저 ‘황혼의 배낭여행’을 콘셉트로 연륜 있는 남배우들의 여행을 다룬 tvN ‘꽃보다 할배’와 평균 나이 68세 여배우들이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나는 KBS2 ‘마마도’다. 기본적인 골자가 같고 그저 성별만 바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착각이 아니다.

해당 논란은 2017년 현재에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 JTBC ‘한끼줍쇼’와 KBS1 ‘트루밥쇼’는 일반인의 실제 생활을 조명하며 그들과 따뜻한 밥 한끼,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물론 ‘한끼줍쇼’가 ‘트루밥쇼’보다 먼저다. 이외 일부 유사성을 띤 프로들도 있다. MBC ‘진짜 사나이’와 KBS2 ‘근무중 이상무’, JTBC ‘비정상회담’ KBS1 ‘이웃집 찰스’ 등이다.

타 방송사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내놓은 KBS의 성적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마마도’, ‘트루밥쇼’, ‘근무중 이상무’ 등은 큰 조명을 받지 못하고 금세 사라졌다. 그러나 ‘불후의 명곡’, ‘슈퍼맨이 돌아왔다’처럼 모티브가 된 방송보다 오래가는 경우도 있다. 고정 시청자가 쌓이면서, 시작이 어찌됐든 수정하고 개선하며 발전하고 있으니 괜찮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하지만 ‘최초’의 고통과 노력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가수다’는 MBC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나온 프로그램이었다. ‘일밤’의 전성기를 다시 꾀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머리를 싸맸다. 신선한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 야심차게 내놓았고 결국 화제를 모았다. ‘불후의 명곡’ 출범 자체가 이 같은 ‘나는 가수다’의 명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KBS는 ‘불후의 명곡’ 성공을 계기로 유사 프로그램들을 양산해내기 시작했다. ‘불후의 명곡’ 300회에 마냥 박수를 칠 수 없는 이유다.

방송 기간이 오래됐다고, 시청률이 잘 나온다고 전부는 아니다. 대중의 수요를 파악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 실패 위험을 무릅쓰고 마침내 실행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것이 현 예능프로그램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획기적인 포맷을 기획하기보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에 편승하려는 풍조가 계속된다면 KBS의 발전은 꿈꿀 수 없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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