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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내 인생의 별이 된 물건-홍준표편]마르지 않는 힘의 원천, 낡고 낡은 '엄마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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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내 인생의 별이 된 물건-홍준표편]마르지 않는 힘의 원천, 낡고 낡은 '엄마 사진'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100년전 쯤에 사상가이자 문예비평가인 게오르크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에 나오는 아름답고도 서정적인 서문입니다. 루카치는 개인과 세계 간의 모순이 없었던 그리스·로마 시대와 달리 근대사회 이후 총체성을 상실한 개인이 이정표를 찾아가는 여행의 기록이 바로 소설이라는 뜻으로 이런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방황하던 젊은이들은 이 글을 또 다른 의미로 해석했고 감동도 받았습니다. 이들은 좌표를 잃은 청춘이 자기 혼자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작은 위안을 얻었고 나름대로의 별을 찾으려 했습니다. 아마 지금의 대선주자들도 마찬가지였겠지요. 이들에게 인생의 항로를 알려주는 ‘별’이란 거창한 이념도, 역사속 위인도, 잘나가는 선배도 아니었습니다. 이들 대선 주자들은 자신의 인생이 녹아 있는, 남들에게는 사소한 물건에서 넘어졌을 때 다시 뛸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자신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물건, 잘 쓰지는 않지만 이미 나의 일부를 지배해 절대 버릴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을 ‘감정’ 물건이라고 합니다. 권모술수와 감언이설이 판치는 정치판에서 대선주자들의 곁에 머물면서 희로애락을 같이 하고 때로는 용기를 주고, 때로는 인생의 방향타가 됐던 감정 물건은 무엇일까요.

[영상]대선주자, 내 인생의 별이 된 물건(홍준표편)/서울경제DB
[대선주자, 내 인생의 별이 된 물건-홍준표편]마르지 않는 힘의 원천, 낡고 낡은 '엄마 사진'
[대선주자, 내 인생의 별이 된 물건-홍준표편]마르지 않는 힘의 원천, 낡고 낡은 '엄마 사진'
머리채 잡힌 엄마를 보며 검사의 길로 접어들다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홍준표 후보의 감정 물건은 ‘낡고 낡은 어머니 사진’이다. 찍은 지 50년도 더 되어 노랗게 해진 이 작은 사진에서 어머니는 마루에 걸터앉아 어색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어린 홍 후보의 팔을 감싸고 있다. 어머니와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이 사진을 홍 후보는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물건으로 꼽았다. 홍 후보는 서울경제신문에 이 사진을 공개하며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사람은 세종대왕도, 이순신 장군도, 링컨 대통령이나 김구 선생도 아닌 우리 엄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에게는 어머니는 “세상에 법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지극히 착하고 평범한 분”이었다. 홍 후보가 어려운 고비를 만날 때마다 힘을 주었던 결코 마르지 않는 원천이기도 했다.

[대선주자, 내 인생의 별이 된 물건-홍준표편]마르지 않는 힘의 원천, 낡고 낡은 '엄마 사진'
홍준표 후보가 서울경제신문에 공개한 어릴 적 낡은 사진. 홍 후보의 누나(왼쪽)가 장난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가운데 어머니(중앙)가 어색한 듯 카메라를 쳐다보는 홍 후보를 안고 있다. /홍준표 캠프
홍 후보는 서울경제신문에 “우리 엄마는 무학을 넘어 문맹이었다. 그래도 우리 엄마는 나를 키우기 위해 행상부터 시장 좌판까지 안 해본 고생이 없으셨다”며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다. 당시 홍 후보는 지긋지긋한 가난이 싫어 육군사관학교를 가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엄마가 내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리채를 얻었다가 갚지 못하자 사채꾼에게 머리채를 잡히는 수모를 당하는 장면을 보고 법관이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고려대 법대를 지망하게 되었다”는 것이 홍 후보의 회고담이다.

IQ가 158이었다던 작은 누나가 진학을 포기하며 “니가 남자라서 공부하는 기지, 내보다 머리가 좋아서 우리집 대표선수가 된 기 아이다”고 말한 것도 홍 후보에게는 두고두고 가슴에 남아 있다. 이후 홍 후보는 어머니의 헌신과 가족들의 희생을 뒤로 한 채 사회속으로 나아가게 된다.

“오늘은 제 어머니 기일입니다. 초저녁에 큰아들과 같이 제사를 지냈습니다. 제 어머니는 문맹이셨습니다. 대구에서 자취하던 중학교 때 시골에서 올라오시곤 했는데 시내에 나가실 때는 꼭 버스 번호를 알려 드려야 했습니다. 이제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21년이 되었습니다. 아들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실 테지만 저는 나이가 들수록 어머니 만날 날이 가까워지니 더욱 더 옛날 기억이 새롭습니다. 검사는 시골에 벼 등급 검사 하던 사람으로 알았고 면서기가 최고 벼슬인 줄 아시던 어머니 기억이 오늘 밤에는 더욱 납니다. 오늘 밤 꿈에서 어머니를 뵐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2017년 4월 3일 개인 홈페이지에 글을 남긴 홍준표 후보



‘모래시계 검사’, 정치판에 뛰어들다

홍 후보는 1954년 12월 5일 경상남도 창녕군에서 외아들로 태어났다. 합천국민학교 졸업 후 가족들과 대구로 이사해 영남중과 영남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고려대 법대 행정학과에 입학했지만 사법시험에서 몇 차례 낙방을 거듭했다. 홍 후보는 1982년 대학 졸업(1977년) 이후 약 5년 만에 제24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홍 후보는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로 재직 시절인 1988년 11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돈이 투자한 회사가 부도나자 청와대 민정비서실 대통령 친인척 관리담당관으로 재직 중이던 서정희씨(당시 치안본부 정보2과 분실장)를 횡령죄로 구속 기소하며 이름을 날렸다. 또 전두환의 외조카인 김영도씨를 뇌물 수수죄로 적발해 구속 기소했다. 1991년엔 광주의 조직 폭력배를 구속 기소했고 1992년엔 파키스탄 폭력조직을 적발·구형 등을 하며 조직 폭력배와 권력자들의 비리를 계속해서 잡아냈다.

92년 광주지검 강력부 재직 당시 국제 PJ파 수사를 지휘할 때는 “석궁으로 소리 소문 없이 쏴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것이 홍 후보 캠프의 설명이다. 특히 권력 비리를 파헤친 이른바 ‘슬롯머신’ 수사는 당시 ‘귀가 시계’라고 불릴 만큼 인기 있었던 드라마 ‘모래시계’(1995년작)의 모델 검사로 불리는 계기가 된다. 홍 후보의 역할이 과장됐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는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세를 얻었다. 이후 14대 김영삼 대통령의 권유를 받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계에 입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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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홍준표를 움직이는 두 가지

홍 후보는 정치에 뛰어든 이유로 ‘가족’, ‘보통사람’ 등 두 가지를 꼽는다. 그는 “첫째는 검사 시절 수많은 깡패와 권력자들을 구속시켰더니 가족까지 협박을 당해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국회의원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둘째는 우리 엄마처럼 가난하지만 착하고 순박한 보통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갖게 해주기 위해서”라는 것이 홍 후보의 설명이다.

홍 후보는 지난 10일 자유한국당 경남지사 퇴임식에서도 “제 어머니 같은 분도 좌절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는 나라, 제 어머니 같은 분이 아이를 키우며 웃을 수 있고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보겠다”며 대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14대 한나라당 대표 당선 때도 “현대조선소에서 일당 800원을 받던 경비원의 아들, 고리채 사채로 머리채를 잡혀 길거리를 끌려다니던 어머니의 아들이 집권 여당의 대표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들이 보여주셨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대선주자, 내 인생의 별이 된 물건-홍준표편]마르지 않는 힘의 원천, 낡고 낡은 '엄마 사진'
“흙수저 ‘서민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이번 대선의 슬로건도 ‘당당한 서민 대통령, 지키겠습니다-대한민국’이다. ‘흙수저’ 출신으로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면서도 부모 세대가 힘들게 쌓아올린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대선 공약집에도 유독 ‘서민’이 자주 오르내린다. 서민자녀 희망사다리 교육지원(경남 여민동락 교육바우처) 사업, 일자리 110만개 창출, 영세·생계형 업종에 대한 대기업 진출 제한, 대규모 점포의 골목 상권 출점 규제 등등이다. 17대 국회 당시에도 홍 후보는 ‘반값 아파트(토지임대부 주택정책)’ 법안을 발의, ‘등록금 차등제’ 등을 주장하며 서민들을 위한 법안을 주장했다.

하지만 홍 후보가 출신은 ‘흙수저’지만 지금은 ‘금수저’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지난 3월 재산공개 대상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신고 내역’에 따르면 대선주자 가운데 홍 지사의 재산은 25억 5,554만원으로 안철수, 유승민, 이재명 후보에 이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경남도지사를 지냈던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진주 의료원을 폐업하고 학교 무상급식을 중단하는 등 학생들 밥그릇 뺏은 사람이 서민이 잘사는 정부를 만든다는 게 어색하다”며 홍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청소년 시절 흙수저 물고 태어나 ‘불공평한 세상이 한 번 뒤집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홍 후보. 하지만 그가 명실상부한 ‘서민 대통령 후보’로 인정받으려면 아직은 조금 더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정수현기자·성윤지인턴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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