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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칼럼]누가 한국의 과거와 현재·미래를 왜곡·조롱·저주하나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한국, 美·中·日 장기판 卒로 전락

안보철학 부재...스스로 무덤판 꼴

中·日엔 사과 美엔 설명 요구하고

자주국방 기반 한미동맹 다져야







이웃 나라 지도자들이 한국을 언급했다. 하나는 과거를, 다른 하나는 미래를 말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라고 설명했단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으로 난민이 유입될 경우 선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과거를 왜곡했고 아베 총리는 대놓고 미래를 저주한 셈이다. 우리가 어쩌다 이런 꼴을 당하나. 분노에 앞서 진위 여부를 따져보자.

아베 총리의 말은 확인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중의원 답변이니까. 도대체 우리를 무엇으로 여기길래. 일국의 국가원수가 구수회의도 아니고 국회에서 이웃 나라의 전란 상황을 가정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결례다. 외교 당국은 마땅히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들여 엄중히 항의하고 사과를 받아낼 필요가 있다. 시 주석 발언도 마찬가지다. 정말이라면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

다만 시 주석 발언에 대해서는 검증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시점’ 전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말한 것인지, 트럼프가 잘못 이해하거나 전달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파악하는 게 순서다. 물론 짐작은 간다. 최소한 비슷하게라도 말했을 것 같다. 추론의 근거는 역사다.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중국 저우언라이 총리는 지난 1972년 상하이 공동성명 발표 자리에서도 ‘남이든 북이든 한국인들은 지나치게 감성적이어서 강대국의 지도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궁금하다. 이면 합의가 과연 없었는지 의문이다. ‘자유중국’을 버리고 ‘침략자’로 규정했던 ‘중공’과 손잡는 자리에서도 미국이 한국을 두고 쑥덕거렸던 과거가 되풀이되지는 않았을까. 두 가지 정황에서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반도가 중국의 일부였다’는 문제의 설명을 10분이나 이어나갔다. 둘째, 시 주석의 말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입장을 보다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공동발표문만 없었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면 당사자인 한국은 당연히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우려가 지나친 기우일까. 최근 항공모함 전단 전개와 4월 위기설과 관련한 미국 정부와 군·언론의 태도를 보면 쉽게 신뢰가 가지 않는다. 동해에서 훈련을 마친 미 해군 칼빈슨 항모전단이 보름도 안 돼 한반도로 돌아오는 이례적 상황에 4월 위기설이 퍼졌다. 국민들은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인한 전쟁 위협에 떨었다.

이 뿐만 아니다. 레이건호에, 니미츠호까지 미 해군의 3개 항모전단이 동시에 한반도 해역으로 전개한다는 설까지 돌았다. 미 해군 항모가 모두 10척, 항모비행단이 완편된 항모를 기준으로는 8척만 운영되는 항모가 3척이나 온다는 소식에 한국인들은 놀랐지만 미국은 어떤 설명도 없었다. 오히려 위기감을 부추겼다. 한반도로 급파한다고 발표하던 순간 칼빈슨호는 서쪽으로 항진하고 있었다. 호주와 연합훈련 취소도 거짓말로 드러났다.

누가 무엇 때문에 거짓을 말했는지, 미국 수뇌부 간의 의사소통 미비였는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점은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인들을 공깃돌처럼 갖고 놀았다는 사실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기름 한 방울 안 쓰고 북한을 겁주는 효과를 거뒀는지 몰라도 한국 국민들은 뭐란 말인가. 한국을 동맹이 아니라 ‘포함 외교’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일본 언론 역시 고비 때마다 오보를 날려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진짜 고약한 곳은 따로 있다. 외교 안보 당국.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국방부는 미군의 동향을 ‘동맹 차원에서’ 인지하고 있었다. 사전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근거 없는 위기설을 수수방관했다면 청문회 감이다. 몰랐다면 무능하다. 동맹이 아니라 보조군대라도 이런 취급을 당하지는 않는다. 국방부는 공식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전략자산 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자기 철학과 중심이 없는 정부와 군은 안보 저해 요인에 다름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자주국방’이라는 구호마저 사라지고 입만 열면 ‘한미가 결정한다’를 녹음기처럼 반복하고 있다. 이상희 전 국방장관이 최근 강조한 대로 차기 정부에서는 자주국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의존형 군대는 동맹도 얕잡아보기 마련이다. 묻고 싶다. 우리의 과거와 현재·미래를 중국과 미국·일본의 지도자들이 왜곡·조롱·저주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작금의 현실을 인식이나 하고 있는지.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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