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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계산기 두드리는 중국…시곗바늘 보는 미국

홍병문 베이징특파원





요즘 중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에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에 이목이 쏠렸다면 올해는 중국 내부 문제가 아니라 북핵을 둘러싼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가 이슈다. 그동안 ‘공수표’를 남발했던 중국이 북한을 핵 포기 혹은 핵 폐기 일정으로 끌고 나올지가 최대 관심사다.

중국 매체들은 중국 정부의 태도가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정작 중국 지도부의 발언과 움직임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중국 당국이 올 들어 한 공식발표나 대북조치를 보면 기존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부쩍 자주 등장하는 중국의 대북 송유관 차단 가능성은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가 사설에서 언급한 예상 목록에 불과하다. 중국 당국자의 입에서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다. 최근 보도된 중국 기업의 북한산 수입 석탄 반환조치도 엄밀히 보면 유엔의 대북 제재결의 사항인 석탄 수입쿼터를 준수하겠다는 중국의 기존 입장의 연장선이고 추가 압박조치로 보기는 힘들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보도한 일부 중국 대형 온라인 여행사들의 대북 여행상품 판매 중단도 전면적인 대북 압박조치라기보다는 생색내기에 가깝다. 다른 온라인 여행 사이트에서는 여전히 북한행 여행상품 검색이 가능하고 오프라인 여행사를 통한 북한 여행 조율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변화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것은 미국의 압박이 예전과는 크게 다르다는 데 있다. 신 행정부 출범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북핵 해결이라는 무거운 숙제에 성의 표시를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껄끄러운 상대였던 트럼프와의 첫 대면에서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 시 주석으로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회담 이전의 냉각기로 되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트럼프가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물을 건네야 한다. 양국 정상회담의 유일한 합의 성과였던 미중 무역 불균형 해소 100일 계획은 중국의 북핵 해결을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트럼프가 내준 북핵 해결 숙제에는 100일이라는 시간표가 붙어 있는 셈이다.



정상회담이 끝난 지 10여 일이 지난 만큼 남은 시간은 80여 일에 불과하다. 외교가에서는 중국과 북한이 70~80일 안에 북핵 문제에 큰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담판을 짓거나 고위급 대화 채널을 가동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베이징에서는 이르면 2~3주 안에 지도부 서열 7위 이내 상무위원급 고위 인사가 평양에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말 중국이 대북 압박에 성공할지 여부는 북한이 비핵화 또는 핵 폐기 압박을 받아들일 의사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핵을 포기했던 리비아의 무아마르 알 카다피가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을 지켜봤던 북한이 경제 지원과 체제 보장이라는 중국의 약속을 믿고 순순히 핵 포기 수순에 나설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섣부른 관측일 수 있다.

1인 지배체제 공고화에 집중하고 있는 시 주석이 북핵 문제 해결에 얼마나 무게를 둘지도 변수다. 안정적인 중속성장 유지와 남중국해 영유권, 일대일로 등 중국이 핵심 이해로 내세우는 사안에 비하면 한반도 문제는 현상 유지만 해도 남는 장사라는 게 중국의 입장이다. 100일 플랜 시계를 들여다보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시 주석이 득실을 따지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이유다.

미국과 중국에 북핵 이슈는 시간표와 계산기를 보는 손익계산의 사안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로서는 한반도의 명운에 중차대한 변화가 일 수 있는 냉혹한 현실의 문제다. 한국이 북핵 이슈의 논의와 대북 압박조치 진행과정에서 결코 배제돼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홍병문 베이징특파원/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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