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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선전포고·평화협정도 없어...일상이 된 전쟁

■파편화한 전쟁(헤어프리트 뮌클러 지음, 곰출판 펴냄)





창과 칼로 무장하고 쳐들어온 적군에 맞서며 유혈이 낭자하고 승자와 패자가 명확게 드러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해온 전쟁의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규모로 그리고 파편처럼 전쟁이 벌어진다. 무인정찰기·전투드론 등 최첨단 장비가 동원되기도 하며 사이버 전쟁도 새롭게 나타난 전쟁의 종류다.

저자인 헤어프리트 뮌클러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 정치학 교수는 이 같은 현대의 전쟁을 ‘파편화된 전쟁’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중동 및 서아시아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전쟁, 발칸 및 우크라이나 등 해체된 동구 공산주의 국가 지역에서의 내전과 게릴라전, 9ㆍ11 테러에서 최근 이슬람국가(IS)의 테러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최근 경험한 전쟁에 주목했다. 이 전쟁의 형태는 마치 파편처럼 불규칙적이고 탈고전적 전쟁 유형을 띤다. 즉 영토를 가진 대칭적 국가들이 정규군을 동원해 치르는 전쟁이 아닌 전쟁폭력 ‘진화’의 결과로 생겨난 새로운 전쟁 모델이라는 것.

이 책에서 새로운 전쟁의 모델은 ‘전쟁의 민영화’, ‘전쟁폭력의 비대칭화’, ‘전쟁의 탈군사화’ 등 3가지 특징을 지니는 것으로 규정된다. ‘전쟁의 민영화’는 더 이상은 국가가 전쟁의 독점자가 아니며 민간 군사회사 등이 전쟁의 주요 주체라는 것이고, ‘전쟁폭력의 비대칭화’는 전쟁의 주체의 위세가 거의 대칭적이었던 과거의 전쟁과 달리 현재의 전쟁에서는 주체 간 비대칭성이 크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쟁의 탈군사화’는 전쟁 수행을 더는 정규군인이 독점하지 않으며 또 목표물도 국가의 군사적 시설만이 아닌 민간인이나 정보통신시설 등 민간 인프라로 변화됐음을 의미한다.



‘하이브리드 전쟁’이라고도 불리는 이 새로운 전쟁에는 선전포고도 평화협정도 없다. 대신 성명과 회담이 반복되고, 그에 따라 폭력 사용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거나 축소되기도 하지만 결국은 다시 격화될 뿐이다. 또 이와 같은 전쟁들은 언제 시작됐는지 확인할 수 없듯 전쟁의 끝 또한 규정할 수 없다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까닭에 우리는 늘 전쟁의 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책에서는 “국가 간 전쟁이 사라지면 ‘영원한 평화’가 올 것”이라고 한 칸트의 말의 비현실성을 통렬하게 비판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종식된 것은 국가 간 대규모 전쟁의 시대지, 전쟁 시대 전반은 아니며, 현 인류 사회에서 전쟁폭력의 강도나 그 결과의 참담함은 국가 간 전쟁이라는 모델에 맞지 않을 뿐 결코 약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저자의 눈엔 ‘영원한 평화’는 요원할 뿐이다. 2만2,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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