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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 다시 국가개조다] 아이와 놀아줄 저녁 빼앗긴 한국…"정시퇴근 문화 확산시켜야"

<10·끝> 아이들을 위한 나라 만들자

한국 행복도, 쿠웨이트·우즈베크보다 낮은 55위

긴 노동시간·높은 주거비에 '일·가정 양립'은 먼길

어릴때부터 아이-부모 괴리 커 청소년기돼도 서먹





# 올해 굵직한 정책 발표를 앞두고 세종시의 한 정부 부처에 근무하는 A씨 사무관 부부는 돌아가며 밤10시에 퇴근했다. 정부청사 어린이집은 네 살 된 아들을 밤10시까지만 돌봐준다. 이 때문에 부부는 하루씩 순번을 맡아 잠든 아들을 집에 가서 재우고 다시 출근해 자정 넘어까지 일하고 다시 아침에 어린이집에 맡겼다. A씨는 “야근은 둘째치고 밤10시까지 텅 빈 어린이집에서 기다리는 우리 애는 무슨 죄를 지었나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 서울에서 맞벌이하는 B씨 부부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야근이 더 잦아졌지만 높아져만 가는 전셋값에 맞벌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 B씨는 “얼마 전 딸이 봄소풍을 갔는데 김밥 한 줄 싸주지 못했다”며 “한국에서 일과 가정을 다 챙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지난 3월20일(현지시간)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세계 155개국의 행복도를 조사한 ‘세계행복보고서 2017’을 발표했다.

155개국 가운데 한국은 55위. 우리나라의 행복도는 쿠웨이트(39위)는 물론 말레이시아(42위)와 태국(32위), 우즈베키스탄(47위)보다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국가들 가운데 미국(14위)과 독일(16위), 영국(19위), 프랑스(31위), 일본(51위)도 우리보다 높았다. 가장 행복한 나라 1위는 지난 2016년 4위였던 노르웨이였다. ‘돌봄’과 의사 결정의 자유 등 사회적 행복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부모와 아이 모두 행복하지 않는 사회는 우리나라를 초저출산 국가로 만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출생·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총 출생아 수는 40만6,300명으로 3만2,100명(-7.3%) 줄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출생아 수(합계출산율)는 1.17명으로 전년(1.24명)에 비해 0.07명(-5.6%) 감소했다. 2005년 합계출산율(1.08명)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후 10년 넘게 80조원 이상을 쏟아부으면서 출산을 장려했지만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2.3명이 돼야 앞으로도 인구 5,000만명이 유지된다”며 “정부 돈을 엄청나게 썼는데도 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높은 주거비와 노동시간 등을 문제로 꼽았다. 강 원장은 “주거와 교육·육아·일자리 문제가 태어나지 않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의 조사(2015년 부모 1,000명, 어린이 500명)에서도 결과는 비슷하다. 부모들이 정시퇴근 후 자녀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애정표현(14.5%), 산책(11%), 운동(10.1%) 등이었다. 아이들도 놀이(19.8%), 운동(15.4%), 외식(8.2%)을 가장 원했다. 하지만 부모의 13.6%는 일주일 동안 자녀와 활동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66.1%가 ‘주 1~2회만 하고 있다’고 했다.

이유는 늦은 퇴근(65.2%)과 업무에 지쳐서(58.5%)였다. 맞벌이 부부 C씨는 “자녀 한 명당 대학졸업까지 양육비용이 3억원 이상 필요하다는데 방법이 없다”며 “적어도 정시에 퇴근하는 문화라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가부 조사에서도 직장인 부모들은 가정이 행복하기 위해 정시퇴근 문화 확산(63.9%)과 사회적 인식 및 직장문화 개선(46.4%)이 가장 필요하다고 나왔다.

아이와 부모의 괴리는 청소년기까지 이어진다. 통계청의 ‘2016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일주일에 아버지와 한 시간도 대화하지 않는 비율이 56.5%에 달했다. 10명 중 3명은 30분도 대화를 하지 않고 6.7%는 전혀 하지 않았다. 청소년 10명 중 4명(37.5%)은 부모와 고민 등에 대한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청소년 29.2%는 스마트폰 중독 증세를 보였다. OECD가 이달 처음 공개한 국가별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에서 한국은 48개국 가운데 47위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돈을 쏟아붓기로 했다. 중앙정부는 저출산에만 지난해보다 12.6% 늘어난 24조1,000억원을 지원한다. 지방자치단체(3조5,000억원) 예산을 합하면 저출산에만 28조원의 세금이 또 투자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예산만 쏟아붓는 정책이 한계에 달했다고 지적한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출산은 일과 가정이 함께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출산이 더 힘들어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른바 초경쟁사회로 체질화된 사회적 분위기를 해소해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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