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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공연서 관객들 아리랑·새야새야 떼창 부른 사연은

[가브리엘라 몬테로 즉흥연주회 가보니] 막힘 없는 소통과 즉흥연주로 韓 관객 홀려

가브리엘라 몬테로가 21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주회에서 관객들로부터 신청곡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LG아트센터




“하늘은 우릴 향해 열려 있어. 그리고 내 곁에는 니가 있어”

베네수엘라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가브리엘라 몬테로의 즉흥 피아노 연주회가 한창이던 21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한 30대 남성 관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노래를 부른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듣고 있던 몬테로가 듀스의 ‘여름 안에서’를 피아노로 몇 소절 연주하더니 “맞느냐(Is this correct?)”고 묻는다. 관객들이 다 같이 박수를 치자 본격적인 연주를 시작한다. 1994년 가요계를 뜨겁게 달궜던 이 곡은 몬테로의 즉흥연주 속에서 아름다운 선율의 클래식 곡으로 다시 태어났다. 생각을 하고 치는 것이 아니라 머리 속에 주어지는 대로 건반을 치는 느낌이었다. 몬테로 스스로도 “내 머리는 24시간 돌아가는 라디오”라고 할 정도다.

즉흥 연주자는 작곡가인 동시에 연주자다. 현대에는 작곡과와 연주자의 역할이 분리되면서 클래식 분야에선 즉흥 연주자를 찾기 어려워졌지만 몬테로는 즉흥곡의 대가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 파가니니 등을 잇는다. 18개월 때 어머니가 부르는 국가를 피아노로 바로 치는 절대음감을 보였고 1995년에는 쇼팽 콩쿠르 3위를 차지한 걸출한 피아니스트다.

몬테로의 놀라운 무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가장 뭉클한 순간은 관객들이 다 같이 ‘아리랑’과 ‘새야새야’를 불렀을 때. 이를 들은 몬테로는 “아름다운 곡이에요(Beautiful song!)”를 수차례 외치더니 단번에 변주를 시작했다. 객석 곡곡에서 놀라움과 감동의 탄식이 쏟아졌다. “슬픈 노래(sad song)”라던 ‘새야새야’는 구슬픈 원곡의 느낌은 사라지고 리드미컬하고 경쾌한 느낌으로, 아리랑은 처연하면서도 서정적인 곡으로 바뀌었다.

가브리엘라 몬테로가 21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주회에서 관객들로부터 신청곡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LG아트센터




‘아리랑’ 떼창에 감동을 받았던 몬테로는 베네수엘라를 주제로 한 즉흥곡을 연주했다. 몬테로는 “예술가는 예술로서 인류애를 실천해야 한다”며 “끔찍한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조국의 상황이 고통스럽다”고 했다. 몬테로는 베네수엘라의 인권문제를 공론화하며 2011년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시 ‘Ex Patria(옛 조국)’를 작곡했고 이 같은 공로로 국제 인권기구인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첫 명예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 초청돼 축하연주를 하기도 했다.

이날 1부는 브람스 인터메초 Op.117, 리스트의 B단조 피아노 소나타 S178 등 몬테로가 2012년도 영국위그모어홀 공연에서 선보였던 레퍼토리를 연주했다. 물론 피아노 위에 악보는 없었다. 2부에서는 총 7곡의 즉흥곡을 들려줬다. 마이크를 든 몬테로가 “한국 노래든, 뭐든 즉흥으로 듣고 싶은 곡의 소절을 들려달라”고 주문하기 무섭게 관객들이 앞다투어 손을 든 결과다. 공연을 마치고 몬테로는 무대에서 퇴장했지만 끊이지 않는 기립박수 속에 다시 무대로 나왔고 결국 마지막 신청곡인 베토벤 운명을 카르멘 하바네라와 섞은 아름다운 선율로 들려주고 떠났다.

한정호 음악칼럼니스트는 “몬테로가 처음 접하는 관객들과 소통이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언어의 부담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새야새야’와 ‘아리랑’은 관객은 알지만 연주자는 모르는 주제인데 현대적으로 변형되는 걸 같이 목격한 것이 특히 의미 있었다”고 평했다.

몬테로는 “여러분 정말 따뜻하네요(You guys so sweet)”를 연발했고 관객들은 다시 듣기 힘든 즉흥곡을 마음에 새기느라 발을 떼지 못했다. 몬테로는 현재 세계투어 중이다. 하루짜리 한국 공연을 마치고 이어서 중국, 대만에서 첫 공연을 한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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