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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 이진우의 기센부동산][김왕직 칼럼] 다변화하는 미래형 한옥

‘한옥’하면 일반적으로 살림집만을 연상한다. 한옥이라는 용어는 근대기 이후부터 사용된 것으로 양옥과 달리 ‘한국의 고유성이 담겨있는 건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정의 어디에도 살림집에 한정한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은 한국의 전통성이 반영된 살림집 정도의 작은 목조건축을 의미하게 되었다. 그것도 조선시대 흔히 양반집이라고 하는 기와집을 연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건축의 정체성이 담겨있는 한옥은 목조 기와집만이 아니며 초가집, 너와집, 토담집을 포함하고 있다. 한옥을 살림집만으로 한정한다면 궁궐, 관아, 누정, 사찰과 같은 공공건축은 어떤 용어로 하여 미래형 건축으로 발전시켜야 할까? 서구의 목조건축과 구분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한국건축의 정체성이 담겨있는 목조건축이라는 의미로 ‘한옥형 목조건축’으로 정의하여 사용하기로 한다. 즉 한옥은 근대기 이전 살림집 규모의 건축이라면 ‘신한옥’은 한옥에 현대적 기능과 구법이 적용된 근대기 이후의 살림집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명지대학교 한옥기술개발 연구단에서는 2009년부터 2016년까지 1,2단계 연구를 통해 한옥의 건축비를 혁신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공법과 설계기술, 요소기술 등을 개발하였으며 현대인들이 살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따뜻한 한옥을 개발하였다. 1단계에서는 원천기술개발에 주력하였고 2단계에서는 범위를 확대하여 소규모 공공건축에 기술을 적용하고 실증을 통해 개발된 기술을 검증하였다. 검증과정에서 수정되거나 새로 개발된 기술이 늘어나기도 하였다. 2단계를 통해 모두 6곳에 신한옥이 지어지게 되었으며 이를 모델로 한옥의 보급이 급신장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실증된 한옥은 서울 은평구의 한옥지구 내에 살림집 화경당, 주민센터가 있고 강릉에 20호 정도의 한옥마을, 순창의 공과어린이집, 나주의 농업기술교육센터, 수원의 한옥기술전시관 등이 있다. 2017년부터 시작되는 한옥기술개발 3단계에서는 살림집 규모를 벗어난 대공간 한옥기술개발(한옥형 목조건축)을 시작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이제 넓고 큰 건물도 한옥으로 지을 수 있게 된다.

최근 노르웨이와 캐나다 등 목조선진국에서는 20~30층 정도의 건물을 목조로 짓고 있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현장에서는 조립하는 정도이다. 이를 프리패브공법이라고 한다. 목재가 비싸기는 하지만 현장에서의 공정을 줄일 수 있어서 경제적이다. 따라서 목조건축이지만 공사비가 훨씬 비싸지는 않다. 약 30% 정도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 목재건축이 널리 보급되면 현장 건설노동자의 고용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염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현재와 같이 일당제로 일이 있을 때만 일하는 건설시장의 불안보다는 프리패브 공장에서 계절에 관계없이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는 고용의 안정화가 가능해진다. 건축비가 비쌈에도 불구하고 미래는 목조건축으로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지구온난화와 CO2발생량의 감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건축이 목조건축에 비해 총량적으로 계산하면 CO2발생량이 3배에 이른다. 즉 목조건축이 10% 증가하면 CO2발생량은 30%이상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 건축을 위한 자재생산단계에 소용되는 에너지도 목재에 비해 철강은 85배, 알루미늄은 350배가 많이 소모된다. 따라서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에너지 절감을 위해서 목조건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목조선진국에서는 이미 소규모건축을 벗어나 대경간과 고층건축도 목조건축으로 대체해가고 있다. 우리는 이제 소규모 한옥이 기술개발연구를 통해 현대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많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음은 대경간과 고층화 연구가 필요하다. 대경간은 기둥간격이 넓은 체육관, 교육 및 상업시설 등 공공건물에 적용가능하며 고층화 및 다층화는 연립 및 아파트 등의 공공주택에 적용할 수 있어서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이 단계가 되면 소규모 한옥은 구성부재와 재료를 표준화, 부품화, 제품화를 통해 슈퍼에서 과자를 사듯이 구입해 조립하면 집이 될 수 있는 단계로 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옥 구성부재의 재료개발, 부품화 및 모듈화 개발, 한옥 부자재 유통망의 구축, DIY기술의 보급 등의 후속연구와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대경간과 고층화는 다중이용이설이기 때문에 구조적인 안정감을 위한 구조안정화 기술 및 내화 및 내진 등에 대한 방재기술, 구축의 효율성과 경제성, 시공성을 고려한 설계 및 시공기술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구법도 가구식과 CLT 등을 활용한 벽식구조가 서로 결합해야 할 것이다. 목재의 매화를 위해서는 COOL WOOD와 같은 내화재료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러한 것을 먼저 연구한 목조선진국에서 수입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목조건축의 식민에서 벗어나 한국의 목조산업과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어렵고 비용이 들더라도 우리 손으로 한옥형 목조건축을 개발해야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인간을 위한 건축이라면 규모에 관계없이 건강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는 건축비, 에너지 절감이 건축을 평가하는 절대기준이기 때문에 건강성을 평가하는 항목이 전혀 없다. 건축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고 사람을 중심으로 평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은 모순이다. 최소한 한옥과 한옥형 목조건축에서는 현재의 이러한 평가기준으로만 건축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 입장이다. 평가항목과 기준도 미래에는 사람을 고려해 새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한옥기술개발에서 개괄적이기는 하지만 동물실험을 통해서 황토건축이 현재 다른 어떤 건물과 비교해도 천식, 관절염, 아토피 등에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힐 수 있었다. 또 탈취, 조습,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흡착률 등에 뛰어난 효과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연구를 좀 더 구체화하고 확대하여 건강성 평가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한옥은 이제 살림집을 넘어 중소대형 공공건축 및 업무와 상업시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교육시설, 병원 및 의료와 노인시설, 연립과 아파트 등과 같은 대규모 공공주택 등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 모든 건축은 사람중심으로 평가되어야 하며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유통비용을 현저히 절감할 수 있는 한옥자재유통센터의 건립이 필요하다. 수입목조건축이 아니라 토착화와 한국화를 위한 한옥형 목조건축으로 개발하기 위해 한국건축의 정체성과 구법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김왕직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전통건축학과 교수. / 사진제공=부동산전문가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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