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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김정균 “난 막걸리 같은 배우...싫어하는 건 혼술과 혼밥”

[인터뷰③] 김정균 “난 막걸리 같은 배우...싫어하는 건 혼술과 혼밥”

김정균 배우에게선 진한 인간 냄새가 묻어나왔다. 두부 김치와 막걸리 한잔을 앞에 놓고 세상 사는 이야기를 편하게 나눠도 좋을 만큼 인심 좋은 동네 형의 모습이 그려졌다.

20일 개막한 윤학렬 감독의 영화 ‘지렁이’는 장애우의 아픔과 청소년 왕따 자살 문제를 다룬다. 배우 김정균은 청소년 성범죄의 피해를 입은 딸 ‘자야’(오예설)의 진실을 뒤늦게 알게 된 아비로 열연했다.





장애인 연기는 1994년 방송된 KBS 드라마 ‘흔히 볼 수 없는 사람’ 이후 두 번째이다. 두 작품 모두 그의 벗 최지형과 함께 만들어갔다. 1994년 드라마를 하기 전엔 뇌성마비 장애우에게 크게 관심이 없던 그였다. 처음엔 작품과 캐릭터를 위해 최지형을 관찰 했다고 한다. 곧 최지형과 둘도 없는 단짝이 된 김정균은 “이들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친구임”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최지형을 94년도에 처음 만났다. 2박 3일 정도 같은 집에서 생활하고 노래방도 같이 가고 하면서 친해졌다. 이 친구가 똑똑하고 유머 감각이 탁월하다. 이 친구 때문에 많이 웃는다.”

그는 “인격과 핸디캡은 다르다” 며 “장애인들은 더욱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고 비장애인들은 좀 더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난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이 좋진 않더라. 장애인든 비장애인이든 존중 받아야 하는 건 맞다. 다만 인격과 핸디캡은 분명 다르다는 걸 인식했으면 한다. 장애인들은 핸디캡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조금 불편할 뿐이다.

예를 들어 짜장면을 먹는 자리라고 하자. 비장애인들은 나무 젓가락을 준비하고, 짜장면 비닐을 벗긴 뒤 바로 쓱쓱 섞어서 먹는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채 5분도 안 되는 사람들이 많다. 장애인들에게 혼자 이 과정을 하라고 한다면 몇 배의 시간이 걸린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장애인들이 미안하다고 생각해서 조금 도와달라는 부탁을 못한다는 점, 비장애인들이 혹시나 차별처럼 느껴질까 봐 섣불리 다가가서 도와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번 ‘지렁이’란 영화 속에서 장애인 대리 역할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은 장애인들도 적극적으로 소리를 냈으면 하는거다. “

김정균은 서울예전 연극과를 졸업하고 92년 KBS 14기 탤런트로 방송에 입문, KBS 2TV 청춘드라마 ‘내일은 사랑’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병헌 고소영 박소현 등과 함께 출연한 ‘내일은 사랑’은 김정균이란 신인 배우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이후 KBS의 ‘청춘극장’ ‘삼국기’, SBS ‘서울야상곡’ ‘사랑은 없다’ ‘소금인형’, MBC ‘가화만사성’ 등의 드라마와 영화 ‘시라소니’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등에 출연해 연기력을 쌓았다. 배우로서 활동 뿐 아니라 KBS 2TV ‘도전 내가 최고’ 등에서 진행자로서도 활동을 이어갔다.

배우 오예설(왼쪽)과 김정균 주연의 영화 ‘지렁이’가 20일 개봉했다.




그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연극전공)에서 수학 후 모교인 서울예술대학에서 후배이자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경력 25년차가 넘는 연기자가 되고 보니, 주변에선 그에게 중견 연기자란 명칭을 붙여준다.

하지만 그는 ‘중견 연기자’란 명칭은 젊은 친구들과 거리감만 생기게 한다고 애써 손사래를 젓는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건 혼술, 혼밥이다. 그리고 모노 드라마이다.

“젊은 아이들이 나이 많은 어른들과 같이 밥을 안 먹으려고 해요. 돌아보니 젊었을 때 내가 그렇게 했어요. 선생님이 어려 웠던 거죠. 하지만 나이 먹을수록 젊은이들에게 자꾸 다가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혼술이다 혼밥이다 하면서 혼자 먹는 인구가 늘어간다고 하는데 전 그게 정말 싫어요. 왜 그렇게 각자 혼자 행동하려는 거죠.”

그가 설파하는 모노드라마론도 새겨들을 만했다. “배우 혼자 무대에 오르는 모노드라마를 하면 배우의 역량이 뛰어나다고 하면서 다들 칭찬을 한다. 물론 배우가 빛날 순 있겠지만 혼자 연기하는 걸 선호하진 않는다. 사실 나도 모노드라마를 해봤지만 연기 호흡이 다르다. 그 배우는 다른 배우들하고 함께 하기가 싫든지,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모노 드라마를 하는 것일 수 있다. 멋대로 하고 싶다는 욕망이 가슴 한 켠에 있다. 그런 마음이 결코 좋지 배우를 만들지 못한다.”

그는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칭찬 보다는 ‘생활인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연기를 못한다보단 낫겠지만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칭찬을 선호하진 않는다. 개인적으론 저 배우가 생활인이다고 느껴졌음 한다. 저 배우도 같은 사람처럼 느껴져서 같이 막걸리 한잔 마시고 싶은 친구 같은 연기자라고 떠올려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김정균 배우는 좋은 뜻이 있는 곳엔 바로 달려가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그는 “인간으로도 덜 떨어져서 그래요”라며 웃었다. 곧 “제가 어려운 시절을 겪었고 현재도 대단하지 않지만 어려운 사람이 어려운 사람을 돕지 않나요?”란 건강한 대답을 들려줬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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