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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이것만은 바꿉시다] "잠깐인데 뭐…" 도산대로는 날마다 '도로 위 주차장'

< 3 > 불법 주정차 천국

택배·화물차량 등에 몸살

트렁크 열어 단속 피하기도

"장애인 구역에 주차하면서

"빈자리에 세운 것" 되레 항의

'나 하나 잠깐' 생각 버려야

지난 21일 오후8시께 불법 주정차 단속 차량이 강남구 도산대로에 세워진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최성욱기자




지난 21일 오후6시께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번호판이 없는 신차나 트렁크를 열어둔 차량들이 불법 주정차돼 있다. /신다은기자


지난 21일 퇴근 시간 도산대로를 찾았다. 도산대로는 서울경제신문이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불법 주정차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25억원으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꽉 막힌 도로를 따라 걷다 보니 신사역 방면 5차선 도로에 한 택배 차량이 비상등을 켠 채 서 있었다. 창문이 내려진 운전석은 비어 있었다. 이 차량 뒤의 승용차는 영문도 모른 채 앞차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산대로 일대 곳곳은 택배 차량 외에도 승용차와 자재를 나르는 화물차, 수입차 전시장에 배달된 신차, 학원 승합차 등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주차 단속을 피하려고 트렁크를 열어 번호판이 보이지 않게 한 비양심 차량도 눈에 띄었다.



도산대로를 따라 연결된 이면도로 상황은 훨씬 더 심각했다. ‘신사동 가로수길’과 ‘청담동 명품거리’ 등은 도로 양 끝에 불법 주정차한 승용차들로 차량 한 대가 빠져나가기도 힘들 정도였다. 인도 위에도 버젓이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보행자는 불법 주차된 차량 사이를 곡예하듯 빠져나가야 했다. 심지어 한 식당은 저녁 시간이 되자 아예 인도를 주차장으로 사용했다. 인근 사설주차장 관리인 백모(62) 씨는 “평일에는 주차장에 여유가 있는데도 요금을 내고 주차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아무리 단속해도 운전자들이 생각을 바꾸기 전에는 불법 주정차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는 무개념 불법 주정차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생활불편을 신고 받는 ‘생활불편 스마트폰 신고’ 앱에 접수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불법 주차 신고는 전국적으로 2014년 11만1,911건, 2015년 21만4,804건, 2016년 38만94건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적발된 운전자들은 적반하장 격으로 “비어 있는 자리에 잠깐 차를 세워두는 게 무슨 큰 잘못이냐”고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 차량으로 출퇴근하는 뇌성마비 장애인 김주학(43) 씨는 “주차를 하고 조금 걸어가는 일이 비장애인들에게는 조금 불편한 일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아예 할 수 없는 일인 경우가 많다”며 “불법주차한 일반인 운전자와 시비가 붙으면 장애인은 위협감을 느끼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곤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두고 돈을 내고 이용하는 지역주민과 불법 주차한 운전자 간 다툼도 빈번하게 벌어진다. 지난해 10월 광진구의 한 주택가에서는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 주인이 해당 지역에 불법주차한 차량을 빼달라고 요구하자 운전자가 가스총으로 위협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놓고 주민들이 갈등을 겪기도 한다. 현재 서울의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은 13만4,000대를 수용할 수 있지만 신청 대기자가 12만 명을 웃돌 정도로 부족하다. 종종 이사 가는 주민에게 주차권리를 양도 받는 사례도 있는데 개인 양도는 명백한 불법이다.

아파트 주차장으로 몰려드는 불법 주정차 차량도 골칫거리다.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 아파트들은 주말을 비롯해 각종 행사가 열릴 때면 몸살을 앓는다. 일부 운전자들이 아파트 단지 안까지 들어와 차량을 세워두고 가버리기 때문. 여의도의 한 아파트에 사는 한병모(38) 씨는 “벚꽃이 필 때면 불법 주정차가 많아 퇴근 시간이 30분 이상 더 걸린다”며 “특히 이 기간에는 아이 학원 시간에 맞춰 가려고 일부러 차를 두고 다닌다”고 말했다. 주말이면 대형 교회 인근 주택가도 주차전쟁을 치른다. 서울 성북구 종암동의 한 교회 옆 도로 1개 차선은 매주 일요일 예배하러 온 신도들이 세워둔 차량으로 가득 찬다. 주변 아파트 단지로 드나드는 차량과 뒤엉켜 오후까지 차량 통행이 차질을 빚기 일쑤다. 한 번 주차된 차량은 예배가 끝날 때까지 연락도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아파트 주민들은 수년째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시정되지 않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최성욱·신다은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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