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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 3인이 진단한 미래전략실 없는 삼성의 미래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지난 3월 1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이 공식 해체됐다. 미전실의 전신인 삼성물산 비서실이 만들어진 지 58년 만의 일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과 함께 그룹을 움직이는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셈이다. 그렇다면 삼성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포춘코리아가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에게 미전실 해체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삼성의 다음 행보는 어디로 향할 것인지 등에 대한 8가지 질문을 던졌다. 다음은 이들 전문가 3인이 내놓은 답변이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Q1. 이재용 부회장 부재가 삼성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까?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이하 윤창현 교수): 이 부회장의 구속이 당장 삼성 지배구조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주요 경영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등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계열사 독립경영이 강조되면서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하기는 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이 부회장의 거취변화에 따라 복잡한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다양한 컨틴전시 플랜(비상 경영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이하 위평량 위원): 당분간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총수 부재라는 상황을 겪어보지 못했다. 기존 경영 방식에 익숙한 삼성그룹 각 계열사 경영진들이 자체적 경영판단으로 회사를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이하 정선섭 대표): ‘제왕적 경영형태’의 한국식 기업 지배구조를 전제로 하면, 최정점에 있는 이 부회장의 부재는 삼성에게 분명 악재다. 투자, 인사, 재무 등 기업경영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 주요한 결정들이 총수나 대주주에 의해 이뤄져왔다. 이를 결정할 주체가 없다는 건 삼성의 성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Q2. 미전실이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었다고 보나? 향후 미전실의 역할을 갈음할 또 다른 조직이 만들어지지는 않을까?

윤창현 교수: 삼성은 지주회사 없이 계열경영을 하고 있다. 그룹이 유지되려면 컨트롤타워는 필요하다. 과거보단 느슨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기업들이 존재하는 한 전체적인 조정이 필요한 사항을 다룰 조직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위평량 위원: 미전실에는 공과(功過)가 모두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미전실은 삼성그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삼성그룹 입장에선 공이 더 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경제 상황 전반을 감안해 보면 잘못된 점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미전실은 장막 뒤에서 오로지 총수 일가만을 위한 경영 의사결정을 내려왔다. 그 과정에서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미전실은 상당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불법을 서슴지 않았다는 점에서 개혁되어야 할 조직이 분명했다. 앞으로도 삼성그룹에 미전실 같은 조직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람직한 미전실 대체조직은 법적 실체를 갖춰야 할 것이다. 당연히 경영행위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그룹 총수 일가만을 위한 경영판단이 아닌, 실정법 테두리 안에서 기업 경영을 해야 할 것이다. 만약 삼성그룹에 이런 조직이 만들어진다면, 삼성을 진정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춘 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정선섭 대표: 삼성그룹은 국내외 계열사만 500개가 넘고 매출도 400조 원에 육박하는 거대 기업군이다. 따라서 이 거대 조직을 교통정리 할 컨트롤타워는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법적 근거가 없는 미전실 같은 조직보단 지주회사 체제를 만들어 법률적 조직으로 구성해야 할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Q3. 삼성에 대한 우리 경제의 의존도가 매우 높다.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삼성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정선섭 대표: 삼성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차, 포스코처럼 우리 경제에 큰 기여를 하는 기업들에 대해선 국가 차원의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가의 지원이 초법적이거나 법 질서를 넘어서면 양극화 문제나 경제력 집중으로 인한 폐해를 낳아 오히려 국가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불법성은 엄히 다스리는 것이 기업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위평량 위원: 국가 경제가 특정 재벌그룹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건 문제다. 국가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도 삼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삼성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단호히 반대한다. 다만 글로벌시장 역할 증대를 위해선 선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려면 삼성 스스로가 먼저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춰야 할 것이다.
윤창현 교수: 한 국가가 세계에 자랑할 만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린다.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대만은 중소기업 중심 경제체제를 구축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없다는 점을 매우 안타까워하며 후회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한 삼성에 대해선 대한민국의 위상이나 이미지에 영향을 준다는 점까지 고려해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지나치게 제약만 가할 게 아니라 적절하게 힘을 실어주면서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Q4. 향후 삼성은 어떤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 보는가.

윤창현 교수: 이번 위기를 초래한 계열경영의 끈을 다소 늦추면서 계열사 간 ‘따로 또 같이’ 모토를 갖고 독립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는 훌륭한 인재와 경영자원이 이미 존재하므로 충분히 현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정부와의 관계가 과거에 비해 소원해지는 데 따른 여러 가지 장점도 나타날 것이다.
위평량 위원: 이재용 부회장은 여전히 삼성그룹을 지배하고자 한다. 현재 삼성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주회사 전환 과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미전실 기능을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3개사로 나눠 대체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이들 계열사의 수장이 그대로 남은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전자와 생명, 물산이 전략·인사·기획 등 기존 기능을 확대 강화해 전자계열사와 금융계열사, 바이오계열사 등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별로 이사회 중심 경영활동이 강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업무가 중첩되거나 조율이 필요한 경우, 전자·생명·물산의 경영지원 조직이 주도적으로 교통정리에 나설 것이다. 그 다음 단계로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해 장기적으로는 이런 기능이 지주회사 산하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도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선섭 대표: 삼성은 전자와 금융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이 분야에 대한 투자와 성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자의 경우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같은 소재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면서 스마트폰 등 첨단 가전제품 개발에 주력할 것이다. 금융은 투자부문과 보험업을 중심으로 내실 위주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호텔 등 기타 서비스업은 형제간 분리경영을 통해 교통정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Q5. 삼성이 위기를 맞게 된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정선섭 대표: 우선 외형적 성장에 걸맞은 삼성 내부의 윤리경영 의식이 부족해 빚어진 결과라고 본다. 급성장에 따른 지나친 자만심도 문제였다. 급변하는 기술 변화에는 잘 대처했지만, 시대 변화에 대한 대응에는 소극적이었다는 뜻이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사회 요구에 부응하지 않는 독선 경영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위평량 위원:
그룹 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철저한 현장 경영수업을 등한시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이건희 회장 가신들과 이재용 부회장을 옹위하는 가신들 사이의 갈등, 이 과정에서의 충성경쟁, 미전실의 과도하고 무리한 경영판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삼성그룹 각 계열사의 자율성을 등한시한 것도 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윤창현 교수:
재벌경영은 ‘황제, 세습, 선단 경영’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물론 이를 조금 부드럽게 표현하면 오너 가족 계열 경영이라 말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그룹 전체를 오너가 대표하는 ‘오너 경영’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오너에게 압력을 행사하면, 그룹 전체의 협조를 얻으면서 그룹 전체의 자원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재벌구조의 특징이다. 이 구조의 부작용이 나타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



Q6. 우리 사회에는 재벌 해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윤창현 교수: 재벌경영 체제는 나름 상당한 장점이 있다. 장기적 관점으로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장점이 될 수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체제라는 점, 그리고 지배구조에도 경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벌체제를 일시에 해체하는 식의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다. 다양한 지배구조가 존재하도록 유도하면서 각각의 지배구조들이 가진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역기능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경영인 체제도 단점이 상당히 많다. 뭐든지 단점이 있다고 싹을 잘라버리는 식으로 접근을 하면 살아남을 제도나 시스템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위평량 위원:
재벌의 근본적인 문제는 총수 일가의 전횡에 있다고 본다. 재벌들은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할 경쟁을 막아왔다. 이런 측면에서 재벌그룹의 비정상적 움직임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재벌그룹 계열사들은 독립적으로 경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재벌그룹에 대한 경제력 집중이 시장의 경쟁을 저해할 수 없도록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선섭 대표: 외생변수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든 재벌이라면 해체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발전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탄생한 재벌을 해체하는 건 경제질서 자체를 붕괴시키는 것이다. 현재 다수의 국민들이 요구하는 재벌해체는 법인격을 가진 기업을 공중분해 하자는 게 아니라, 기업 내부의 불법적 경영행위로 인해 빚어지는 국가경제 질서의 불공정성을 개혁하자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재벌 해체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Q7. 앞으로 재벌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위평량 위원: 국내시장보다는 글로벌시장의 강자로 거듭나 국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주춧돌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의 사례를 조사해봤다. 일단 일본은 50대 재벌(제조업) 중에 오너경영을 하는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 독일은 13개, 미국은 7개, 영국은 12개 수준이었다. 한국은 조사대상 기업 40개 중 40개 전부가 오너 경영이었다. 이런 기형적인 시스템은 개선되어야 한다. 재벌그룹의 경제력 집중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성장을 가로막은 지는 이미 오래됐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선 중소기업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선섭 대표:
현실적으로 재벌은 국내 경제질서의 먹이사슬에서 최정점에 서 있다. 최상위 포식자인 재벌이 하위 경제주체의 영역을 과도하게 침범하거나 잠식하면 경제질서 자체가 붕괴된다. 경제적 토양이 초토화될 수도 있다. 거대 자본과 조직을 가진 재벌은 신시장 개척과 신제품 개발에 주력해 하위 경제주체들의 영역을 지속적으로 넓혀주는 선도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윤창현 교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해나가는 쪽으로 변해야 한다. 계열사들의 독립성을 대폭 강화해 평상시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개별 기업들이 독립적으로 하게 함으로써 전문경영인 체제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전체적 협조가 필요하거나 아주 긴요하고 장기적인 안목의 결정은 공동으로 진행하는 투트랙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 체제가 잘 자리를 잡으면 독립경영, 전문경영, 계열경영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벌 오너의 역할을 한정하고 공동 의사결정을 유도하되, 재벌그룹들은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는 기업들의 협의체 형태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Q8. 삼성에 전할 고언(苦言)이 있다면.

윤창현 교수: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를 창출한 그룹으로서 자부심을 유지하고 동시에 새로운 상황에 잘 적응해갈 필요가 있다. 계열사 독립성을 강화해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경영구조를 정착시키는 동시에 브랜드 공동사용체로서의 그룹의 역할도 강조해 나가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에 대한 정부의 부당한 압력을 과감히 거부할 수 있는 명분과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본다. 이를 기회로 여겨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바란다.
위평량 위원:
삼성그룹 총수일가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 일단 전문경영인이 아니면 기업경영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다. 경영진으로 일하고자 한다면 일반 사원들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실력으로 일어서야 한다. 삼성그룹 임직원들도 기업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법 테두리 안에서 경영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총수일가를 위한 경영은 그만둬야 한다.
정선섭 대표: 삼성은 창업 이후 70여 년 동안 한국경제를 이끈 국내 간판기업이다. 한국 경제발전의 밑거름인 기술 개발과 경영혁신을 주도한 주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삼성은 이런 업적에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요약하면, 경영의 투명성 부족과 조직의 경직화, 사회적 소통 부재라고 생각한다. 삼성이 ‘제3의 성장시대’를 열기 위해선 외형적 성장을 도모함과 동시에 ‘윤리경영’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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