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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판사도 의아해 한 특검 논리

이종혁 사회부 기자

이종혁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 재판이 한창이던 지난 26일 오후6시20분께 김 부장판사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삼성그룹 변호인단과 설전을 벌이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향한 물음이었다. “주장들 그만하시고 제 질문에 답해 보시죠. 청와대에 보고하고 지시가 내려오는 상황이라면 (금융위원회) 실무자가 삼성의 주장을 안 받아들이는 이유가 뭐가 있을 것 같습니까.”

특검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삼성이 청와대에 전방위로 로비했다고 본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지난해 2월1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세 번째로 독대한 자리에서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을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이어 청와대가 금융위에 압력을 넣었다는 게 특검 주장이다. 대통령 지시를 꼼꼼하게 받아적었다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는 ‘금융지주회사-글로벌(global)금융-은산분리’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하지만 수사에서 드러난 사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지난해 초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을 비밀리에 금융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그해 1월27일과 2월14일 두 차례에 걸쳐 청와대에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을 승인하기 어렵다”고 보고했다. 삼성에도 2월14일 구두로 통보했다. 이 부회장과 대통령이 독대한 다음날인 2월16일 손병두 당시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삼성에 “우려 사항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전환 계획은 승인이 불가하다”고 재차 견해를 나타냈다.



결국 금융위 입장은 독대 전에도, 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이래서야 이 부회장의 청탁을 대통령이 들어줬다는 특검 주장을 수긍하기는 어려워진다. 독대에서 실제 청탁이 있었는지 입증할 증거도 아직 없다. 안 전 수석 수첩에 적힌 메모만으로 청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힘들다.

재판장 질문에 특검은 “상식적으로 생각해 이렇게 하면(청와대가 압력을 가했다면) 금융위가 받아들이는 게 맞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계획안이 지나치게 삼성에 유리했기 때문에 아무리 청와대가 지시해도 여론을 의식한 금융위가 수용할 수 없었다고만 했다. 하지만 이대로는 부정한 청탁과 대가 합의라는 뇌물죄 퍼즐이 맞춰지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특검이 잘 알 테다. 특검은 재판부도, 국민도, 삼성도 납득할 수 있는 상식적인 증거를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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