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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서는 적개심보다 자부심이 유용하다

FORTUNE'S EXPERT|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어떤 조직이든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경쟁자가 존재하지 않는 분야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조직의 리더는 경쟁자를 이겨야 하는 숙명을 지닌다. 그런데 한 가지 명심할 것이 있다. 경쟁자에 대해 ‘적개심’보다는 ‘자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 의미를 짚어본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경쟁자에 대해 지나친 적개심을 가지기보다 침착한 자부심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





경쟁 사회에서 사는 한 경쟁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다. 특히 조직생활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경쟁자의 공격도 거세진다. 올라갈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기회는 한번 지나가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경쟁자에 대한 경계심은 적개심으로 변하기도 한다. 피곤한 일이다. 만약 경쟁자가 없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경쟁자는 본인의 의지보다 늘 먼저 다가온다. 경쟁자를 반드시 뛰어넘어야 기회가 온다. 경쟁이 없는 성공은 없다.

경쟁자는 누구일까? 경쟁자의 유형도 다양하다. 우선 ‘드러난 경쟁자’와 ‘가려진 경쟁자’가 있을 수 있다. 드러난 경쟁자는 구조적으로 경쟁 관계에 놓여 있어 관찰이 가능한 경쟁자다. 반면에 가려진 경쟁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갈고 닦은 내공으로 결정적인 순간에만 본색을 드러내는 관찰 불능의 경쟁자다. 그래서 가려진 경쟁자가 드러난 경쟁자보다 더 두렵다.

또한 ‘경쟁할 만한 경쟁자’와 ‘경쟁할 가치가 없는 경쟁자’도 있을 수 있다. 경쟁할 만한 경쟁자는 능력과 평판이 만만치 않은 상대라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한번 붙어볼 만한 인물이다. 반면에 경쟁할 가치가 없는 경쟁자는 지나치게 월등하거나 혹은 열등한 인물이다.

경쟁자의 능력이 너무 높거나 낮으면 경쟁의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 경쟁이 맹렬할수록 드러난 경쟁자는 공격의 수위를 높일 것이고 가려진 경쟁자는 감췄던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경쟁할만한 경쟁자가 된다.

경쟁자를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경쟁자와 차별화된 능력을 보유하면 된다. 그런데 그 능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먼저 본인이 정상적인 상태에 있어야 한다. 자칫 경쟁자를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분노에 가까운 적개심을 갖게 되면 본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정상적인 경쟁은 어려워진다. 그러면 경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패하고 만다. 리더도 사람이고,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고 했다. 어찌 경쟁자에 대해 냉철함만을 유지할 수 있을까?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리더가 본인의 감정을 냉철하게 절제하고 정상적으로 능력을 발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경쟁자에 대한 ‘적개심’을 버리고 ‘자부심’을 갖는 것이다. 경쟁자에 대한 적개심을 가지면 경쟁자는 보이지만 자신을 보지 못한다. 반대로 경쟁자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면 경쟁자도 보이고 자신도 보인다. 즉 경쟁에서 지는 이유는 경쟁자에게 지기 전에 먼저 본인에게 지기 때문이다. 경쟁자에 대한 적개심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떠한 약점을 노출시키는 것일까. 또 경쟁자에 대한 자부심은 왜 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일까.

리더가 경쟁자에 대한 적개심만을 갖고 있다면 네 가지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첫째, ‘판단력을 가장 먼저 상실한다.’ 감정이 이성을 앞서기 때문이다. 적개심은 분노에서 비롯되고, 분노는 경쟁자에 대한 공격성만을 키운다. 경쟁자의 ‘무기’를 파악할 때 필수적인 침착한 판단력이 훼손될 수 있다. 경쟁자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를 모른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게 된다. 그러면 경쟁자에게 당하고 만다. 역사적으로 뛰어난 맹장(猛將)들의 실패에는 대개 지나친 적개심이 있었다. 경쟁 상황에 있는 리더가 평정심을 잃으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둘째, ‘추종자의 획일화를 초래한다.’ 리더가 경쟁자에 대한 적개심을 추종자들에게 강요하기 때문이다. 리더가 흥분하면 추종자도 흥분한다. 추종자들마저 냉정을 잃고 덩달아 적개심에 불탄다면 리더와 추종자는 모두 하나의 시한폭탄이 된다. 리더는 경쟁자에 대한 적개심을 가져야 하는 명분에 대하여 끊임없이 추종자들에게 설명하고 동참을 호소할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추종자들도 리더의 적개심을 학습하고 모방하게 된다. 리더의 맹목적인 적개심은 추종자들에게 지나친 자신감을 전염시키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과 재능을 가진 추종자들을 바보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셋째,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하게 된다.’ 당연히 수행해야 할 의무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리더는 고유의 역할이 있다. 경쟁자에 대한 대응도 리더의 역할이지만 그 외에도 리더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그런데 허구한 날 경쟁자에 대한 분노 탓에 이기는 법만 고민하고 있다면 정작 자신이 해야 할 다른 일들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앞만 보기 때문에 등 뒤에서 벌어지는 불행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경쟁자가 가장 바라는 점이다. 조직은 많은 기능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기능들은 각각의 역할이 있다. 그 역할들이 순기능적으로 작동해야 조직은 정상이 된다. 무엇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작은 문제가 큰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만약 결정적인 순간에 이러한 문제가 부각되는 순간에는 모든 것이 끝나고 만다. 리더십의 실패에도 나비효과가 있다. 리더의 작은 소홀함이 큰 실패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넷째, ‘반성할 기회를 잃는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실수를 인정하면 반성할 수 있다. 반성하면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만약 리더가 경쟁자에 대한 적개심에 사로잡혀 있다면 자신의 정당성에 집착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야 경쟁자를 물리치는 이유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의 실수와 약점을 반성하고 개선하는 기회를 잃을 수 있다. 경쟁자에 비해 자신이 완벽하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때가 있다. 때를 놓치면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대가를 치를 수 없다면 스스로 무너지고 패배하게 된다.

만약 리더가 경쟁자에 대해 적개심이 아니라 자부심을 갖는다면 적개심이 초래하는 불행과는 반대되는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경쟁자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자부심은 경쟁자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이성적인 대응에 집중하게 만든다. 반드시 이겨야 하니까 말이다. 경쟁자에 대한 건강한 두려움은 하나라도 더 고민하고 더 대비하는 평정심을 제공해준다.

둘째, 추종자의 잠재력까지 활용하게 된다. 경쟁은 이기기 위해 하는 것이다. 적개심에 사로잡히지 않고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다 보면 리더는 물론이고 추종자들의 능력과 의지, 잠재력도 총동원할 수 있게 된다.

셋째, 본연의 역할을 먼저 챙기게 된다. 경쟁자에 대한 자부심은 리더가 고유의 역할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태도를 갖기 때문이다.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과정을 희생시키게 되는 법이다. 이러한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실수가 줄어들면 승리의 기회는 그만큼 커진다.

넷째, 리더가 자신의 실수를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그 반성은 새로운 해법과 지혜를 교훈으로 제공해준다. 자신을 처절하게 반성할 줄 아는 리더는 늘 이기는 경쟁을 할 수는 없어도 늘 지지 않는 경쟁은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리더가 경쟁자에 대한 적개심을 버리고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살펴봤다. 리더는 열정적이고 치밀하며 자신감이 가득해야 한다. 그런데 신(神)은 우리에게 재능과 교만을 함께 준 듯하다. 잘나가는 리더가 실패하는 이유는 멀리 있지 않다. 리더가 평정심을 유지하고 균형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경쟁자에 대한 적개심이 아니라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 까닭이다.








신제구 교수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겸 국민대학교 리더십과 코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리더십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글 신제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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