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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칼럼] 트럼프 ‘최고의 압박과 관여’ 대상은 북한 뿐이 아니었다.

북핵 압박 대가로 사드배치비용, 한미FTA 전면개정 청구서 내밀어

트럼프, 진정 북핵 해결 원하는지 다른 목적 있는지 진정성에 의구심

'장사꾼 본색'드러날 경우 대북압박 공조에 균열. 북핵해결 난망.

노련하고 실리적인 최고의 협상가 트럼프에 맞설 새 대통령에 걱정

안의식 선임기자




역시 트럼프! 다음 카드는 무엇일까.

2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로이터 통신 회견 소식을 접하면서 든 느낌이다. ‘성공한 비즈니스맨’ ‘협상의 달인’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허튼 소리가 아님을 새삼 재확인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비용 10억 달러(1조1,300억원)를 한국이 내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끔찍한 협정이라 칭하면서 재협상하거나 종료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우리 국방부는 아연실색했다. 가뜩이나 사드관련 여론이 안 좋은 판에 우리보고 돈까지 내라 한다고 발끈했다. 국방부는 공식 입장 자료에서 “한미는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관련 규정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측이 부담한다’는 기본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통상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장관과 차관이 잇달아 미국을 찾아 한미 FTA의 필요성과 한미 간 통상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좋은 분위기’에서 대화가 오갔음을 그동안 강조해 왔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 기조인 ‘최고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대상이 북한 뿐이 아님을 재확인해 주고 있다.



사실 트럼프는 집권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와는 달리 북핵 문제 해결을 외교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 이미 상당한 정치,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북핵 시설에 대한 정밀타격(surgical strike)과 ‘제2의 한국전쟁’을 시사하면서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이 한층 고조되었고 주변국들은 ‘최고 수준의 압박을 이어가는’ 트럼프 미 대통령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이 사이 트럼프는 대중관계에 있어서 전임 오바마 정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하게 주도권을 틀어 쥐었다. 전격적으로 진행된 한국의 사드배치에 대해서도 중국의 반발강도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동북아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일관계에 있어서도 일본의 대미 의존이 더욱 확실해 졌다. 우리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다. 사드가 전격적으로 배치됐고 이제 사드배치비용 부담이나 한미FTA 전면개정으로 청구서가 날아오고 있다. 또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결정을 미중, 미일 정상들이 논의하며 한국을 배제할 때 비록 과도정부이지만 우리는 항의하는 목소리 한번 제대로 못 냈다. ‘최고의 압박과 관여’가 북한 뿐 아니라 동북아 주변국 모두를 대상으로 진행된 셈이다.

사실 우리는 이번을 북핵 해결을 위한 마지막, 최고의 기회로 보고 있다. 북한과 미국이 상호 위협을 줄이면서 단계적 호혜조치로 북핵문제를 해결한다는 ‘페리 프로세스’가 진행되던 지난 1999~2001년 이후 지금처럼 미국과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선 때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북한의 핵 보유는 앞으로 영원히 막기 어렵다고 많은 전문가들도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내 놓은 청구서를 보면서 우리는 헷갈리게 됐다. 정말 미국이 오로지 북핵 해결의 한 길로 나아갈 의지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북핵도 북핵이지만 다른 목적에 더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 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5월의 정세도 걱정이다. 4월 한반도 위기설이 사라지면서 5월에는 강력한 대북 압박이 지속되면서 한편으로는 협상국면이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이처럼 트럼프의 ‘장사꾼 본색’이 드러날 경우 대북압박 공조가 흔들리면서 북핵 해결 또한 물건너 갈 수 있다.

여하튼 ‘사드배치 비용 부담과 한미FTA 전면개정’이라는 청구서를 보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지극히 실리적이고 노련한 협상가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진면목을 보게 됐다. 그를 상대해 북핵을 해결하고 우리의 국익을 지키는 것은 오롯이 오는 5월9일 선출되는 새 대통령과 새 정부의 몫이다. 하지만 누가 당선되더라도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 것 같은 트럼프에 맞서기에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기자만의 걱정일까. /안의식 선임기자 miracl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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