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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바이크]<37회>본격 가와사키 W800 시승기

■잘 생겼다, 내 바이크!

안녕하세요. 많이 기다리셨죠? 저를…이 아니라 저의 가와사키 W800 시승기를요.

두유바이크 35회(클릭)에서 W800 신차 출고기를 끄적인 후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 한 달 동안 저는 W800을 900km 정도 탔습니다. 시승기를 쓰기에 모자람이 없는 킬로 수죠.

바이크샵에서 W800을 처음으로 만난 그 날로 되돌아가 봅니다. 친절한 사장님께서 보증기간과 무언가……이미 기억나지 않는 많은 것(;;;)……들을 말씀해주셨으나, 저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에 몰두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넘어뜨리지 말아야 한다…!!”

그렇습니다. 이 찬란한 기계를 어떻게 상처입힌단 말입니까.

러블리




저를 두렵게 한 것은 W800의 무게와 시트고였습니다. 지난 3년간 울프 클래식을 타 온 저는 W800과 무게가 비슷한 트라이엄프 본네빌을 미쿡에서 넘어뜨린 바 있으며(본네빌 시승기 클릭), 다행히 W800과 시트고가 비슷한 두카티 스크램블러는 무사히 탔지만(두카티 스크램블러62 시승기 클릭), BMW 라이딩스쿨(후기 클릭)에서 F800GT도 가차 없이 넘어뜨린 전력이 있습니다.

쓰다 보니 글이고 뭐고 그냥 저 구석에서 손들고 무릎꿇어야 될 것 같습니다…만.


그 와중에 다행인 점은 그렇게 넘어졌어도 다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제 반사신경은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자료화면 1- 변명하자면 제 앞에서 두 차선을 오가며 갈팡질팡하던 사륜차가 막 오른쪽으로 사라진 참이었고, 저는 정차하던 참


2 뒷차들을 헷갈리게 한 사륜차를 쳐다보며 정차하다 그만 삐끗!!! 버티려고 용을 써봐도 이미 넘어간 바이크...ㅠㅠ


3 에잇 소중한 내 발목을 깔릴 수는 없다


4 휴 오늘도 세이프(...가 아니라!애초에 넘어뜨리질 말라고!!!ㅠㅠㅠㅠ)


참고로 사진 속의 바이크는 혼다의 NC750X로 제가 타본 바이크 중에 시트고(830mm)가 가장 높았습니다. 넘어뜨리면서 앞브레이크 레버가 똑 부러졌고, 다행히 근처 혼다 공식서비스센터가 있어 곧바로 교체해 반납했습니다.

마음껏 비웃으시라


이런 과정을 거쳐 점점 시트고에 집착하게 된 저는 W800의 적잖은 높이에 무척 긴장했더랬죠. 그래서 바이크를 출고한 첫째 날은 뻣뻣하게 굳어있었습니다. 유턴은커녕 좌우회전도 조심스러웠죠. 빈 연료탱크를 채우기 위해 주유소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조차도 그랬습니다.

걸어서 바이크를 끌고 간다거나, 바이크에 앉은 채 후진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특히 경사진 길에선 더욱요. 예를 들어 조금이라도 내리막길이면 앉은 채 후진은 불가능합니다. 내리막길에선 까치발로 217㎏짜리를 밀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경사진 길에서 사이드스탠드를 내렸다가 다시 지면과 수직이 되도록 세우기도 어렵습니다. 무게가 있으니까요. 평평한 곳까지 바이크를 걸어서 끌고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료화면 - 왼쪽이 원래 타던 울프 클래식(시트고 710㎜), 오른쪽이 W800과 똑같은 시트고(790㎜)의 두카티 스크램블러62입니다. 왼쪽은 척 봐도 느무 편안...


이론적으로는 제대로 스킬만 갖추면 시트고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론적으로는요.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까지 도달하신 분들도 숱하게 넘어져 가며 눈물겹게 고생하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정말 박수쳐 드려야 됩니다.

이런 수모(?)를 겪다 보니 출고 첫날엔 그냥 작고 가벼운 울프 클래식이나 쭉 타고 다닐걸 왜 샀냐능…이란 생각도 살짝 들었습니다. 그래도 새 장난감이 생긴 즐거움에 두 시간 가까이 서울 시내 곳곳을 쏘다녔죠.

신차 출고 둘째날. 마침 일요일인지라 과감하게 서울 시내를 벗어나기로 했습니다. 익숙지 않은 바이크로 낯선 곳에 가긴 뭐해서 익숙한 임진각으로 향했습니다. 이날 저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유턴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달리면서 맞은편 라이더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왼손을 떼는 건 아직 위험천만한 짓으로 느껴졌습니다. 집과 임진각 사이의 왕복 150km를 달리면서 흡사 1X년 전, 수능 고사장에서의 불타오르는 집중력을 재차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적응력은 참 무섭더군요. 그 다음 주말, 세 번째 라이딩에선 까치발로 바이크를 타는 게 그닥 부담스럽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맞은편 라이더에게도 인사를 할 수 있게 됐죠. 그래서 북한강변에서 이렇게 느긋하게 커피도 한 잔 마시고 복귀했습니다. 별 특이점은 없으나 이런 리버뷰 때문에 종종 찾는 북한강로의 카페 ‘딜리카포’입니다.

1년 반 가량 저와 함께 한 벨 헬멧. 근데 이제 슬슬 새로 지르고 싶어집니다...


커피 맛은 그럭저럭입니다.


그래서 시승 소감은 어떻냐구요? 일단 배기음이 너무너무 좋습니다. 들어보시죠.

너무 시끄럽지 않으면서도 중후한 배기음이 꼭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W800은 무엇보다도, 너무 잘 생겨버린 겁니다. 마치 얼굴만 보고 결혼했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사실 그러고보면 저도 W800을 타보기는커녕 앉아본 적도 없이 그냥 사버렸으니까 할 말은 없습니다(…)

시트는 푹신하고 보드랍고 편합니다. 2년 전쯤 초기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고 나름 조심하면서 지내는 사람으로서, 2시간 넘게 쉬지 않고 달려도 허리가 아프지 않더군요.

두껍고 폭신한 시트


승차감이 부드럽진 않습니다. 4, 5단까지 갈수록 그르렁대는 느낌이 심해지죠. 상당히 부드러웠던 두카티 스크램블러나 높은 단수로 갈수록 실크 위를 달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할리데이비슨 로우라이더(시승기 클릭) 등과 비교하면 실망스럽긴 합니다. 민첩한 핸들링도 아니구요.

그런데 가와사키 W800은 애초에 클래식 바이크입니다. 제가 택한 클래식 감성인데 어쩌겠습니까.

다음으로 제동력. 앞쪽은 싱글디스크, 뒷쪽은 드럼브레이크라 크게 기대는 안 했지만, 출고 이튿날 임진각을 오가다가 뒷바퀴 털림을 겪었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신호가 바뀌는 바람에 급브레이크를 잡았거든요. 제동력이 매우 훌륭한 BMW 바이크 몇 대 타 봤다고 그새 눈이 높아졌을 수도 있겠지만, 아주 짧은 거리가 아닌데도 제동이 힘겨웠습니다. 새 타이어라 그랬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다음 번 신호 급변경과 맞닥뜨렸을 때는 살짝 걱정되기도 해서 급제동하기보단 냅다 신호를 통과했는데 결과적으로는 1, 2초 간격으로 신호를 위반한 꼴이 됐습니다. 마침 저 앞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경찰느님께 붙잡혔습니다. 다 제 잘못이니 고분고분 딱지를 받았죠. 여자 라이더가 신기하셨는지 친근하게 “아까 임진각 방향으로 가시던데 맞죠?”라고 물어보시는데 너무 부끄러웠지 말입니다. 언제나 정신 똑바로 차리고 운전해야 하는 것을요.

계기판은 별 거 없습니다. 다만 저는 시계!!시간이 표시되는 게 너무 좋더군요. 울프클래식은 너무 클래식하다보니 시계도 없어서 나름 바쁜 사람인 저는 좀 불편했거든요. 시계가 있어서 좋다니까 BMW 바이크 오너분들이 비웃습디다(…).

아아 시계


W800은 연료게이지가 없습니다. 기름이 떨어질 때쯤 주유등이 켜집니다. 공식 연비는 유럽 제원 기준으로 리터당 22km라는데, 실제 연비는 물론 이보다 낮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훌륭한 연비라고는 할 수 없죠.

그래도 저의 선택은 W800입니다. 2년쯤 후에는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 저도 장담할 수는 없으나, 지금으로선 아무리 뜯어봐도 제 취향이니까요.

종종 W800 소식 들려드리겠습니다. 아름다운 계절 즐겁고 안전한 라이딩 즐기시고, 다음 번 두유바이크에서 다시 만나요!!!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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