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책꽂이]다금바리? 저의 이름은 자바리 입니다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황선도 지음, 서해문집 펴냄)





단원 김홍도의 그림 중에 바다에 어살(물고기를 잡기 위해 둘러친 장치)을 세우고 사내 둘이 물고기를 잡는 ‘고기잡이’이라는 풍속화가 있다. 죽방렴은 물살이 센 해협에 대나무 발을 세워 발 안으로 휩쓸려 들어왔다가 갇힌 멸치를 잡는 생태적 어법이다. 죽방렴으로 잡은 남해의 죽방멸치는 2001년 포르투갈에서 열린 슬로푸드 대회에서 심사위원 특별상도 받았다. 그런 남해 죽방렴은 명승 71호이자 국가 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슬로푸드가 현대 문명의 효율성이 앗아간 인간성과 다양성, 지속가능성을 회복하려는 환경운동의 일환이라면 신간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가 이야기하는 ‘슬로피시(slow fish)’는 슬로푸드처럼 좋으면서도 깨끗하고 공정한 수산물을 의미한다. 책은 남해 죽방렴 외에도 석방렴, 강화도 건간망, 제주도 원담 등의 전통 방식의 생태어업을 사례로 든다.

해삼=생명력·개불=정력

일제강점기 삼치는 귀한 생선

바닷 물고기부터 패류까지

해산물 유래·생태·삶 담아

남해 죽방령 등 어업도 소개





앞서 2013년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를 출간한 저자는 30년간 우리 바다와 바닷물고기를 연구해 온 ‘물고기 박사’다. 이번 책은 바닷물고기부터 패류까지 해산물의 유래와 생태는 물론 바다의 역동성과 그 안에서의 삶과 추억까지 다채롭게 담았다. 게다가 먹거리로서의 해산물에 관한 각종 이야기를 풀어대니 책장 넘기는 소리와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가 교차한다.

첫 장은 식탁에서 곁들이 음식 취급 받는 해삼·멍게·개불에 대한 변호로 시작한다. 술안주인 멍게는 “척추동물인 인간의 배아와 같은 척삭구조”를 갖는 고등 동물에 속하고, 해삼은 ‘바다의 인삼’이자 바퀴벌레게 버금가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생물이다. 징그러운 생김새 때문에 놀림 받는 개불이 정력에 좋다는 것은 한방에서도 인정했다고 강조한다.



최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억울한 누명을 쓴 고등어구이보다도 세 배나 더 맛있어서 이름 붙은 ‘삼치’는 일제 강점기에는 잡히는 족족 일본으로 보내져 조선 사람들은 맛조차 볼 수 없었던 사연이 전한다. ‘바리바리’ 많아서 ‘바리’라 불리는 바릿과 어류는 이제 구경조차 어려운 희귀종이 됐다. 저자는 제주도에서 시가로 거래되는 고급 어종인 ‘다금바리’가 진짜 다금바리가 아닌 바릿과의 일종인 ‘자바리’라는 사실도 알려준다.

‘말짱 도루묵 됐다’고 할 때의 도루묵은 피난길의 선조 임금이 “도로 묵이라고 불러라” 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두고 저자는 “도루묵은 주로 강원도와 함경도, 경북 동해 북쪽 바다에서 잡히는 바닷물고기인데 선조는 도루묵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 피난을 간 적 없다”면서 “고려와 조선시대에 도루묵이 잡히는 동해안으로 피난 간 왕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한다. 처량한 이 물고기는 도루묵 복원사업으로 산란 개체 수가 급증해 2015년 말 동해 북부 해변을 새까만 도루묵 알로 뒤덮는 사태도 일으켰다.

과학과 역사와 문화를 넘나드는 저자의 자유분방한 입담과 지식은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지구상에 약 3만2,000종의 다양한 어류가 있고 척추동물 중 가장 많은 종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제 나름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싸잡아 물고기라 부르지 않던가” 한탄하며 “바다와 해양생물을 대하는 우리의 문화가 어딘지 아쉽다”고 지적한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수산은 경제이자 환경인 만큼 해산물과의 공존이 절실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1만5,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