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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외환위기의 역사를 기억하는 ‘강남파이낸스센터’

■대기업 사옥서 외국계 손으로

현대사옥으로 개발했으나 론스타에 매각

삼성생명-싱가포르투자청 매입 경쟁

■호텔이 될 뻔 했던 오피스빌딩

상층부에 파크하얏트 호텔 유치 시도

29~30층 연결 등 곳곳에 흔적 남아

■강남의 성장과 함께 달라진 위상

벤처붐 일며 강남 3대 오피스 권역 부상

매입 당시보다 가치 두 배 이상 올라

강남 테헤란로 역삼역 사거리에 서 있는 ‘강남파이낸스센터’ 전경. 애초 현대그룹의 사옥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강남파이낸스센터는 IMF 외환위기 이후 미국계 사모펀드의 손에 넘어갔다가 현재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소유하고 있다. 강남파이낸스센터는 외환위기 전후의 한국 사회와 경제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건물이다. /사진=송은석 기자






지난 1990년대 말에 터진 IMF 외환위기는 한국 사회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오피스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서울 주요 지역에 위치한 대형 오피스 빌딩은 대부분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일어난 후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산 매각에 나섰고 헐값에 나온 오피스 빌딩을 노린 외국계 투자가들이 이를 사들였다. 이후 20여년이 지난 지금 서울 3대 업무지구인 도심·여의도·강남에 위치한 대형 오피스 빌딩 중 많은 수가 외국계 투자가나 국내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가들에 넘어갔다. 지하철 2호선 역삼역과 연결돼 있는 ‘강남파이낸스센터(GFC)’는 이 같은 외환위기 전후 한국 오피스 시장의 역사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건축물이다.

강남파이낸스센터 상층부에서 바라본 테헤란로 전경. 멀리 잠실역 인근에 위치한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다. /사진=고병기기자


국내 vs 외국계 투자가, 서울 오피스 빌딩 두고 본격 경쟁 시작

삼성생명(032830) 부동산금융팀, 막판까지 GIC와 경합했으나 놓쳐

현대그룹 사옥으로 개발했으나 IMF 이후 미국계사모펀드 론스타에 매각

강남파이낸스센터는 애초 1990년대 중반 현대그룹의 사옥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LG그룹 사옥(현 GS그룹 사옥)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두 대기업이 역삼역 사거리를 사이에 두고 대각선 방향으로 마주 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가 현대그룹과 강남파이낸스센터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당시 현대그룹은 자금난에 빠지면서 강남파이낸스센터를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약 6,300억원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이름도 ‘아이타워(I-Tower)’에서‘스타타워’로 바뀌었으며 다시 2004년 말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사들인 후 2007년 8월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건물의 겉모습도 달라졌다. 스타타워로 불릴 때만 하더라도 건물 최상층부에 별 모양의 경관 조명이 있어 밤이면 서울 전역에서 밝게 빛나는 별을 볼 수 있었지만 강남파이낸스센터로 이름이 변경되면서 사라졌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강남파이낸스센터를 두고 국내 금융기관과 외국계 투자가가 치열한 매입 경쟁을 벌였다는 점이다. 지금이야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대형 오피스 빌딩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드문 일이었다. 2004년 론스타는 강남파이낸스센터를 매각하면서 주로 외국계 투자가를 대상으로 투자설명서(IM)을 보냈는데 국내 금융기관 중에서는 유일하게 삼성생명이 IM을 받았다. 당시 론스타로부터 IM을 받은 곳은 GIC와 삼성생명을 비롯해 6곳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GIC와 삼성생명이 최고가를 써내 막판까지 경쟁을 벌였다. 삼성생명 부동산금융팀은 당시 미국계 사모펀드인 워버그핑커스와 손을 잡고 입찰에 참여했다. 그때 업무를 담당했던 전 삼성생명 관계자는 “부동산펀드의 수익증권을 거래하는 ‘셰어딜(share deal)’ 형태로 진행됐기 때문에 주당 가격을 적어내야 했는데 GIC와 삼성생명이 제시한 가격이 같았다”며 “막판까지 두 곳이 경합을 벌이자 매도자 측에서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는데 삼성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놓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스타타워로 불리던 시절 강남파이낸스센터 전경. 당시 소유주였던 론스타와 론스타의 고향인 미국 텍사스를 상징하는 별 모양의 조형물이 상층부에 설치돼 있다. /사진=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 홈페이지


한국을 대표하는 오피스 빌딩에 호텔이 들어설 뻔한 사연

연면적 기준 국내 최대의 오피스 빌딩

개발 도중 상층부를 파크하얏트 호텔로 용도변경 시도

연결된 두개층·드롭오프존 등 아직도 남아 있는 호텔 흔적들

강남파이낸스센터의 연면적은 19만2,524㎡(오피스 면적 기준)로 국내 오피스 빌딩 중 가장 큰 규모다. 실제 강남파이낸스센터 주변을 살펴보면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독보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해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사들여 화제를 모았던 인근 캐피탈타워도 강남파이낸스센터와 비교하면 소박해 보인다. 또 최근 준공된 국내 최고층 빌딩 롯데월드타워의 오피스 연면적도 16만8,595㎡로 강남파이낸스센터보다 작다. 단순히 크기만 한 것도 아니다. 다른 어떤 오피스 빌딩과 비교해도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강남파이낸스센터는 기준층 전용면적이 약 2,310㎡로 일반적으로 프라임 오피스 빌딩의 기준이 되는 660㎡보다 세 배 이상 넓다.

오피스 빌딩으로서 강남파이낸스센터의 이 같은 명성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남파이낸스센터에 호텔이 들어설 뻔했던 사연은 잘 모른다. 현대그룹은 사옥 개발을 포기하면서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건물 상층부를 호텔로 용도 변경하고자 했다. 실제 1999년 12월 한 일간지에 실린 기사에는 ‘파크하얏트서울은 강남구 역삼동 지상 45층짜리 아이타워 가운데 지상 30~45층을 호텔 용도로 사용하는 초특급호텔로 2001년 9월에 개관한다’고 돼 있다. 론스타가 강남파이낸스센터를 사들이면서 호텔 유치 계획이 백지화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곳곳에 호텔을 넣으려고 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현재 나이키가 쇼룸으로 사용하고 있는 29~30층은 두 개 층이 뚫려 있다. 이 부분을 호텔 로비로 사용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42~43층도 연결돼 있는데 이곳에는 수영장과 피트니스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또 강남파이낸스센터 후면부를 보면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드롭 오프 존(drop off zone)이 마련돼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GIC가 국내에서 처음 사들인 서울파이낸스센터도 애초에 호텔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GIC가 도심과 강남에 소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대형 오피스 빌딩의 시초가 호텔이었기 때문에 다른 오피스 빌딩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때 강남파이낸스센터에는 파크하얏트호텔이 들어설 뻔했다. 강남파이낸스센터 후면부의 드롭 오프 존(drop off zone)에는 그 같은 흔적이 남아 있다. /사진=송은석기자




정면에서 바라본 강남파이낸스센터. 강남파이낸스센터의 입면은 7개로 나뉘어 있어 균형미가 돋보이며 내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입면을 구분해주는 기둥이 밖으로 돌출돼 있다./사진=송은석기자


테헤란로 부흥에 건물 가치 크게 상승…장기 투자의 매력

강남은 벤처붐 일며 서울 3대 오피스 권역으로 부상

현재 매물로 나오면 가치 두 배 이상일 듯

사실 강남파이낸스센터가 준공될 당시만 하더라도 오피스 업무지구로서 강남의 위상은 지금과 같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도심과 여의도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강남의 위상이 지금처럼 올라간 것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에 불어온 벤처 붐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시 테헤란로 일대에 유망한 벤처기업들이 몰려들면서 강남이 3대 오피스 권역 중 하나로 부상했다고 보는 것이다. GIC는 2004년 12월 론스타에 9,000억원 이상을 주고 강남파이낸스센터를 사들였다. 당시에는 론스타가 불과 3년여 만에 3,000억원에 달하는 큰 차익을 남기고 떠난다며 먹튀 논란이 일었지만 지금 현재 GIC의 투자가 잘못됐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시 GIC가 강남파이낸스센터를 매입한 가격은 3.3㎡당 1,500만원 내외다. 만약 지금 강남파이낸스센터가 매물로 나온다면 3.3㎡당 3,000만원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것도 꿈 같은 얘기다. 매물로 나오기만 하면 사려고 하는 곳은 많겠지만 GIC가 쉽게 내놓을 리 없기 때문이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강남파이낸스센터에는 어떤 회사들이 입주해 있을까

이름과는 달리 구글·알리바바·트위터 등 IT 기업들도 많아

강남을 대표하는 오피스 빌딩이라 은행·증권사 PB센터도 집결

론스타가 인수했을 당시엔 기획부동산 업체들 몰려들기도

강남파이낸스센터(GFC)에는 이름으로 봐서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 임차인들이 많이 입주해 있다. 현재 강남파이낸스센터에는 60여개의 오피스 입주사와 40여개의 리테일 입주사가 있다. 오피스 입주사 중에서는 이름만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많다. 단 금융사는 아니다. 나이키·구글·이베이·월트디즈니·알리바바 등이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입주해 있다. 또 강남파이낸스센터를 임차하고 있는 서비스드 오피스 업체 TEC에는 트위터가 입주해 있기도 하다. 국내 기업 중에는 삼정회계법인과 네이버(라인플레이) 등이 입주해 있다.

물론 강남파이낸스센터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입주사들도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IMM인베스트먼트, 홍콩계 부동산 투자회사 거캐피털 등이 강남파이낸스센터에 둥지를 틀었다. 또 강남파이낸스센터가 강남을 대표하는 오피스 빌딩이기 때문에 미래에셋증권·신한은행·삼성생명·씨티은행·국민은행·한화투자증권 등 굵직굵직한 금융사들이 모두 이곳에 PB센터를 두고 있다. 전체 입주 기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은 정보기술(IT)로 35%다. 금융업은 12%를 차지한다.

CBRE코리아 측은 임차인 구성 자체가 강남파이낸스센터의 위상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강남파이낸스센터의 자산관리(PM) 업무를 맡고 있는 CBRE코리아의 임세훈 이사는 “자부심이 강한 글로벌 기업들이 한 오피스 빌딩에 모여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며 “강남파이낸스센터의 위상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강남파이낸스센터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위상을 자랑했던 것은 아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단기 투자를 통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론스타가 매입했을 때만 하더라도 당시 성행했던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입주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전 세계 주요 도시 핵심 지역의 안정적 자산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강남파이낸스센터를 사들이면서 지금과 같은 임차인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강남파이낸스센터 로비/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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