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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멍 때리고 싶다

"바쁜 일상속 완벽한 힐링"

망원한강공원서 '멍 때리기' 대회

30일 서울 마포구 한강 시민 공원 망원지구에서 열린 ‘멍 때리기 대회’ 참가자들이 멍하니 앉아 있다. 참가자 70여명은 이날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각자 편한 자세로 시간을 보냈다. /송은석기자




“아기 엄마는 멍 때릴 시간이 없어요. 이 핑계로 멍 좀 때릴게요. 여보, 땡큐.”

30일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에서 열린 ‘멍 때리기 대회’에 참가한 주부 권주연(32)씨는 대회 참가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권씨는 “아기를 키우다보면 내 생활이 없다보니 한 번씩 나는 ‘얘 키우러 태어났나’ 싶을 때가 있다”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고 스스로에게 쉴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싶어 참여했다”고 말했다.

멍 때리기 대회는 아무 생각 없이 넋을 놓고 있는 것을 가장 잘하는 사람을 가리는 대회다. 지난 2015년 첫 대회 이후 매년 참가신청자가 크게 늘고 있다. 올해는 70명 모집공고가 나자마자 하루 만에 3,500명이 몰려 5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70여명은 “쉼 없이 살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 스스로를 힐링하기 위해 대회에 참가했다”고 입을 모았다. 바쁜 일상에 지친 스스로에게 잠시나마 ‘완벽한 휴식’을 줌으로써 다시 생활의 활기를 찾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건설현장 안전관리 근로자 임명일씨(24). 그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12시간 동안 쉼 없이 집중해서 현장을 지켜봐야 한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큰 사고가 난다. 지난주에도 등짐을 지고 가던 근로자가 사다리를 잘못 딛는 바람에 큰 사고가 날 뻔 했다. 임씨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면서 계속 신경이 곤두서 있다 보니 주말이면 번아웃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가만히 멍 때리고 있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교복을 입고 참가한 고등학생 김태성(16)군은 “지난주에 중간고사를 열심해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점수가 안 나와서 속상한 마음을 달래려고 참여했다”고 전했다. 김정훈(41)씨는 “항상 만화와 게임을 안하면 심심해하는 초등학생 아들에게 멍 때리기가 주는 휴식을 가르쳐 주기 위해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기획한 웁쓰양컴퍼니 관계자는 “휴식의 한 방법인 ‘멍 때리기’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는데 매년 참가 신청자가 크게 늘고 있다”며 “현대인들이 그만큼 바쁜 일상 속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증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우보·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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