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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의 유럽축구 엿보기] <6> 호펜하임의 '비밀병기'

과학의 힘 믿는 '어린 감독' 나겔스만

獨동네구단, 118년만에 챔스로 이끌다

‘푸트보너트’에서의 패스훈련. /사진출처=유튜브




패스방향과 타이밍을 익히는 데 도움을 주는 ‘헬릭스’ 프로그램. /사진출처=SAP


율리안 나겔스만 호펜하임 감독. /AP연합뉴스


남은 경기 전패해도 리그 4위

다음 시즌 챔스 플레이오프 확정

구단, 연구소 같은 훈련센터 건립

압박상황 대처·판단능력 키워

30세 감독, 훈련장에 드론 띄우고

상대팀따라 팔색조 전술 구사

축적된 데이터로 선수 재평가

동갑내기 공격수 바그너 발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이 한창인 가운데 다음 시즌 챔스는 흥미로운 팀들의 합류로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호펜하임이 바로 그중 한 팀이다. 2일 현재 분데스리가 3위(15승13무3패·승점 58)인 호펜하임은 남은 3경기에서 전패해도 최소 4위는 한다. 분데스리가는 1~3위가 챔스 본선에 직행하고 4위는 챔스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한다. 지난 1899년 창단한 호펜하임은 118년 만에 유럽 최고 클럽대항전 진출의 꿈을 이룬 것이다. 2008-2009시즌에 기록한 7위를 넘어서 창단 후 분데스리가 최고 성적도 이미 확정했다. 오는 6일 1점 차 4위인 전통 강호 도르트문트와 챔스 본선 직행티켓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을 벌인다.

1990년대까지 5부리그의 아마추어 동네구단이던 호펜하임은 올 시즌 전까지도 일반 축구 팬의 관심을 끄는 팀은 아니었다. 지난 시즌 18개 팀 중 15위로 겨우 강등을 면했고 2015년 8위, 2014년 9위, 2013년 16위 등 10위권이나 강등권을 맴돌던 팀이었다. 그저 그런 팀을 강호로 바꿔놓은 것은 최첨단 정보기술(IT)로 무장한 스포츠과학과 1987년생 ‘어린’ 감독의 힘이다.



전문가들은 호펜하임의 저력을 강력한 기술투자에서 찾는다. 대부분의 팀이 이름값 있는 선수 영입에 열을 올릴 때 호펜하임은 첨단훈련센터를 지었다. 훈련센터라지만 분위기는 연구소에 가깝다. 이 중 36억원이 투입된 ‘푸트보너트’는 선수들을 프로그램화된 패스 기계처럼 변신시켰다. 10평이 채 안되는 공간의 중앙에 선 선수는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공에 반응해야 한다. “삐삐” 소리와 함께 2층 구조의 총 64개 패널 중 한 곳에 빨간불이 켜지면 동시에 다른 한 곳에 초록색 불이 들어온다. 선수는 빨간불이 들어온 곳에서 나온 공을 트래핑하자마자 초록색 불이 들어온 패널 안으로 넣어야 한다. 공이 나오는 속도와 탄도는 담당코치가 조절할 수 있다. 호펜하임 구단은 “이 훈련으로 경기 중 압박상황에서의 판단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고 했다. 대형 커브드 스크린에 컴퓨터게임 영상을 틀어놓은 듯한 ‘헬릭스’ 프로그램도 호펜하임의 비밀병기다. 영상에서 아군과 적군이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동안 어느 쪽에 우리 편 선수가 더 많은지 찾아내는 식이다. 이렇게 축적된 선수별 데이터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솔루션업체 SAP가 관리한다. SAP의 공동창업자인 디트마르 호프가 바로 호펜하임의 실질적 구단주다.

사실 푸트보너트 같은 훈련 프로그램은 호펜하임이 처음 도입한 것은 아니다. 도르트문트가 수년 전에 가장 먼저 들여왔다. 그러나 도르트문트가 재활선수에 한정해 사용한 반면 호펜하임은 후보선수와 유소년팀에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혁신의 아이콘’ 율리안 나겔스만(30) 감독의 철학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동갑인 나겔스만 감독은 무릎 부상으로 21세에 현역에서 은퇴한 뒤 대학에서 스포츠과학을 전공했다. 이후 2010년 17세 이하 팀 수석코치를 시작으로 호펜하임과 처음 인연을 맺은 그는 19세 이하 팀 감독 등을 거쳐 1년여 전 사상 최연소(29세)로 분데스리가 사령탑에 앉았다. 강등 위기의 팀을 잔류시키더니 사실상 분데스리가 감독 첫 시즌인 올 시즌 독일축구협회 올해의감독상까지 수상했다. 나겔스만 감독은 “선수들의 가장 큰 적은 타성에 젖는 것이다. 축구에 지루함을 느낀다면 그것보다 최악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호펜하임 선수들은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그라운드가 아니면 연구소 같은 훈련센터에서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고 감독은 선수의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겠다며 훈련장에 드론을 띄운다. 상대 팀에 따라 팔색조 전술을 쓰는 감독이라 선수들은 한 경기 못 나갔다고 느슨해질 여유가 없다.

나겔스만 감독은 첨단기술이 축적한 데이터로 주전·비주전 구분 없이 원점에서 재평가해 보석을 발굴했다. 감독과 동갑인 공격수 산드로 바그너(11골)도 그중 한 명이다. 감독 전용 사무실을 없애 선수와 스태프를 격의 없이 만났다. 올 시즌의 호펜하임은 공격 전개 후 12.88초 만에 골을 넣기도 했다. 상당수 득점이 이렇게 빠르고 간결하게 이뤄진다. 감독 전술에 대한 선수들의 믿음과 훈련된 움직임이 아니면 어려운 일이다. 호펜하임은 핵심 선수 몇몇을 시즌 뒤 바이에른 뮌헨에 이적시키기로 이미 합의한 상태다. ‘데이터 축구’에 대한 자신감으로 다음 시즌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셈이다.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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