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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통해 세상읽기] 下知有之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하지유지·아래 사람이 지도자가 있다는 것만 안다>

노자, 불편함 없는 일상 만들어주는

'공기같은' 정치지도자 최상 꼽아

홍보로 인정 받으려는 자는 차선

공포감 조성 차악·업신여김은 최악

최선의 후보 찾아내 소중한 한 표를







5월9일에 치러지는 대통령선거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5월4~5일 이틀에 걸쳐 사전투표가 실시됐기 때문에 투표는 사실상 시작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유력 주자의 등장과 퇴장으로 판세가 여러 차례 출렁거렸다는 데 있다. 지금도 선두주자는 판세가 굳어졌다고 주장하고 뒤쫓는 후보는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하다고 벼르고 있다.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 후보자들은 다급한 마음에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네거티브를 터뜨리거나 사전에 깊이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마구잡이로 내놓아 표심을 사로잡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후보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면 뭐라도 하고 싶겠지만 그렇게 내놓은 정보와 정책이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다가가지는 않을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노자는 세습 사회를 살았기 때문에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 시대에 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노자는 현실 사회의 다양한 정치지도자나 역사상 명멸했던 명군과 폭군을 두루 살펴보면서 좋은 지도자와 나쁜 지도자를 나름대로 분류했다. 그는 정치지도자를 네 가지 부류로 나눴다. 최상은 하지유지(下知有之)로 국민들이 정치지도자가 있다는 정도를 알 뿐 그에 대해 세세하게 알려고 하지 않은 상태를 꼽았다. 노자의 말을 들으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최상의 지도자라면 무슨 정책을 내놓아 국민에게 어떤 혜택을 줬는지 치적이 뚜렷하게 알려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문은 우리가 평소 살아가는 패턴을 돌아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공기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특별히 누구에게 고마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세먼지의 농도가 심해서 외출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커다란 불편을 겪고 있다. 이때 우리는 “정부와 정치인들은 미세먼지를 해결하지 않고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거야”라며 불평을 터뜨린다. 즉 평소에는 그런 사람이 있나 보다 정도로 별로 의식하지 않다가 미세먼지가 문제가 되니까 정부와 정치인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서 굳이 정부와 정치인이 있다는 정도로 알 뿐이고 그들을 관심의 대상으로 불러낼 필요가 없는 하지유지의 상태를 최상의 정치로 꼽았던 것이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나머지 세 가지 경우를 살펴보자. 두 번째는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며 칭찬하는” 친이예지(親而譽之)이다. 이 상태에서 정치인은 국민을 끊임없이 찾아다니며 자신이 무엇을 했다고 알려서 인정을 받으려고 한다. 세 번째는 “두려워하는” 외지(畏之)다. 이 상태에서 정치인은 자신을 따르지 않은 국민을 상대로 강제와 공포를 통해 지지를 얻으려고 한다. 네 번째는 “업신여기는” 모지(侮之)다. 이 상태에서 정치인은 국민을 두 편으로 갈라서 한 편의 지지를 받으려고 애쓰며 상대를 자극하고 불편하게 하니 자연히 다른 사람으로부터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된다. 이번 선거 유세를 보면 후보자들은 자신이 최상의 지도자라고 말하지만 실상 스스로 ‘모지’의 대상이 되기도 해 ‘외지’의 방법까지 쓰는 경우도 있다.



이제 5월9일 투표장에 향하기 전에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이 노자가 말한 네 가지 정치지도자의 유형 중에 어디에 속하는지를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저 사람에게 맡겨놓으면 문제가 없고 안심이 되겠다”는 최상의 후보가 있다면 제일 좋겠다. 원래 선거는 모든 것을 갖춘 흡족한 대상을 뽑는 것이 아니라 아쉽지만 그중 나은 사람을 고르는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최상의 후보가 없다면 ‘친이예지’의 후보라도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직접 뽑아놓고 대통령이 업신여기거나 두려워하는 대상이 되는 불행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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