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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 "4차혁명 핵심은 바이오...새정부 亞지놈센터 설립 서둘러야"

바이오산업 육성 위해 정부도 함께 뛰는 '플레이어' 역할을

창업지원 넘어 실패 용인하는 민간 바이오생태계 구축 시급

韓 의료시스템·IT인프라 탁월...4차혁명 '퍼스트 무버' 될것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 인터뷰./송은석기자




5월9일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새로운 정부가 꾸려진다. 누가 되든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독일·일본·중국 등 다른 나라들은 4차 산업혁명을 향해 저만치 앞서 나간 상황에서 새 정부는 정치적 혼란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서둘러 만회해야 한다. 미래 생존을 위해 한국형 4차 산업혁명 전략이 절박한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로 디지털과 바이오·물리학을 꼽는다. 그중에서도 바이오는 디지털과 결합해 새로운 세상을 열 것이다. 국내 바이오업계의 구심점인 한국바이오협회의 서정선(65·사진) 회장은 새로운 정부를 향해 ‘아시아 지놈 센터 설립’과 ‘민간 바이오 생태계 구축’을 제안했다. 서 회장은 한국이 바이오 분야를 앞세워 미국과 일본·중국을 따돌리고 4차 산업혁명의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지난 1월 연임에 성공하며 4번째 바이오협회 수장을 맡게 된 서 회장을 최근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에서 만났다. 서 회장은 작심한 듯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분야는 바로 보건의료를 포함한 ‘바이오 헬스’다. 고령화로 세계 각국의 의료비가 수직 상승하는 상황에서 기술을 통한 비용 감축은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라고 거듭 강조하며 국내 기업들의 나아갈 방향과 우리 정부의 역할론에 대해 하나하나 면밀하게 짚어냈다.

서 회장은 정부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지금부터 5년, 새 정부가 바이오에 올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방법은 달라져야 한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승기를 잡기 위해 정부의 역할은 정말로 중요하다. 다만 그 역할은 ‘지휘자’가 아닌 ‘협주자’, ‘감독’이 아닌 함께 뛰는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며 “과거의 성공 방정식인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처럼 정부가 하나부터 열까지 참견하고 감독하려는 순간 상황은 점점 나빠지기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방향성을 정해주고 기업을 당근과 채찍으로 길들여 달리게 하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들이 뛰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주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일례로 아시아인의 유전 정보를 대규모로 모아 축적하는 ‘아시아 지놈 센터’의 설립을 제안했다. 달리 말해보자면 ‘유전자 정보 센터를 중심으로 한 민간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자’는 아이디어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몽골 등 동북아 국가에 거주하는 아시아인들 10만명의 유전 정보를 수집해 쌓아두고 폭넓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센터를 한국에 구축하는 것”이라며 “만약 설립되기만 한다면 이 귀중한 정보를 활용하고자 하는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벤처가 못해도 100여개는 모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서로의 아이디어와 기술이 섞이고 흘러가는 ‘클러스터’가 자연스레 형성된다”고 자신했다.

정부의 역량 투입이 간절한 또 하나의 지점으로 바로 창업 생태계를 꼽을 수 있다. 서 회장은 “정부의 지원 아래 교수와 의사 같은 전문가의 창업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며 더불어 “정부의 단기 성과를 위해 성공이 확실시되는 기업에 창업 자금을 대주는 지금의 형태를 넘어 가능성에 투자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한국의 바이오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분명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의료수준, 앞선 정보기술(IT) 인프라, 급부상 중인 아시아 바이오 시장 등을 꼽았다.

서 회장은 “한국의 의료 분야가 실력도 실력이지만 체계나 시스템이 세계 의료를 주도하는 미국과 거의 흡사해 더 특별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과 동일한 방식의 표준 의료를 거의 동일하게 구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라며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선제적 투자에 따른 수혜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상대적으로 크게 저렴한 가격 체계를 통해 해외에서 미국을 대신하는 역할까지 넘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인간 게놈 프로젝트’ ‘브레인 이니셔티브’ 등에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 미래형 정밀의료에 적용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데 우리가 그것을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는 전 국민 건강보험을 실시하고 있어 축적된 의료 데이터가 실로 방대하다. 현재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의한 규제로 접근이 쉽지는 않지만 보물창고인 것만은 확실하다. 서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정보화를 통한 ‘예측’”이라며 “이 정보들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이냐를 정부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유럽 등 서양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에서 최근 아시아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최근 인종에 따라 유전정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즉 아시아인은 아시아인만의 유전 표준이 필요하다는 뜻이며 아시아인을 위한 정밀의료 기반을 쌓아가는 노력은 한국이 가장 앞서나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상황이 쉬운 것은 아니다. 미국·유럽 등 선진 바이오 시장의 기업들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발견·발명을 하며 저만치 앞서나가고 있고 크게 뒤진다고 생각했던 중국·동남아 국가들 역시 예상보다 빨리 따라붙고 있다. 서 회장은 “잘못된 방향으로 작용한 정부의 힘이 혼란을 부추기고 창의성 발현을 저지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정부가 모든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또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밀어붙일 때 재앙이 생긴다”고 직언했다.

/대담=우승호 바이오IT부 부장 derrida@sedaily.com

/정리=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songthomas@sedaily.com

●He is…

△1952년 서울 △1970년 경기고 △1976년 서울대 의대 △1980년 서울대 의대 대학원 생화학 박사 △1983년~ 서울대 의과대 생화학교실 교수 △1990~1992년 미국 록펠러대학 분자종양학실 교환교수 △1995년~ 한국유전체의학연구재단 상임이사 △1997년~ 서울대 의학연구원 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 △2000~2004년 마크로젠 대표이사 △2005년 한국유전체학회 회장 △2008년 한국생화학분자생물학회 회장 △2009년 통합 생화학분자생물학회 회장 △2003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2004년~ 마크로젠 회장 △2005년~ 미국생화학 분자생물학회(ASBMB) 정회원 △2005년~ 인천경제자유구역 바이오메디컬허브 자문위원장 △2007년~ 한국바이오벤처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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