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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선 이후 협치 못하면 공멸한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정진영 경희대 부총장




오늘 선거로 대한민국의 19대 대통령이 선출되면 한국 정치의 큰 불확실성 하나가 제거된다. 대통령 탄핵에 따른 리더십 공백 상태에서 한국을 이끌어갈 지도자가 누가 될지 모르는 데 따른 불확실성이다. 새 대통령이 선거 기간 동안 제시한 공약들과 소속 정당의 정치적 성격에 따라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이 거의 확정된다. 임기 초기의 이른바 허니문 기간을 잘 활용하면, 국민적 지지를 극대화하고 국정운영의 중심자로 우뚝 서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대개 그래왔다.

그런데 이번에도 새 대통령이 맞이할 국내외 상황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새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해서 이러한 도전들을 극복하고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대선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곧 이러한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새로운 불확실성인 셈이다.

우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로 야기된 안보위기는 자칫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부상과 미-중 관계의 경쟁과 갈등으로 빚어지는 한반도 주변의 국제적 긴장도 우리 나라에 버겁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둘러싼 국내적 갈등과 주변국들과의 마찰이 이러한 엄중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우리 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사회적 양극화도 새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위협할 수 있다. 대선 때 장밋빛 공약을 많이 했지만 막상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정책은 자원배분의 문제인데 자원은 항상 부족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청년실업, 빈곤, 저출산, 비정규직 등 거의 모든 문제들이 매우 갈등적인 요소를 안고 있다.



새 대통령이 직면할 국내 정치상황도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탄핵과 대선 과정을 겪으며 정치 세력들 간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대통령이 되면 많은 것을 하고 싶겠지만 국회의 협력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국회는 소위 국회 선진화법으로 묶여 식물국회가 되기 십상이다. 네 개나 되는 교섭단체들 사이에 합의가 안 되면 법안을 상정이라도 하려면 60%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어느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여당이 국회에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여소야대의 정치상황을 맞게 된다.

더군다나 내년 4월의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모든 주요 후보들이 이미 공약했다. 1987년에 제정된 헌법을 바꾸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파들의 정략적인 이해가 엇갈린다. 흔히 개헌은 정치의 블랙홀이라고 얘기한다. 한국정치의 게임의 룰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늘 선출될 새 대통령이 이러한 갈등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대한민국이 직면한 중차대한 도전들을 잘 극복해 나가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국민들의 뜻을 모으고 다양한 정치세력들과 협력하는 것이다. 우선 지난 수 개월간의 정치적 갈등으로 갈기갈기 찢어진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어제의 적들에게도 손을 내밀어야 한다. 용서와 절제, 화해와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한 이유다. 대통령이 자기 사람이나 챙기고, 자기 하고 싶은 일이나 하려고 하면, 갈등과 분노로 한국 정치는 또다시 혼란에 빠질 것이다. 고도로 활성화된 한국의 정치사회에서 지지와 사랑이 미움과 반대로 돌아서는 것은 순간의 일이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불행한 종말을 맞았다. 확률적으로만 말한다면, 새 대통령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100%다. 나라를 위해서도 대통령 본인을 위해서도 이러한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그 답을 모두 알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주요 후보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한 내용이다. 그것은 바로 국민을 통합하고 권력을 나누는 협치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에서 이겨 권력을 잡는 순간 모든 역대 대통령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국가적 중대사를 그르쳤고, 개인적으로는 비극적 종말을 맞았다. 이번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들의 고질적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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