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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의 유럽축구 엿보기] <7>진화하는 ‘로만 제국’ 첼시

돈으로 우승 산다는 말은 옛말, 영리한 소비로 실속 챙겨

아브라모비치 구단 인수 후 다섯 번째 우승 눈앞

챔스 복귀로 바빠질 다음 시즌 콩테 감독 잔류도 관심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 /AFP연합뉴스




첼시 선수들이 9일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전에서 마르코스 알론소의 두 번째 골을 축하하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지난 2월 은퇴한 프랭크 램퍼드는 2003년을 돌아보며 “굉장히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이러다 잘리는 것 아닌가’ 하는 위기감도 들었다고 한다. 2003년은 러시아의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51)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를 인수한 해다. 아브라모비치는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 데이미언 더프, 아드리안 무투, 에르난 크레스포, 조 콜 등 당시 이름을 날리던 선수들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구단주 취임 후 3년간 선수영입에 쓴 돈만 1조원이 넘는다. 첼시는 ‘악의 제국’으로 불렸다.

아브라모비치는 취임 후 벌써 다섯 번째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3년 이전까지 첼시의 우승은 1955년이 유일했다. 첼시는 9일(이하 한국시간) 홈구장인 런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미들즈브러를 3대0으로 완파하고 2년 만의 우승을 예약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에 이은 리그 홈경기 통산 300승. 시즌 종료까지 아직 3경기가 남아 있지만 2위 토트넘과의 승점 차가 7점이라 첼시는 1승만 더 챙기면 자동 우승이다. 오는 13일 웨스트브로미치 원정에서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할 수도 있다.

과거의 첼시는 감독이 반대하는 선수도 무차별 영입하던 팀이었다. 돈으로 우승을 산다는 비판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구실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의 첼시에 악의 제국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유럽리그에 정착한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영리한 소비에 눈을 뜬 첼시 구단 내부의 변화가 크다.

첼시는 올 시즌을 앞두고 수비수 다비드 루이스를 재영입해 큰 성공을 거뒀다. 2년 전 파리 생제르맹으로 보낼 때 챙긴 이적료는 약 600억원이었는데 이번에 지불한 이적료는 약 400억원이다. 200억원의 이득을 본 셈이다. 더욱이 루이스는 안토니오 콩테 감독의 스리백 전술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앞서 후안 마타, 로멜루 루카쿠, 케빈 더브라위너 등을 내보낼 때도 지불 이적료 대비 최소 140억원에서 최대 2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남겼다. 물론 떠나보낸 루카쿠와 더브라위너가 올 시즌 각각 리그 득점 1위와 도움 1위를 달리는 것은 조금 배 아픈 일이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70억원의 ‘헐값’에 데려온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의 안정감과 유벤투스 임대생 신분인 후안 콰드라도의 활약은 괜찮은 위안거리다. 콰드라도를 완전 이적시킬 경우의 이적료도 꽤 쏠쏠할 게 분명하다.



첼시의 이적정책에 변화를 불러온 것은 나이지리아 대표팀 선수 출신인 마이클 에메날로 단장이다. 성급해 보이는 선수 거래와 감독과의 원만하지 못한 관계 등으로 첼시 팬들의 미움도 받지만 구단주 입장에서는 구단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단장이 미울 리 없다. 에메날로는 첼시의 선수 관리 중 가장 큰 특징인 대대적인 유망주 임대정책을 추진한 인물이기도 하다. 첼시는 집 밖으로 내보낸 임대생들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기로 유명하다. 멘털 관리를 위해 별도 심리학자를 고용할 정도다. 그렇게 키운 자원들을 정작 다시 데려와 쓰는 데는 인색했던 첼시지만 한층 바빠질 다음 시즌을 생각하면 든든한 보험과도 같다. 지난 시즌 리그 10위의 굴욕을 씻고 챔피언스리그에 복귀하기 때문에 선수층이 두껍지 않으면 정상 운영이 힘들다.

2003년 당시 많은 사람들은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장난감처럼 마음대로 갖고 놀다 싫증 나면 던져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브라모비치는 그러나 훈련장에 며칠씩 머물 정도로 첼시에 대한 애정을 유지하고 있다. 에메날로 단장 외에 브루스 벅 회장과 마리나 그라노프스카이아 이사 등이 아브라모비치와 함께 첼시를 움직이는 ‘팀 로만’의 구성원들이다. 벅 회장은 뉴욕 출신의 변호사이며 그라노프스카이아 이사는 아브라모비치가 축구계에 발을 들이기 전부터 재무담당으로 오른팔 역할을 해온 여성이다. 이들 팀 로만은 올 시즌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와 왼쪽 측면 수비수 마르코스 알론소 등을 영입해 ‘대박’을 쳤다.

무엇보다 잘한 일은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콩테 감독을 데려온 것이다. 부임 후 첫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과 가진 식사자리에 견과류와 과일만 내놓게 할 때부터 범상치 않았다. 콩테는 무엇보다 규율을 중시하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도 선수들과 이렇다 할 불화설도 없다.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올 시즌 전술상 출전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는데도 묵묵히 버텼고 이날 리그 10도움을 채우며 주인공 역할을 했다. 프리미어리그 사상 6시즌 동안 10도움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파브레가스뿐이다.

첼시와 3년 계약한 콩테가 다음 시즌도 팀 로만으로 일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바르셀로나와 인터밀란 등이 콩테를 노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두 번째 챔스 우승을 노릴 첼시는 선수뿐 아니라 감독의 이적을 둘러싼 이슈로 시즌 뒤에도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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