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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도시] 문훈 문훈발전소 대표-"운동장 옆 긴 경사지에 '재미' 만들어냈죠"

“처음 현대고 설계를 의뢰받고 떠올린 것은 북적북적 떠들썩한 운동장과 그 옆 스탠드, 녹지에 시체놀이 하듯 널브러져 쉬는 아이들입니다. 그렇게 휴식처가 되는 긴 경사지가 벽처럼 도로와 학교를 경계 지으면서도, 지역과 연결되는 장소의 특성성을 고려한 건물입니다.”

현대고 현정관을 설계한 문훈 문훈발전소 대표는 팝아트·키치(kitsch)적인 상상력이 발현된 건물로 잘 알려진 ‘스타 건축가’이자 ‘건축계 이단아’다. 뿔 달린 펜션 ‘락있수다’, 핑크 색 막대사탕 같은 ‘롤리팝’, 에로틱한 영화 제목을 딴 ‘투문정션’ 등 독특한 개성을 뿜어내는 건물들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이 외에도 ‘상상사진관’으로 지난 2005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았고,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와 2015년 시카고 비엔날레에 초대된 바 있다. 또 그의 건축적 상상력을 담은 드로잉은 2014년 독일 베를린 쵸반뮤지엄, 2016년에는 뉴욕현대미술관에 영구소장됐다.

이런 맥락에서 어찌 보면 현대고 건물은 ‘문훈스러운’ 건물이 아니다. 너무 점잖다는 정도로는 설명하기 힘든 차이가 최근 작업 사이에 있다. 오히려 문 소장이 그간 ‘파격’ ‘괴짜’ 운운하는 인터뷰가 지겨웠다며 현대고 작업에 주목해준 것을 신선하게 받아들였을 정도다.

그런 문 대표가 건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역시 ‘재미’다. 사람을 흥분시키고 움직이는, 동적인 에너지가 있는 공간이다. 현대고 현정관에서도 도로 쪽은 간결하고 모던한 느낌이 강하지만 학교 쪽에서 보면 여러 동선이 엇갈리고 그 사이 재미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지금까지 없던 무엇’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욕구다. 클리셰(진부한 표현) 없는, 건물이 지어질 장소와 용도를 생각하며 이미지를 떠올리고 설계에 상상을 입힌다.

“극단적으로 반대 지점을 생각해보면 지평이 넓어진다. 모텔을 의뢰받으면 교회를, 교회의 경우에는 모텔 같은 형태를 생각해본다. 신부나 수녀가 나오는 포르노물 같은 얘기다. 터부시되는 것,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해 개방적으로 생각해본다.”

그가 요즘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이 같은 맥락에 이어져 있다. 인천공항 인근 파라다이스 카지노와 함께 지어질 예술공간 ‘서브컬처 마켓’은 건축주가 인상 깊어 했던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담아 사파리처럼 설계됐고, 경남 남해에 지어지는 바닷가 리조트는 산호초와 열대어의 색감을 투영한다고 했다. 지역과 땅에서 출발해 자신의 판타지를 입힌 건축물, 낯섦 속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작업을 즐기고 있다. 그의 작업실에 걸려 있는 스케치 속 에로틱하고 SF영화 같은 상상력, 책 ‘달로 가는 제멋대로 펜’ 속의 그림들이 어떤 식으로든 머지않아 건물에 묻어날 거라고 믿는 이유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

건축가 문훈 /사진제공=문훈발전소




건축가 문훈. /사진제공=문훈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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