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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2017서울포럼] 평생교육원, 학점수여기관으로 변질…전공 칸막이 병폐도 여전

<'융복합 인재 양성' 갈길 먼 대학교육>

기존 오프라인 전공과 판박이…졸업장 따기 수단으로

자유전공학부도 당초 목표와 달리 '고시과정' 전환

대학 특성화·재원투자 뒷받침돼야 교육개혁 활성화

지난해 개최된 아주대 파란학기제 성과발표회에서 학생들이 각자 준비한 성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아주대




# 하버드대는 12개의 학위과정을 제공하는 ‘익스텐션 스쿨(extension school)’을 운영하고 있다. 학습자 연령은 18세에서 89세까지 천차만별이다. 교육과정은 학사, 석사, 학·석사 통합, 전문석사 등 700개 이상이다. 직장인을 고려해 저녁 강좌, 온라인 강좌, 주말 강좌 등 다양한 강의가 이뤄진다. 그 결과 매년 1만4,000여명의 학생이 등록하는 가장 큰 규모의 단과대 중 하나로 발전했다.

#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화두는 융합 교육이다. 철학·경제학·정치학 같은 순수학문을 육성해온 프린스턴대는 최근 ‘이공계 키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관련 전공 정원을 늘리고 창업 교육에 우선 투자하고 있다. 다트머스대도 최근 순수 인문학 전공을 통계학이나 수학과 연계시키는 융합전공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은 교육혁명이고 그 중심에는 대학이 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학이 수행해야 할 대표적인 두 과제로 평생 직업교육과 융합인재 양성을 꼽는다.

특히 한 회사만 다니다 정년 퇴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면서 평생교육은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됐다. 국내 대학 역시 이러한 흐름에 부합해 평생교육을 최근 들어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 외화내빈인 실정이다.

실제로 교육부에서 지난해 실시한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은 한국 대학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사업 참여 9개 대학의 최종 충원율은 55.8%에 불과했다. 급변하는 산업의 흐름에 발맞춰 교육 프로그램을 혁신하기보다는 ‘전공만 개설하면 학생들은 알아서 오겠거니’ 하는 안일함에 빠진 결과다.

각 대학마다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평생교육원 역시 기존 오프라인 캠퍼스 수업과 판박이인 과목만 가르치는 학점 수여기관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평생교육원 학점은행제 출신 학생에게도 대학 총장 명의의 졸업장이 발급되는 탓에 10~20대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서울 A대학 평생교육원의 한 관계자는 “이름만 평생교육이지 사실상 대학 진학에 실패한 학생들이 대학 간판이 있는 졸업장을 따기 위해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개설 과목 역시 예체능 쪽 분야만 빼면 일반 전공은 오프라인 캠퍼스와 똑같다”고 말했다.





융합인재 양성도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융합인재 양성의 첫걸음은 대학 내 고질병인 전공 칸막이 해소다. 국내 대학 역시 지난 2009년부터 자유전공학부를 개설했지만 현실은 초라하다.

연세대는 2014년부터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하고 정원을 글로벌융합학부에 통합했다. 성균관대와 중앙대 역시 각각 글로벌리더학부와 공공인재학부로 명칭을 바꾸고 학과의 정체성도 ‘고시’ 준비로 재정립했다. 한국외대도 2013년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하며 외교관 양성에 주력하는 학과를 설립했다.

이처럼 자유전공학부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과들의 교육과정은 행정학·정책학·경제학 등 고시 대비 과목이나 로스쿨을 대비하기 위한 기초 법학과목으로 구성된 게 대부분이라 융복합교육이라는 애초의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행히 일부 변화의 조짐도 있기는 하다. 아주대는 학생 스스로 도전과제를 설계해 제안하고 수행하는 자기주도형 학습 프로그램을 정규 과목으로 만들었다. 교수와 외부 전문가 등이 과제 수행을 지도하고 대학은 중간·최종 보고서로 점검한다. △경주용 자동차 제작 △인디게임 출시 △제로에너지 하우스 시공 등이 지난해 과제로 이뤄졌다.

가장 변화에 더디다고 평가받던 서울대 역시 자기 전공이 아닌 다른 학과 전공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A~F학점을 받는 ‘등급제’ 대신 합격·불합격만을 따지는 ‘급락제’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관심이 가는 학문 분야를 성적에 대한 부담 없이 다양하게 접해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시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학 교육개혁 움직임이 활성화되려면 △대학 특성화 △교수 평가 시스템 변화 △과감한 재원 투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송해덕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평생교육을 장려하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지역사회를 위한 재교육 기관으로 거듭나려는 준비가 된 대학을 선별해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면 대학도 살고 사회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며 “융복합 역시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재원 투자에 나서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박진용·변재현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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