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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시대] "비정규직 제로 정책, 정규직 개혁 없이는 현실화 어려워"

목소리 커지는 노동계 <하>

고용 유연성 확보 없이

비정규직 정규직화 하면 공멸 뿐

'비정규직=악' 프레임 벗어나

노동생산성 관점서 개혁 이어가야

문재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문제가 차별·불평등·고용형태가 맞물려 발생한 만큼 각각의 항목에 대한 해법 우선순위를 정해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정규직에 대한 고용 경직성 해소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업종별 특성에 맞는 현미경식 접근과 동시 다발적 노동개혁보다는 점진적·단계적 접근을 요구했다.

◇“정규직 개혁과 동시에 진행돼야”=전문가들은 비정규직 제로의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3만7,411명에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근로자(8만3,328명)까지 포함하면 1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얼마의 비용이 들어갈지 가늠하기 힘들다. 정성미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문재인 정부 5년을 넘어 다음 정권으로까지 이어질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비용 현실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비정규직 중 어느 범위까지 정규직화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파견·하청·계약직 등 어느 범주의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이나 불평등이 심한지를 정부가 나서서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규직화의 순서를 정하자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정규직의 고용 경직성 개혁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정책이라고도 지적했다. 공공부문 정규직부터 성과연봉제를 통해 생산성을 올려 전체 파이를 키우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재원을 일정 부분 확보할 수 있다. 민간부문도 마찬가지다.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노조가 버티고 있어 취업규칙 변경을 통한 임금 삭감은 꿈꾸기 힘든 상황에서 정규직만 대거 늘게 되면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되고 결론은 공멸뿐이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기업도 비정규직보다 정규직을 원하지만 고용 경직성이 너무 심해 채용하기 힘들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신규 채용 감소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용 경직성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을 때 급여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 지급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 고용안정을 보장받는 대신 현 급여대로 받는 것이 혼란을 막고 가장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전 한국노동원장인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는 “지금 받는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향후 각각의 직무에 해당하는 시장의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임금을 책정하는 것을 관행으로 정착시켜야 비정규직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며 “임금과 생산성의 괴리 때문에 비정규직을 쓰게 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의 비용이 공공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연결돼 국민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이상철 경총 본부장은 “공공부문 부채가 500조원에 육박하고 공공기관의 3분의2가 적자거나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공공서비스나 재화 가격 인상은 곧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이를 막기 위한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계 “노동생산성 향상 관점에서 접근해야”=경영계에서는 정책 속도와 업종별 특성이 반영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개선 등에는 공감하지만 인력 활용이나 생산 방식은 기업에 따라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는 만큼 정부가 장기적·거시적 안목에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업종별 상황이 다른 만큼 다양성이 보장되는 방안에서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윤수 KDI 연구위원은 “비정규직을 남용해 각종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를 막기 위한 방안이 지금도 충분히 법제화돼 있다”며 “정부가 민간부문에서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점진적으로 비정규직을 줄여가는 방안 등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은 악(惡)이라는 일방적 프레임보다 노동생산성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경영계와 노동계가 큰 틀에서 합의해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16일 경총 노동경제연구원 포럼에 발제자로 참가한 정영훈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은 “우리와 노동시장 상황이 비슷한 일본 아베 정부의 3차 노동정책은 ‘근로 방식 개혁’을 키워드로 기업과 근로자의 의식과 관행을 바꾸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우리는 일본에 비해 비정규직 규제와 근로시간 규제가 더욱 강력할 뿐 아니라 이들 제도의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 대립이 첨예해 노동개혁 논의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관은 “경영계와 노동계가 근로 방식 개혁에 대해 합의를 이뤄가는 모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비정규직은 무조건 나쁜 것이란 식의 개혁이 아닌 경영계와의 합의가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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