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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시대, 문제는 정치다<6>] 좀비 농가·중기 쏟아지는데...눈먼 보조금 퍼붓는 ‘싱크홀 정치’

■예산 낭비 ‘나몰라라’
농식품부 예산 중 보조금이 54%
쌀직불금도 WTO 상한선 육박
중기 12년간 81조 지원 받고도
생산성·영업이익률은 되레 하락
빚 탕감 정책도 도덕적 해이 우려

  • 구경우 기자
  • 2017-05-19 06:00:00
  • 정책·세금
“쌀이 남아돌아 걱정된다지만 (농민들이) 과격한 시위를 하면 공감을 얻을 수 없고 국민과 점점 멀어집니다.”

지난 2015년 11월 농정을 책임지는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푸념을 털어놨다. 풍년으로 쌀 도매가격이 20㎏당 3만7,000원으로 전년보다 4,000원 이상 떨어지자 전국농민총연맹이 정부에 쌀값 보전을 요구하며 전국에 볏가마 수만포대를 쌓는 야적시위를 벌이는 통에 고민이 깊다는 얘기다. 이 장관은 “(쌀값이 떨어져도) 실제로는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 제도에 따라 목표가격 18만8,000원의 97% 수준까지 보장된다”면서 “이는 쌀을 세금으로 사는 꼴로 자칫 국민이나 소비자로부터 반감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로서도 쌀 보조금으로 세금이 들어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정부는 쌀값이 하락하면 목표가격(18만8,000원)의 85%까지 보전해주는 변동직불금제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7,193억원을 지원했다. 풍년은 지난해도 이어져 변동직불금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농업보조총액(AMS) 상한선인 1조4,900억원까지 불어났다.

쌀 문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은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농가 눈치 보기 때문이다.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하면 국회의원 상당수의 지역구가 농촌이다. 이 때문에 매년 추수기에 쌀값이 하락하면 당정회의를 열어 쌀을 매입하라는 압박을 가한다. 공급과잉을 부추기는 것이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는 2013년 연간 67.2㎏에서 지난해 61.9㎏까지 줄었지만 쌀 생산은 평년(396만톤)보다 24만2,000톤(6.1%) 많은 420만톤(2016년)을 기록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쌀 직불금을 포함하면 농식품부 예산에서 보조금 비중은 2014년 45%에서 올해 약 54%까지 늘었다.

세금을 들이붓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농민들의 삶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218조원 규모의 농업보조금(2011년 WTO 공식통보액·2012년 이후 보조금 합산)이 지출됐다. 하지만 도시가구 대비 농가소득은 1995년 95.7%에서 2016년 63.5%로 곤두박질쳤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쌀 목표가격 인상(문재인) △고정직불금 30% 추가지급(안철수) △직불금 농가소득 30% 인상(심상정) 등 선심성 공약은 계속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시대, 문제는 정치다6] 좀비 농가·중기 쏟아지는데...눈먼 보조금 퍼붓는 ‘싱크홀 정치’
눈먼 보조금 피해는 이뿐이 아니다. 중소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사례도 빈번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분석한 ‘중소기업 정책자금 성과분석’에 따르면 2003년에서 2015년까지 중기 정책자금은 81조원(31만8,000건)에 달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을 받은 기업이 받지 않은 기업보다 총자산영업이익률이 1.1% 낮았다. 장우현 KDI 연구위원은 “정책자금을 많이 받을수록 우량 중소기업이 될 확률이 오히려 낮아졌다”며 “정책금융이 생산성과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명지대와 KDI의 공동연구에서도 중기 정책자금의 부작용이 확인됐다. 정부가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사들에 정책자금을 지원해준 결과 매출은 커지고 영업이익률은 하락했다. 이는 대기업들이 납품가격 조정을 통해 중기의 이익을 흡수하는 ‘빨대 효과’가 발생한 탓이다. 기업 간 수직관계를 고려하지 않으면 중기의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고 혈세가 대기업으로 간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지원 사업은 1,284개, 예산만 16조4,670억원이 지원됐다.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부를 신설하면 관련 예산은 더 불어날 가능성이 커 퍼주기식 지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고보조금 규모는 60조3,000억원으로 정부 지출의 15.6%다. 보조금이 넘치다 보니 부정수령도 판을 친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농업법인 5만2,000여곳을 조사한 결과 정상 운영된 곳은 2만4,000여곳에 불과했다. 2014년 말 대검찰청과 경찰청이 보조금 비리를 집중 단속한 결과 5,552건, 253명이 구속될 정도로 비리는 만연해있다.

매 정권마다 추진하는 ‘빚 탕감’ 정책도 혈세 퍼주기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대표적인 예다. 새 정부도 43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1조9,000억원의 채무 탕감을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역시 58만여명을 대상으로 2조8,800억원의 빚을 조정해줬는데 10만6,000명(18.2%)은 여전히 빚(1조1,100억원)을 갚지 않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놓은 선심성 지원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경우·빈난새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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