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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현모양처…소탈함…영부인들의 내조 스타일은?





슬리퍼…팔짱…정숙씨 ‘소통 國母’ 기대해도 될까요

‘국모(國母)’

민초들은 100여년 전만 해도 나라님의 부인을 이렇게 불렀다. ‘나라의 어머니’라는 뜻이다. 권위와 위엄이 느껴진다. 조선왕조가 무너지고 민주공화국이 들어서면서 ‘국모’는 ‘영부인’으로 이름을 달리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영부인 대신 ‘여사’로 불러달라고 했다. 권위적인 뉘앙스를 싹 빼고 국민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해서다. 요즘 김정숙 여사의 소탈하고 유쾌한 행보가 연일 화제다. 웃는 모습에서 에너지를 느낀다는 반응도 있다.

“이 나라를 민주·자유·평화의 꽃이 피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당신의 꿈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당신이 바라던 것을 이루어나갈 것입니다. 나는 아직도 당신이 세상을 떠난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언제나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내 생이 다하는 그 날까지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사랑할 것입니다.”

사후(死後) 출간된 ‘김대중 자서전’에 수록된 이희호 여사 편지의 일부다. 이 여사가 남긴 문장에 절절히 드러나듯 영부인은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인생의 반려자다.

영부인이라는 단어에는 권위주의적 색채가 강하게 배어 있다. 공식석상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표현이고 사전적 의미로도 ‘대통령 아내=영부인’은 성립하지 않는 등식이다. ‘대통령 부인 ○○○ 여사’가 일반적인 표현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영부인이라는 호칭으로 대통령 부인을 일컫는 데 주저함이 없다. 여기에는 선출된 권력도, 국정을 지휘하는 공직자도 아니지만 ‘지도자의 반려자’에 걸맞은 품위와 격조를 기대하는 국민의 바람이 스며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일생을 함께한 김정숙 여사가 유쾌하고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역대 ‘영부인’들이 남긴 발자취에도 덩달아 관심이 쏠린다. 국가 최고지도자 바로 곁에서 대한민국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역대 대통령 부인들의 ‘내조 스타일’을 되돌아봤다.

왼쪽부터 육영수 여사, 이순자 여사, 손명순 여사, 이희호 여사, 김윤옥 여사


활발한 영수씨

육영재단 등 독자 사업 구축

헌신·봉사…남편에 쓴소리도

뻔뻔한 순자씨

명품 옷치장에 비리 의혹…

“나도 5·18 희생” 밝혀 공분

자상한 명순씨

수행원들 위한 휴게실 마련

상도동 찾는 사람엔 된장국



◇육영수·이순자 ‘활동형’…‘그림자 내조’ 손명순=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평가가 엇갈린다. 하지만 그의 부인이었던 육영수 여사는 다르다. 박 전 대통령을 인정하든 부정하든 육 여사는 애틋한 마음으로 그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총탄을 맞고 세상을 떠난 비극적 인생사 때문만은 아니다.

국민들의 기억에 영부인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각인시킨 육 여사는 전형적인 ‘활동형 퍼스트레이디’였다. 영부인 보좌를 위한 청와대 비서실을 최초로 만든 그는 ‘양지회’와 ‘육영재단’ 등 독자적 사업영역을 구축했다. 육 여사는 이들 단체를 통해 여성·장애인·아동 등 소외된 약자를 위한 봉사활동을 벌였으며 정신지체아동 지원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한센병 환자를 위한 복지사업은 그가 수행한 봉사활동의 정점이었다. 한센병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혐오감이 여전하던 시절 육 여사는 틈틈이 한센인촌(村)에 약품과 구호물자 등을 보냈다. 1973년 10월에는 소록도의 한센병 환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다과를 베풀기도 했다. 육 여사의 이런 행보는 의도와 상관없이 박 전 대통령의 반(反)민주적 독재통치의 그늘을 가리는 효과를 냈다. 실제로 육 여사는 당시 야당 성향이 강한 동양방송 뉴스 프로그램을 끼고 살며 남편에게 쓴소리도 불사했다고 한다. ‘청와대 내의 야당’이라는 육 여사의 별명은 이런 일화에서 유래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 역시 육 여사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내조를 아끼지 않은 영부인이었다. 하지만 육 여사와 달리 이 여사는 정권 내내 구설에 시달렸다.

이 여사는 대통령 취임식 첫날부터 이탈리아산 명품 시계와 휘황찬란한 옷으로 치장하고 등장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유아교육 진흥을 위한 ‘새세대육영회’,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를 지원하는 ‘새세대심장재단’ 등 선의로 시작한 사업조차 이 여사가 자금관리를 독점하면서 비리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여사는 또 최근 펴낸 자서전에서 “우리 내외도 사실 5·18사태의 억울한 희생자”라고 밝혀 공분을 샀다.

육영수·이순자 여사와 대조적으로 손명순 여사는 조용한 그림자 내조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곁을 지켰다. 손 여사는 청와대에서 생활한 5년 동안 수행원들과 운전기사, 여성 직원을 위한 식당이나 휴게실을 만드는 활동 등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적인 현모양처 스타일이었던 손 여사가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매일 아침마다 상도동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위해 100인분의 된장국을 준비한 에피소드는 지금도 회자된다.

김정숙 여사


듬직한 희호씨

옥살이 DJ 대신 정치활동

유엔 연설 등 국정에 영향력

살뜰한 윤옥씨

한식 세계화 두팔 걷어부쳐

G20정상회의 만찬 준비도

유쾌한 정숙씨

민원인 하소연 경청 등 친근

귄위 벗고 스스럼 없는 모습



◇이희호, 단독 해외순방도…‘유쾌한 정숙씨’는 소통형=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연일 화제의 중심이 된 김정숙 여사는 어떤 스타일일까. 현재까지의 행보를 봤을 때 김 여사는 묵묵히 뒤를 지키는 그림자 역할에 머무르기보다 퍼스트레이디로서 국민과 긴밀히 소통하며 문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수행을 도울 가능성이 높다. 김 여사는 지난 대선은 물론 지난해 총선 때도 문 대통령에게 마음을 돌린 호남을 종횡무진 누비며 ‘호남특보’라는 별칭을 얻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김 여사의 친근하면서도 화끈한 성격이다. 그는 카메라 플래시가 쉴 새 없이 터져도 경직되는 법이 없다. 시종일관 시원한 미소를 짓고 스스럼없이 남편의 팔짱을 낀다. 민원인의 하소연을 경청하며 식사를 대접할 줄 아는 덕망도 갖췄다. 참여정부에서 근무한 한 인사의 표현대로 문 대통령이 ‘차분한 노무현’이라면 김 여사는 ‘활달한 권양숙’인 셈이다.

사랑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어떤 가치와 지향을 공유하는 자리에서 싹 트게 마련이다.

시민들이 김 여사를 향해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것은 그의 몸짓과 손짓 하나하나에 문 대통령이 표방하는 가치와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유쾌한 정숙씨’가 권위와는 한참 거리가 멀고 소통에는 누구보다 열심이었던 영부인으로 남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국민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이희호 여사와 김윤옥 여사는 물론 참여형 퍼스트레이디로 분류된다.

이 여사는 수년간 옥살이를 해야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뒷바라지만 한 게 아니라 남편을 대신해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을 벌였다. 이 여사는 퍼스트레이디의 단독 해외순방을 처음 시도했고 2002년에는 유엔 아동특별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등 스스로 익힌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미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동반자인 김 여사는 ‘한식 세계화’에 관심이 많았다.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위원장을 맡기도 한 그는 2010년 서울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오찬과 만찬 메뉴를 직접 고르는 등 적극적인 내조 외교를 펼쳤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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