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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취업 아니면 어때] “채용 박람회에 오겠다는 대기업이 없어요”

[청년일자리 기획]<1회>

대학들, "안뽑을텐데 방문 설명회 왜?" 대기업 외면에 속앓이

연고대 등 스타트업 채용 박람회 여는등 중소기업 관심 늘어

“눈 좀 낮춰”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듣는 말 중 하나다. 대기업에 입사한 선배들은 “직장생활 다 똑같다”며 “대기업도 비전이 없는 경우가 수두룩하다”고 푸념한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어쩐지 배부른 소리 같다.

많은 청년들은 그래서 고민한다. “대기업 취업이 아니어도 괜찮을까?” 하지만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대안이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는다. 일할만한 좋은 중소기업이 많다지만 대체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들어갈 수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 대기업 대비 취업 서적이 수없이 쏟아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기업 취업이 아닌 길을 모색하려는 청년들에게 작은 길잡이 역할을 하고자 이 시리즈를 기획했다. 나에게 맞는 강소기업 찾기, 최근 채용 동향과 유의사항, 입사 후 커리어 전략 등을 전국 각지에서 만난 500명의 강소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인사담당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20회에 걸쳐 소개한다.

◇ 서울 상위권 대학교에만 있는 대기업 설명회… 취업센터도 골머리

#서울의 A 대학 취업지원센터장 김 모 씨는 대기업 채용 설명회 유치를 위해 하루에도 수차례씩 전화를 돌리고 있다. 다른 대학은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와서 채용 설명회를 펼치는데 “왜 우리 대학은 그런 게 없느냐”는 학생들의 하소연 탓이다. 취업률이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 사업의 유력 지표로 꼽히면서 대학본부의 압박 역시 날로 커지고 있다.

김 씨는 “지인 소개로 한 유력 항공사 인사팀에 문의도 해봤지만 왜 뽑지도 않을 대학에 우리가 가야 하냐는 핀잔만 들었다”며 “인근 대학에서는 대행업체를 껴서 구색이라도 맞추기 위해 돈을 주고 오전이나 오후 타임만 대기업 인사팀을 초청하는데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

서울 노원구 서울여자대학교 취업센터 앞에 학생들을 위한 취업 준비 자료가 마련돼 있다.




#서울의 한 여대 취업센터 담당자 이 모씨는 “삼성 등 4대 그룹 면접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특강을 해주는데 최근 1년 사이에 절반 가까이 줄어 이번엔 15명 정도만 신청을 해왔다”며 “경험적으로 보면 대기업에 가는 비율은 졸업생 중 10명 1명인데 이를 대놓고 드러내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대 유례없는 취업난에 청년뿐만 아니라 대학 역시 속이 까맣게 타들어만 간다.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 채용 공고가 눈에 띄게 줄고 있지만 학생들 상당수는 대기업 선호 현상이 줄어들 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간 지켜본 결과 졸업생 중 대기업을 가는 비율이 눈에 띄게 줄고 있음을 아는 취업지원센터 입장에서는 학교의 현실을 숨김없이 보여주며 학생들 꿈을 꺾을 수도 없어 답답한 마음뿐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잘 알지도 못하는 중견, 중소기업을 추천하기도 어렵다.

◇ 대기업 취업 안 해도 괜찮을까?



물론 워낙 취업난이 몇 년째 심화되면서 학생들의 인식 역시 자의반 타의반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게 대학 취업센터 담당자의 공통된 분석이다. 최근에는 학생들 인식 못지 않게 학부모들의 인식이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학부모를 대상으로 직접 설득에 나서는 대학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지난해부터 학부모들을 직접 초청해 취업 및 진로상담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학부모들의 반응이 좋아 각 단과대별로 확대 운영 중이다.

지난해 9월 경기도 안산 한양대 에리카(ERICA) 캠퍼스 제2과학기술관에서 열린 학부모 초청 취업진로 설명회에 과학기술대학 학생들과 학부모 등 100여명이 참여해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제공=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취업센터 담당자는 “산학융합캠퍼스인 특성상 대학 주변의 유망한 중견, 중소기업의 채용문이 상대적으로 열려 있음에도 학부모들의 반대로 입사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상당수라 학부모들을 직접 초청해 진솔한 대화의 시간을 마련했다”며 “단과대별 취업 현황을 객관적으로 소개하고 꼭 대기업에 가지 않아도 비전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졸업생 사례 위주로 소개하니 학부모들의 호응이 커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기업이 아닌 대안을 찾기 위해 대학들 역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학교의 네임 벨류를 생각해 대기업이 아닌 곳에 취업한다는 것 자체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을 꺼려해 채용박람회에서 중견, 중소기업 참여를 배제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연세대와 고려대는 지난해 하반기에 처음으로 스타트업 채용 박람회를 개최했다. 연세대는 올해에도 이화여대, 서강대, 숭실대, 건국대, 인천대, 인덕대 등과 함께 공동으로 5월23일 스타트업 채용 박람회를 열었다. 이 행사에는 ‘미미박스’, ‘플리토’, ‘와디즈’ 등 민간VC로부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은 유망 스타트업 101개사가 참여했다.

세종대, 건국대, 숭실대 등도 취업 틈새시장을 찾아 강소기업 초청 채용 설명회를 개최해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단순한 기업 초청 채용을 넘어서 동국대, 가톨릭대, 아주대, 숙명여대 등에서는 중견기업 취업 준비반을 운영하거나 학생들이 직접 우수 강소기업을 발굴해 홍보하는 등 맞춤형 대비를 해주려는 대학도 늘고 있다.

세종대 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학생들이 대기업이 아닌 대안을 선택하려 해도 급여, 처우, 비전, 조직문화 등이 중견, 중소기업마다 천차만별이고 정보도 없어 학생들 입장에서 어디를 써야 할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학교 입장에서도 이에 대한 도움을 주고 싶지만 이에 대한 정보가 없어 별로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용·백주연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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